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가격·수급 지표 모두 '이상' 신호
성북구 신축 30평형 전세 10억원 허들 넘어서
도봉·금천구서도 9억 넘는 신고가 거래 잇따라
서울 외곽도 들썩…집 없는 서민들 이사철 비상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가을 이사 시즌을 앞두고 전세시장의 가격과 수급 지표 모두 이상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성북구, 금천구, 도봉구 등 서울에서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외곽 지역 30평형대 전세 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는 등 가격이 뛰고 있다. 전세 매물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전주 대비) 올라 일주일 전(0.08%)보다 커졌다. 서울 전셋값은 103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 4월 13일 10억원(14층)에 전체 계약이 체결됐다. 성북구에서는 전용면적 84㎡ 전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 거래가 처음이다.
서울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9억4300만원(21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금천구 전세 가격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8억원대에서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뛰며 1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도 동아청솔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0일 9억4400만원(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이어 서울 외곽의 30평형대 전세가격도 10억원을 향해 치솟으며 서울 전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 외곽지역의 전셋값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KB 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강북구(1.48%)와 노원구(1.48%)가 가장 높았고, 도봉구(1.18%), 중구(1.04%), 광진구(1.04%), 은평구(0.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외곽 지역 전셋값이 들썩이면 서민들이 느끼는 주거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올해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3억원으로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짒을 구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빌라나 경기도 구축 아파트 쪽으로 눈을 낮춰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원을 넘어 점점 치솟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4억2619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6억1451만원으로 올랐다. 4년 간 1억8832만원(44.2%) 뛴 것이다.
수급 지표도 심상치 않다. 시중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탓에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734건으로 한 달 전 2만1396건에 비해 7.8% 감소했다. 한 달 사이 마포구 전세 매물이 25%(1072→793건) 가량 줄었고, 동작구(647→490건)와 용산구(379→289건)도 20% 넘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전세시장 수급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을 가리키는 지표가 극도로 악화돼 있어 당분간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9.7로 일주일 전(108.5) 대비 1.5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 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제 등 제도 변화를 비롯해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 감소, 집주인에 대한 각종 실거주 규제, 정비사업 이주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전세시장이 불안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급등 여파로 보유세 부담이 가중된 집주인들이 세금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전세 매물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전세 시장 불안이 당장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하반기에도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전세 공급은 안 되고 있고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오르는 전셋값이 또다시 매매시장을 자극하는 양상으로 시장이 점점 꼬여 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세난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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