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병에 재난까지…뉴시스 선정 충북 2020년 10대 뉴스

기사등록 2020/12/28 07:00:00

[충주=뉴시스] 인진연 기자 = 지난 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일대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앙성면과 엄정면 일대에 수마가 할퀸 처참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2020.08.03. inphoto@newsis.com
[충주=뉴시스] 인진연 기자 = 지난 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일대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앙성면과 엄정면 일대에 수마가 할퀸 처참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2020.08.03.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  ◇돌림병에 사람도 식물도 최악 수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국민은 물론 충북도민의 일상도 빼앗았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확진자 수가 적긴 했으나 교회와 노인요양원, 병원과 가족모임 등을 통한 전염이 잇따르면서 26일 현재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73명에 달하고 있다.

지역별 확진자 수는 청주시가 396명으로 가장 많고 250명이 확진된 제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음성군 158명, 충주시 76명, 진천군과 괴산군 각 69명과 67명을 기록 중이다. 청주 확진자 8명, 제천 확진자 5명이 숨지는 등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20명이 사망했다.

1~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으로 손님이 끊긴 음식점과 주점 등 다중이용시설 자영업자들은 뚝 떨어진 매출에 신음해야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재난지원금 수십만원을 손에 쥐고 땅을 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했고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점포도 줄을 잇고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과나무도 돌림병에 뿌리째 뽑혀 나갔다. 국내 사과주산지 충주와 제천 과수원 약 500곳에서 과수화상병이 이어지면서 이 지역 과수 기반이 흔들렸다. 충주의 347개 과수원 192.1㏊를 갈아엎으면서 올해 '충주사과' 생산량은 10% 이상 줄었다. 사람은 물론 닭 등 가금류와 나무도 돌림병에 신음한 2020년이었다.

◇금배지 달려다 줄줄이 철창행

올해는 충북 정치사(史)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충북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청주 상당에 출마한 여·야 유력 정치인이 모두 구속되는 오명을 썼다.

4·15 총선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은 11월3일 구속되며 금배지를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만 여러 개다. 비공식 선거운동원 활동비 1500만원 지급, 법정선거비용 516만원 초과, 회계책임자에게 2000만원 수수, 승용차 렌트비 780만원 대납, 청주시자원봉사센터 3만1300명 명단 유출 혐의를 받는다.

정 의원은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보석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정 의원이 이번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무효 처리된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정 의원에 맞섰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지난 24일 구속 기소됐다. 우리은행 은행장에게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재판매를 청탁하고,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다. 검찰은 윤 전 고검장에게 라임 재판매를 청탁한 인물로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을 지목했다. 윤 전 고검장은 "정당한 법률 자문료"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500억원 대 수해 "이런 비 난생처음"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충북 제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28일 늦은 오후 진단검사 행렬이 줄을 잊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2020.11.29. photo@newsis.com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충북 제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28일 늦은 오후 진단검사 행렬이 줄을 잊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2020.11.29. [email protected]
지난 7월 말 충북 북부 지역의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 피해는 6985억원에 달한다. 7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실종된 1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재민 수는 903세대 1810명에 달했다.

시간당 300mm에 이르는 장대비에 속수무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충주와 제천지역 이재민들은 인근 학교 등 대피소에서 생활했다. 지금도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서 살고 있다. 산사태 직격탄을 맞은 산촌마을과 과수농가는 "이런 비 난생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제천시는 쓰레기소각장이 수해로 마비되면서 한동안 인근 강원 원주시에 지역 생활쓰레기를 위탁처리하기도 했다.

철도와 도로 끊기로 집와 농경지를 유실하는 피해가 집중되면서 정세균 총리 등 여야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충북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수해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충주와 제천, 단양, 음성, 영동 등 5개 시·군 전역과 옥천(2곳), 진천(2곳), 괴산(1곳) 등 3개 군 일부 읍면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응급복구를 마무리한 수해지역 시군은 항구복구 총력전을 펴고 있다. 도내 항구 복구비 약 7000억원 중 정부가 5500여원을 지원한다.

◇"학교 가고 싶어요" 코로나19에 학교는 뒤죽박죽

올 한 해는 학생들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역사적인 한 해로 남는 것을 넘어 '코로나19 세대'라는 '주홍글씨'마저 남겼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얼굴보다 모니터 또는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을 바라본 시간이 훨씬 많았던 한 해다.

학교 내 교직원과 학생의 잇따른 확진과 확진자 접촉으로 지난 5월 이후 코로나19 진단검사 학생이 1만 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세밑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등교 개학으로 대면 수업이 기본이었던 학교 교육이 원격수업 또는 원격·등교 병행 수업으로 진행돼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과 함께 학생 기초학력 격차 문제도 생겼다. 교사들은 대면 수업이 아닌 원격수업의 콘텐츠 제작과 평가 등의 업무가 더해져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겪어보지 않은 원격수업과 병행수업 도입으로 학생과 학부모도 혼란을 겪었다.

충북도교육청은 배움의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해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와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운영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학력 격차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면 활동 제한은 학생들의 교육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경직되게 만들어 도교육청은 교육가족과 도민들과의 소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은 한 해였다.

◇갈팡질팡 논란만 키운 전두환·노태우 동상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제21대 총선에서 당선한 충북 제천·단양 미래통합당 엄태영 당선인이 15일 제천 시내 선거캠프에서 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2020.04.15.bclee@newsis.com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제21대 총선에서 당선한 충북 제천·단양 미래통합당 엄태영 당선인이 15일 제천 시내 선거캠프에서 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email protected]
철거 논쟁이 뜨거웠던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은 결국 보존으로 결정됐다. 충북도가 지난 5월 5·18단체의 요구에 철거하기로 방향을 잡았으나 이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

이들의 역사적 과오를 적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대신 존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 6개월 만이다. 이 기간에 도는 여론이 찬반으로 갈려 대립하거나 철거 관련 조례 제정으로 도의회가 시끄러울 때 먼 산 불구경하듯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이후 5·18단체 소속 회원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전두환 동상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고, 조례 제정은 무산됐다. 더 이상 사태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한 도는 고심 끝에 존치하기로 했다. 최근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는 찬반 대립이 심화했을 때 남의 일인 양 방관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철거와 보존을 놓고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 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청주 조정대상지역 혼란 정부는 해제 거부
 
청주시가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 6월19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지역사회는 혼란을 겪었다. 지난 5월 청원구 오창읍이 방사광가속기 최종부지로 선정되면서 청주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청주시 동 지역과 오창읍, 오송읍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9억원 이하 70%에서 50%로 강화됐다. DTI(총부채상환비율)는 60%에서 50%로 변경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분양권 전매제한(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1순위 청약자격 강화 등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됐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집값은 내려가고 거래량은 뚝 끊겼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청주시는 지난달 17일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정순(청주 상당) 의원이 31일 오전 청주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10.31.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정순(청주 상당) 의원이 31일 오전 청주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10.31. [email protected]
◇풀뿌리 지방의원 출신 엄태영 충북 첫 금배지

1~2대 제천시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엄태영(제천·단양) 국회의원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지방의원 출신 후보가 금배지를 단 것은 충북에서 그가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 명의 지방의원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대부분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며 본선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치러진 14~20대 총선에서 지방의원 타이틀을 달고 본선에 나선 후보가 5명에 불과할 정도다. 지난 4월 21대 총선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풀뿌리 정치'를 경험한 지방의원 출신 후보군이 많아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본선에 진출한 후보는 엄 의원 한 명에 불과했다.

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후보와 리턴매치로 치러진 본선에서 설욕에 성공하며 당선했다. 다섯 차례 낙천과 낙선을 거듭한 '오뚝이' 정치 역정 끝에 금배지를 달았다. 제천시장을 역임한 그는 다시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20년 만에 밝혀진 진실' 화성 8차 윤성여

2020년 12월17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8년 22세 청년이 뒤집어쓴 살인자 낙인은 그렇게 32년 만에 지워졌다.

윤씨는 1988년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으로 경찰의 지목을 받았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얼차려와 구타 등 강압 수사 끝에 범행을 허위 자백했다. 윤씨는 1989년 10월 1심 선고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무기수로 복역하던 중 20년형으로 감형돼 2009년 8월 42세의 나이로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가석방된 윤씨는 갈 곳이 없어 청주에 정착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신분은 철저히 숨기면서 살았다. 그러던 지난해 9월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의 신원이 드러났다.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뒤 무기징역을 받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이춘재가 마지막 범행을 저지른 곳은 청주였다. 가짜 범인으로 몰려 윤씨가 복역한 곳과 현재 사는 곳도 청주다. 무죄를 선고받은 윤씨는 사건과 관련된 모두를 용서하고,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등 제2의 고향인 청주에서 새 삶을 그리고 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목 부위가 19일 시민에 의해 훼손됐다. 2020.11.19.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목 부위가 19일 시민에 의해 훼손됐다. 2020.11.19. [email protected]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오창 유치

충북은 2008년 유치 실패 후 1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5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성공했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오창테크노폴리스 54만㎡의 터에 가속기 1식과 빔라인 10기, 연구지원시설 등이 2027년까지 들어선다.

이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100경배 밝다. 화학과 생물, 전기,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바이오신약, 반도체, 이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 청정에너지 등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충북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충북발전연구원이 분석한 최종 수요는 4조 6196억원이다. 전국적으로 9조 2825억9000만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조 9310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3만8402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경제적 파급효과의 충북 점유율은 생산유발효과의 56.9%, 부가가치유발효과의 61.2%, 취업유발효과의 54.3% 수준이다. 충북도는 2022년 12월31일까지 존속할 방사광가속기추진지원단을 내년 1월1일 자로 신설한다. 내년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 쓸 국비 115억원도 확보했다.

◇지역화폐 발행 열풍…지역경제활성화 견인

충북 도내 시군이 앞다퉈 발행한 지역화폐는 지역경제활성화를 견인하는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내 시군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매출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발행하고, 할인율도 기본 10%에서 많게는 20%대로 끌어올려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다.

식당과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지역화폐는 특히 올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변신하면서 몸집을 더 키웠다. 발행한 지역화폐가 동이 난 시·군은 추가발행에 나서면서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역화폐를 공유하는 지자체도 나왔다. 충북혁신도시를 양분하는 진천군과 음성군은 동일생활권에서 지역화폐(진천사랑상품권, 음성행복페이)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윈-윈' 체제를 구축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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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병에 재난까지…뉴시스 선정 충북 2020년 10대 뉴스

기사등록 2020/12/28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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