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 명분 보다 與 정치적 필요성 고려
대선 후보 짐 최소화하려면 지도부 '그립' 쎈 8월 임시회가 처리 적기
검찰개혁 자초 국면서 강성 지지층 결집하려면 언론개혁 '당근' 필요
국힘, 대선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 시도 비판·정의당도 부적격 판정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언론 재갈법'이라는 야당과 언론계,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여야간 견해차가 큰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숙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저지를 시도했지만 민주당은 전날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에 범여권인 열린민주당 소속 김의겸 의원을 배정하는 '꼼수'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김 의원은 비례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물어뜯고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너무 많았다"며 언론 개혁 선봉을 자처한 강성 친문이다.
민주당이 각계 반발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 중재법의 8월 임시국회 처리를 고집하는 명분으로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내 정치적 필요성이 더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10월10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9월 정기국회까지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 대선 후보도 법안 강행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당 지도부가 장악력을 유지하는 8월 임시국회에서 속도전을 하는 것이 후보의 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언론중재법을 강행했을 때 받을 비판 보다 법안 처리를 포기했을 때 야기될 지지층 이탈이 정권 재창출에 더 치명적이라는 정무적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당 주류인 친문(親문재인)은 언론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일조했다는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데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강성 지지층은 검찰 개혁은 물론 '언론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재보선 참패로 검찰 개혁이 사실상 좌초한 상황에서 지지층을 달래고 규합하기 위해서는 언론개혁이라는 당근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도 언론중재법을 향한 비판에도 줄곧 침묵하며 사실상 민주당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청와대서 항의 집회를 열고 문체위 안건조정위 등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해 정권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데 있음을 누구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현대판 분서갱유가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체위 전체회의에 앞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보진영인 정의당도 정권의 입맛대로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소 조항들이 포함돼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언론중재법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국회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 권익 보호를 내세워 언론중재법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비판에는 일부 독소조항을 수정했다며 맞서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존 법안의 무게 중심을 중재에서 피해 구제로 이동시켜서 국민 권익 보호를 명시화하고 국민과 언론 양쪽 이익 균형을 최대한 맞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짜뉴스로부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구제한다는 법 취지를 지키는 범위에서 야당과 언론계 의견을 꾸준히 경청했고 여러 요청에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에 알박기를 했다는 비판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김의겸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자적인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 법안 수정에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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