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의원 이번주 '조력 존엄사법' 발의 예정
암 사망자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24.3% 불과
호스피스 대상 질환 제한돼 '웰다잉 불평등'도
"호스피스 기관 신설·유휴 병상 리모델링 해야"
"죽음의 질 높이려면 범부처 유기적 협력 필요"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품위 있는 죽음(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의사가 치료하기 어려운 병 등으로 죽음을 원하는 환자에게 약물 등을 제공해 환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돕는 '의사 조력 자살(조력 존엄사)'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품위 있는 죽음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의료 등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말기 환자의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에 조력 존엄사 의사와 상태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 등을 내는 일련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연명의료를 중단해 사망하는 비율은 전체 사망자의 약 20%다. 하지만 3명 중 2명은 환자 자신이 아닌 가족들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막고, 환자와 가족의 간병 부담이나 고통을 덜어주면서 개인이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가족과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2025년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한 비율은 76.3%였다. 찬성 이유로는 '무의미한 남은 삶', '존엄한 죽음의 권리 보장', '고통의 경감' 등이 꼽혔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 변모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사회복지시스템이다. 사회복지시스템이 의사 조력 자살을 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지 4년이 넘었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 가능성이 낮고 치료해도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 전문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립연명의료기관과 중앙호스피스센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8월 '자문형 호스피스(일반 병동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는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팀이 담당 의사와 함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제공)'가 시작됐지만, 4년이 넘은 현재까지 국가 재정이 투입된 호스피스 전용 병동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이용률도 2019년 기준 24.3%(전체 사망자의 6.7%)에 그치고 있다. 영국(95%), 미국(50.7%), 대만(30%) 등을 크게 밑돈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이 제한돼 '웰다잉 불평등'도 초래되고 있다. 현재 호스피스 대상 질환은 암을 비롯한 4개 질환이다. 2017년부터 암 이외에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도 '호스피스 대상 환자'에 포함됐다.
하루 평균 국민 850명이 생을 마감하지만, 암 이외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은 미미하다. 2017년 16명(0.09%), 2018년 21명(0.12%), 2019년 23명(0.12%)만이 이용했다. 만성하기도 질환, 간질환, 에이즈는 아예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서 빠져 있다. 2019년 기준 만성하기도 질환자는 6176명, 간질환자는 6494명, 에이즈 환자는 76명으로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호스피스 대상자 중 암 환자는 30%, 암 이외의 환자가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무의미한 의료 중단으로 절감된 의료비로 호스피스 기관을 신설하거나 유휴 병상을 리모델링해 공급함으로써 호스피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현재 호스피스 관련 정부 예산은 절감되는 의료비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8년 일반 병원이 아닌 호스피스를 이용할 경우 1인당 사망 전 6개월 간 의료비가 520만 원 절감된다고 보고했다. 연간 암 사망자 8만 명 중 5분의1(1만 6000명)이 호스피스를 이용하면 832억 원이 절감된다. 사망 시점에 가까울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연명의료인 고가의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장치(MRI)·양전자단층촬영(PET),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이용,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호스피스에서는 시행되지 않아서다.
삶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죽음의 질'을 높이려면 의료 인프라 확대와 함께 범부처 간 유기적 협력도 필수다. 윤 교수는 "사전 연명의료결정 활성화, 말기환자 가족 간병지원센터 운영, 말기환자 간병 가족 수입과 직업유지 정책, 초중고 대학 교육과정에 죽음교육 포함, 웰다잉 문화 캠페인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말기 환자의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에 조력 존엄사 의사와 상태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 등을 내는 일련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연명의료를 중단해 사망하는 비율은 전체 사망자의 약 20%다. 하지만 3명 중 2명은 환자 자신이 아닌 가족들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막고, 환자와 가족의 간병 부담이나 고통을 덜어주면서 개인이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가족과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2025년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한 비율은 76.3%였다. 찬성 이유로는 '무의미한 남은 삶', '존엄한 죽음의 권리 보장', '고통의 경감' 등이 꼽혔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 변모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사회복지시스템이다. 사회복지시스템이 의사 조력 자살을 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지 4년이 넘었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 가능성이 낮고 치료해도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 전문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립연명의료기관과 중앙호스피스센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8월 '자문형 호스피스(일반 병동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는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팀이 담당 의사와 함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제공)'가 시작됐지만, 4년이 넘은 현재까지 국가 재정이 투입된 호스피스 전용 병동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이용률도 2019년 기준 24.3%(전체 사망자의 6.7%)에 그치고 있다. 영국(95%), 미국(50.7%), 대만(30%) 등을 크게 밑돈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이 제한돼 '웰다잉 불평등'도 초래되고 있다. 현재 호스피스 대상 질환은 암을 비롯한 4개 질환이다. 2017년부터 암 이외에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도 '호스피스 대상 환자'에 포함됐다.
하루 평균 국민 850명이 생을 마감하지만, 암 이외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은 미미하다. 2017년 16명(0.09%), 2018년 21명(0.12%), 2019년 23명(0.12%)만이 이용했다. 만성하기도 질환, 간질환, 에이즈는 아예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서 빠져 있다. 2019년 기준 만성하기도 질환자는 6176명, 간질환자는 6494명, 에이즈 환자는 76명으로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호스피스 대상자 중 암 환자는 30%, 암 이외의 환자가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무의미한 의료 중단으로 절감된 의료비로 호스피스 기관을 신설하거나 유휴 병상을 리모델링해 공급함으로써 호스피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현재 호스피스 관련 정부 예산은 절감되는 의료비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8년 일반 병원이 아닌 호스피스를 이용할 경우 1인당 사망 전 6개월 간 의료비가 520만 원 절감된다고 보고했다. 연간 암 사망자 8만 명 중 5분의1(1만 6000명)이 호스피스를 이용하면 832억 원이 절감된다. 사망 시점에 가까울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연명의료인 고가의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장치(MRI)·양전자단층촬영(PET),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이용,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호스피스에서는 시행되지 않아서다.
삶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죽음의 질'을 높이려면 의료 인프라 확대와 함께 범부처 간 유기적 협력도 필수다. 윤 교수는 "사전 연명의료결정 활성화, 말기환자 가족 간병지원센터 운영, 말기환자 간병 가족 수입과 직업유지 정책, 초중고 대학 교육과정에 죽음교육 포함, 웰다잉 문화 캠페인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