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바보로 여긴 허무맹랑한 영화 ‘나랏말싸미’

기사등록 2019/07/29 09:37:09

최종수정 2019/07/29 10:47:49

신미와 세종대왕, 영화 ‘나랏말싸미’
신미와 세종대왕, 영화 ‘나랏말싸미’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세종대왕이 홀로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한 해는 1443년이다. 불교승려 신미가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거나, 세종을 도와 창제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1446년에서야 비로소 신미라는 이름을 알았다. <7월24일 뉴시스 보도>

영화가 날조한 사실은 이뿐이 아니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을 세종대왕이 아닌 정인지 등 집현전 학자들이 지었다고 조작했다.

세종 25년 계해(1443) 12월30일 ‘조선왕조실록’은 “이 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창제했는데 그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했으며, 초·중·종성으로 나눠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룬다. 무릇 문자(한자)와 우리나라 토속어에 모두 쓸 수 있다. 글자는 비록 간요(簡要)하나 전환이 무궁한데 이를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이름했다”고 기록했다.

이후 1446년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계해년 겨울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간략히 (신하들에게) 그 예와 뜻을 들어 보이시고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다”고 증언했다.

영화는 그러나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정인지가 “우리가 짓겠습니다”라고 나서 ‘훈민정음’을 작명하고, 세종은 신미의 조언과 결재에 따라 ‘언문(諺文)’을 제시할 따름이다.

“귀한 아이일수록 오래 살라고 천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이 땅의 풍속이죠.”(신미)

“언문이 어떤가? 언이란 글자에는 상스럽고 속되다는 뜻도 있지만 강하고 억세다는 뜻도 있지.”(세종)
훈민정음 해례본 중 정인지 후서 앞 ‘별’ 부분(왼쪽), 영화에서는 ‘별’자 왼쪽 상성표시 두 점까지 신미가 찍는다.
훈민정음 해례본 중 정인지 후서 앞 ‘별’ 부분(왼쪽), 영화에서는 ‘별’자 왼쪽 상성표시 두 점까지 신미가 찍는다.
“언문! 좋네요.”(신미)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UNESCO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총 33장 중 맨앞 1쪽 분량의 어제서문과 맨뒤 정인지가 쓴 서문을 뺀 나머지 모두들 신미가 작성한 것으로 영화는 속였다.

신미가 세종더러 천한 이름을 지으라고 권해 ‘상스럽고 속되다는 뜻과 강하고 억세다 뜻’도 있다는 천한 ‘언문’을 확정케 했고,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좋은 의미의 이름 ‘훈민정음’은 정인지를 주축으로 한 집현전이 지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또 영화 ‘나랏말싸미’는 대담하게도 훈민정음 해례본의 저작권을 신미에게 넘기기까지 했다. 극중 신미의 대사 “사냥이 끝난 사냥개의 처지가 이런 것이로군”은 곧 세종의 저작권 탈취다.

표현의 자유를 한껏 누린 영화 ‘나랏말싸미’가 세종대왕을 모독했다. 예술창작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이나, 작품의 전시(상영)는 상대적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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