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재정포럼 3월호서 정책 시행 후 주택시장 분석
2020년 7월 이후 매매시장 매물 5.7% 감소에 그쳐
"시장개입 실수요자 피해 우려…방향성 재설정해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주택시장에서 임대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서울의 아파트 임대 매물이 16.2%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임대차 3법이 전세 매물 감소 등 시장에 상당한 혼선을 불러왔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판단에 힘이 실리는 결과여서 관심이 쏠린다.
2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3월호'에 실린 '실시간 자료에 기반한 주택시장 현황 및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7월26일을 기점으로 서울·경기·인천·세종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매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제공하는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매물량 자료, 국토교통부 거래량 자료를 활용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경기·인천·세종 지역 아파트 시장 추세를 분석한 결과다.
수도권과 세종의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매물량이 급감할 무렵인 2020년 7월30일에는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국회 통과 다음 날인 31일부터 즉시 시장에 적용됐고, 전월세 신고제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임대차 3법을 포함하는 일련의 부동산 정책은 매매 시장보다 임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간 서울 지역 매매 시장 매물량은 5.7% 감소한 데 반해 임대 매물량은 3배 수준에 달하는 16.2%나 줄어 정책 시행 여파가 상당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총 25차례 이상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시행했다. 여기에는 다주택자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한 세율 인상, 투기 수요 억제 대출 규제 등 고강도 대책이 포함됐다.
주요 부동산 정책 시행 전후로 주택시장 현황 및 변화 양상을 파악해 분석한 결과 추세 변화가 관찰된 것이다. 2020년 6월 무렵까지 완만히 증가하던 서울·경기·세종 아파트 매매 물량은 그해 7월을 기점으로 일제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2020년 9월부터 반등이 시작됐지만, 경기는 작년 2월 무렵까지 내림세가 이어졌고 이후에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6·17 대책 발표 후 추세 변화가 생기면서 서울 5.7%, 세종 10.5% 매매 물량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를 맡은 최인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요 부동산 정책 발표 전후 주택시장 수량 변수들의 추세가 즉각적이고도 급격히 변화했음을 말해준다"면서도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 현상이 목격됐지만 이런 변화를 온전히 정책의 영향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인혁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인한 실수요자 등의 피해가 조심스럽게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연구를 통해 일련의 부동산 정책들이 시장 기능이나 역할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밝혀지면 기부동산 정책 전반의 방향성을 신중히 재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