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 카카오엔터 투자 검토 알려져
넥슨·엔씨 주요 주주 등극 이어 시프트업도 관심
'탈석유' 위해 게임·엔터 등 K콘텐츠 경쟁력 주목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중동 '오일머니'가 K-콘텐츠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사들에 대규모 금액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도 투자 관심을 내비치는 등 전방위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데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PIF는 앞서 올 상반기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3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한 바 있다. 이에 넥슨 주식 7.09%를, 엔씨소프트는 지분 9.3%를 확보해 김택진 대표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랐다.
최근에는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를 출시해 흥행에 성공한 국내 유니콘 게임 스타트업 '시프트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PIF와 사우디벤처캐피탈(SVC) 쪽 관계자들이 시프트업 본사를 방문했고, 이달에는 살레 알리 캅티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차관과 SVC 고위 관계자들이 본사를 방문해 내부 탐방을 진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시프트업이 게임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넥슨·엔씨소프트 지분 확보 이어 '시프트업'도 관심…카카오엔터 대규모 투자 논의
또 PIF는 올해 초 전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법인 '새비 게이밍 그룹(Savvy Gaming Group·SGG)'을 출범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자신을 '비디오 게임과 함께 자란 첫 세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PIF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부펀드 중 하나로, 펀드 운용 기금만 5000억달러(약 620조8000억원)에 달해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주목되는 것은 PIF의 전방위적 투자가 게임 외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PIF가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7000억~8000억원 가량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프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1조원 가량의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10조~12조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투자 유치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CJ ENM은 올해 6월 사우디 문화부와 MOU를 맺고 영화, 음악, 공연,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문화 교류를 증진하기로 하는 등 문화 교류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IP 등 K-콘텐츠 성장성 주목…IP 글로벌 진출 등 기대
실제 국내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인기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고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PIF의 대대적인 투자에 국내 콘텐츠 기업들도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IP 글로벌 진출을 확장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도 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게임사들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IP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중동 등 진출을 노려 글로벌 장악력을 높여나가는 계기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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