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만찬서 이재명 '당헌 80조' 적용 의견 교환
친명 일색 지도부에 불만…방탄 대안 제시 요구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당대표 직서 물러나야"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비명)계가 이재명 대표의 기소를 계기로 집단 행동을 본격화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달 말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경우 부패 혐의 기소 당직자의 직무 정지를 담고 있는 '당헌 80조' 적용을 놓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며 '당헌 80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단일대오' 구도가 무너진 만큼 당내에서 '당헌 80조'에 대한 해석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대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헌 80조는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제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제3항을 통해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비판은 쏟아내면서도 구체적 행보 없이 정중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때까지 주류가 얘기를 해왔던 것은 결국 '사법 과정에서 검찰의 무도함이 드러날 것이고, 총선도 승리할 것이다'라는 건데 이건 해법이 아니다. 그러니까 대표를 비롯한 지금 지도부가 해법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해법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무작정 막연히 소통하자, 앞에서는 얘기 안 하다가 뒤에서 표결로 이렇게 훅 들어오니까 섭섭하다, 이런 얘기 할 게 아니고 해법을 구체적으로 좀 내놓아야 한다. 당을 이렇게 끌고 가겠다, 총선 어떻게 치르겠다 등 구체적 얘기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대표가 당직을 내려놓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지금 최고위원을 포함해서 정무직 당직자들, 사무총장이나 전략기획위원장 등 여러 당직이 완전히 (친명) 일색으로 되어 있다. 여론조사가 어떻게 나와도 '그건 모집단이 잘못된 거다' 이런 말씀을 하니까 참 많이 괴리감을 느끼고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몇 사람이 당 대표 물러나라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지도부와 이 대표가 책임지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당 대표에 당선됐으면 방탄 정당 공격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고 그 리더십을 발휘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책임 있게 고민하고 소통하고 제시해야 그런 책임이 있다"며 이재명 지도부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도 인터뷰에서 "민주당 검은 먹구름의 일차적인 원인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다. 그러면 이걸 철저히 분리해야 되는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하긴 쉽지 않다. 이 대표도 사법적 의혹에 정면으로 집중해서 대응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비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당의 길'은 매주 화요일 정례 토론회를 갖고 만찬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날은 토론은 취소하고 만찬은 유지키로 했다.
토론을 취소한 것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발생한 이후 내홍 기류가 짙어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모임을 갖는 것이 당 내외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공개 만찬일지라도 비명계 인사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 사퇴론이나 강성 지지층의 가결표 색출 등 비명계를 향한 공세 등 관련 우려가 취합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서 당헌 80조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견이 모아지면 지도부에 구체적 대응책을 요구하면서 당헌 80조에 따른 대표직 사퇴를 강력 주장할 수도 있다.
오는 8일에는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 일부가 박홍근 원내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지도부가 강조했던 소통이 이 자리를 통해 물꼬를 트게 될 지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불러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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