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기원 재조사, 퍼즐 맞추기인가 대중 공세인가

기사등록 2021/05/28 05:00:00

최종수정 2021/05/28 08:25:44

[서울=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울=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론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팬데믹의 유래를 찾아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중심에 중국이 있는 만큼 대중 압박 강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당국에 지시한 것은 "최종적인 결론에 가까워질 수 있는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노력을 배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재조사 기간을 90일로 한정했다.

이것은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설', '자연 발생설' 등 어느 쪽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가 있었지만 애초부터 중국 편향성 논란이 있었고 중국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결과 역시 마뜩지 않았다. WHO는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달 초 받은 보고에서 "2곳은 동물에서, 1곳은 실험실에서 유래했다고 했다"면서 어느 쪽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더욱이 미 정부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는 재조사의 당위성에 기름을 끼얹었다.

백악관 "편견 안 갖겠다…90일 뒤 평가"

일단 백악관은 대중 강경 정책 평가를 경계하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모양새다.

이번 재조사 지시는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성 상에 있을 뿐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미 정보당국에 같은 지시를 내렸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중국에서 조사할 수 있게 할 것을 요구했다"며 "기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 진행돼 온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주력해 온 것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거의 60만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기원을 규명하는 것은 코로나19를 종식하고 다음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한 실험실 유출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에 책임을 물을지 등을 묻는 거듭된 질문에 "우린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다음 단계를 밟는 것이고 90일 간의 검토가 끝나면 다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장 피에르 부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협조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나눈 사적 대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며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90일 동안 검토할 것이라는 것 뿐"이라는 답변만 거듭했다.

[우한=AP/뉴시스] 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바이러스연구소내 생물안전 4급(P4) 실험실 전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이날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방문했다. 2021.02.04
[우한=AP/뉴시스] 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바이러스연구소내 생물안전 4급(P4) 실험실 전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이날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방문했다. 2021.02.04

전면에 나선 바이든…中과 갈등 불가피

그럼에도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조사를 위해선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전면에 나선 만큼 그 무게감은 한층 더해졌다. 일각에선 '신냉전'도 운운한다.

CNN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엄청난 정치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최근 며칠 간 실험실 유출설에 집중한 결과 중국 책임론이 밝혀지기도 전 워싱턴에선 중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증폭됐고 새로운 냉전을 촉발할 수도 있는 지정학적 경쟁에 더 많은 독을 뿌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음모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과학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일부 정치 세력이 정치적 조작과 비난 놀음에 집착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미국의 비밀 생물무기 실험실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중국 언론도 가세했다. 관영 환구시보 영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과학보다는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글로벌 정의나 전 세계적인 대응 노력에 관심이 없다"며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억압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中 반발…"결론 못 낼 수도"

90일 간의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험설 유출론을 밝혀내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가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거나 중국 체제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진실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CNN은 "중국은 부상하고 있고 세련된 강국으로서의 위신을 더럽힌 바이러스를 은폐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결국 답을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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