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도 각막 기증..."장기기증 확산 계기되길"

기사등록 2021/04/28 12:01:40

최종수정 2021/04/28 13:34:58

2009년 김수환 추기경 각막 기증 후

장기기증 희망자 그 해 2배 이상 늘어

"사망자 장기기능 확대 법적근거 필요"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해 앞서 김수환 추기경의 장기이식으로 확산했다가 주춤해진 장기기증이 다시금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추기경은 생전 천주교 한마음한몸본부를 통해 밝힌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지난 27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 후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지난 2018년 9월 연명의료계획서에 "내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가능하다면 각막을 기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썼다.

지난 2009년 김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진 후 그 해 장기기증 희망자가 크게 늘어났다.

28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 따르면 김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해 두 사람에게 빛을 선물했고, 그 해 한마음한몸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등록자는 18만 3000여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년 7만 명 수준이던 장기기증 희망자가 그 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후 장기기증 등록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최근 연간 7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정 추기경의 장기이식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원장은 "정진석 추기경은 선종하는 순간까지 본인을 비우고 남에게 베푸는 삶을 실천하셨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생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본인의 의사를 밝히고 미리 삶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추기경의 선한 영향력이 장기기증이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ODA에 따르면 올해 장기 기증자는 28일 현재까지 총 133명이다.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정 추기경의 연명의료계획서.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정 추기경의 연명의료계획서.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나라는 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장기 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은평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4만여 명에 이르지만, 뇌사 기증자는 450여 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전 국민의 3% 수준으로, 미국(61%), 영국(38%) 등 기증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신장이식만 해도 평균 5년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의료계에선 '뇌사자 장기기증'에서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DCD)'으로 사망자 장기기증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국내 장기기증 문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CD는 심장이 멈춰 사망한 것이 확인된 고인에게서 빠른 시간 내 장기를 구득해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황정기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혈관이식외과 교수)원장은 "우리나라는 DCD를 시행할 법적·제도적 기반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며 "생체 이식이 이미 최대치에 달한 상황에서 DCD가 가능해지면 기증자 부족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생체 기증자 비율은 전 세계 2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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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도 각막 기증..."장기기증 확산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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