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IT사, 한글날 기념 화면용 글꼴 공개…세종대왕 뜻 기린다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등 토종 정보기술(IT) 기업들이 9일 한글날을 기념해 새로운 디지털 화면용 한글 글꼴을 배포화며 한글 사랑을 고취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7일부터 디지털 화면용 명조 글꼴 ‘마루 부리’ 1종을 공개했다. 이번에 사용자 의견을 받아 내년에는 ‘마루 부리’ 5종 패밀리 글꼴을 최종 공개하고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마루 부리 글꼴은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 붓으로 다듬어진 궁체 중 해서체를 인쇄용 활자에 맞게 정리한 글꼴인 명조체는 그간 해상도와 렌더링 기술의 한계로 디지털 화면에선 소외돼 왔다. 오늘날 디지털 화면용 한글꼴의 대부분이 고딕체(민부리 글꼴)에 편중된 것은 이런 배경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2018년부터 폭넓은 글꼴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완성도 높은 화면용 명조 글꼴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루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마루 부리 글꼴을 이번에 개발해 공개한 것이다. 마루 부리 글꼴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춰 젊고 당당하며 밝은 글꼴 인상이 특징이다. 굵기 대비가 적고 단순한 구조로 글꼴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균형미를 갖췄다. 또 부리 모양은 작고 단정하며 가로쓰기에 최적화된 구조로 윗선 돌기가 가지런하고 가로로 평평하다.

네이버는 마루 부리 글꼴이 소설, 시와 같은 감성적인 문학 글, 신뢰감이 필요하고 묵직한 정보글 등에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진중하고 신뢰감 있는 글꼴 인상이 정보에 무게감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네이버 한글 캠페인 관계자는 "마루 부리 글꼴은 2018년부터 전문가, 이용자와 수차례 논의하며 디지털 환경에 가장 어울리는 한글꼴의 다양성과 가능성에 집중해 설계한 글꼴"이라며 "글꼴 제작 현황을 모두 공개하며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최초의 글꼴인 만큼 앞으로도 화면용 한글꼴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도 전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훈민정음해례본을 복원한 ‘한컴 훈민정음 세로쓰기체’를 비롯해 ‘한컴 말랑말랑체’ 2종, ‘한컴 산스체’ 2종 등 총 5종의 한글 서체를 공개하고 무료 배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컴 서체 소개 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한컴 훈민정음 세로쓰기체는 디지털 폰트 개발 및 타이포브랜딩 전문 회사 윤디자인그룹의 재능기부를 더해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의 형태를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방향으로 개발한 서체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로쓰기 형태를 적용해 개발한 것이 특징으로 기존의 훈민정음 해례본의 자형 특징과 비례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훈민정음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던 동국정운, 석보상절을 참고하여 원형에 대한 완성도를 높였다.

‘한컴 말랑말랑체’는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굵게, 보통 2종의 굵기로 제공된다. 한컴의 BI(Brand Identity)인 ‘말랑말랑’ 로고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부드럽지만 역동적인 형태의 로고 특징을 담고 있다.

‘한컴 산스체’는 굵기에 따라 2종이 제공된다. 한컴의 CI(Corporate Identity)와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원,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초적인 형태들을 기반으로 명확하고 뚜렷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앞서 한컴은 자사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쓸 수 있는 한글 글꼴의 종류를 늘린다고 7일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배포한 '안심글꼴파일' 57종을 '한컴오피스 2018'과 '한컴오피스 2020'에 넣었다. 안심글꼴파일은 저작권자에게 자유로운 사용을 허락받은 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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