[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있다. 건축왕의 피해자가 사망한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이들 모두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12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A(30대·여)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주거지를 방문한 지인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주거지에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A씨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확인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께 전세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계약을 맺었다. 2년 뒤인 2021년 9월께 재계약을 하게 되면서 전세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리게 됐다.
A씨가 계약한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전세사기로 60세대가량이 한번에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일 때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A씨는 전세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의 유서에는 전세사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혐의점 및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20대 남성 B씨가 지난 2월28일에는 30대 남성 C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는 건축왕의 피해자로 확인됐으며, 이들 모두는 생전 전세사기 피해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따로 유서를 남기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그는 생전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씨는 최근 수도 요금을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도 받았다.
C씨는 유서를 통해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 자신이 없어. 뭔가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이게 계기가 되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한편 건축왕 D씨는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6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2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지난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타인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그는 준공 대출금 등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전세보증금으로 대출이자 및 직원 급여 등을 충당하는 과정을 반복해 2700여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보조원)들을 고용하고, 해당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5~7개의 공인중개사무소를 개설·운영하며 자기 소유 주택에 대한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지난 2월 기준 D씨가 소유한 주택 중 총 690세대가 경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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