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준비 다지는 현대모비스…지배구조 개선 핵심키?

기사등록 2022/11/15 08:00:00

최종수정 2022/11/15 09:16:41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 2곳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기존 자회사를 포함해 총 5개 생산 자회사를 거느리며, 연구·개발(R&D)과 애프터서비스(AS) 사업에 집중하는 모기업 형태를 갖췄다.

일부에선 이번 생산 계열사 2곳의 출범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물밑에서 본격화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의선 회장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핵심인데 이번 계열사 출범으로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생산 전문 통합계열사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를 전날 공식 출범하며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갔다.

이들 생산 전문 회사는 각각 모듈 생산과 부품 생산을 맡는 자회사로 기존에 외주 형식으로 운영해오던 모듈 회사와 부품 회사 10여개사를 현대모비스 직속 자회사 2개사에 통합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국내 자회사는 차량용 램프 제조업체인 현대아이에이치엘, 차량용 정비 진단기 제조업체 지아이티, 차량용 배터리 제조업체 에이치그린파워 등 기존 3곳과 이번에 출범한 모트라스, 유니투스 등 총 5곳으로 늘었다.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지분 100%는 현대모비스가 갖는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개발과 신기술 확보, 신사업 추진 등에 집중하고 자회사들이 생산 및 품질 관리에 주력하는 양대 체제로 운영하게 된다.

특히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현대모비스 직고용 체제를 확립해 그동안 우려돼왔던 불법파견 논란 및 통상임근 소송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추가는 현대차그룹에게 필연적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전 작업 포석도 담겨 있다고 본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이뤄져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과 주요 계열사 대주주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8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 등을 요구하며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엘리엇이 현대차 관련 지분을 매각하고 떠나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정의선 회장이 순환출자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이유력하다고 관측한다. 이는 정 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늘려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보다 비용 측면에서 한결 유리하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늘리느냐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최대 관심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우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했는데 이를 현대모비스와 합병할 경우 정 회장 입장에선 지배구조 개선에 한결 유리하다. 이때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정 회장 입장에선 더 작은 비용으로 더 높은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정 회장이 기아(17.28%)와 현대제철(5.79%), 현대글로비스(0.69%)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를 통한 방안이 우선시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현대모비스 자회사 출범은 지배구조 개선과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현실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모비스 대부분의 이익은 AS 부문으로부터 창출된다"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문은 자회사로 돌리고, 수익성 높은 사업 부문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영역을 현대모비스에 남겨 놓겠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모비스는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배치될 것"이라며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제조 부문은 자회사로 돌리는 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최상위 지배회사로 포지셔닝 될 현대모비스의 미래에 더 최적화된 그림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모비스 사업구조 재편은)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며 "통상 지배구조 개선은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하며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잇따르는 현대모비스의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는 과거와 다르게 지배구조 개선의 공식을 바꾸고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더 늘리려는 것"이라며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경로가 다양해진 셈"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지주회사 준비 다지는 현대모비스…지배구조 개선 핵심키?

기사등록 2022/11/15 08:00:00 최초수정 2022/11/15 09:16:41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