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5월 유럽의회 선거 참여하는 조건부 연기
투스크 EU "10월께 또 재연기?…가능한 시나리오"
英하원, 새 리더 올 것…"메이, 레임덕 아니라 데드덕"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10월31일까지로 다시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5월23일 시작되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6월1일 노딜 상태로 EU를 떠나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전날인 10일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에 동의했다. 메이 총리도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브렉시트 연기를 확정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담 후 기사회견을 열고 "EU 27개 회원국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연기에 합의했다"며 "이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짧지만 영국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연기"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기를 오는 12일에서 6월30일까지로 연기를 요청하며 이뤄졌다. 투스크 의장은 영국이 6월말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을 처리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2020년 3월까지 브렉시트를 미루는 방안을 이날 회의에 상정한 바 있다.
투스크 의장은 이번 연기에 대해 "영국이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한 6개월의 시간이 생겼음을 의미한다"며 "제발 영국이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합의는 투스크 의장이 제안했던 '탄력적 연기(flextension)'라고도 설명했다. 이에 따라 10월31일 전에도 영국 의회가 EU 탈퇴협정을 승인하면 곧바로 브렉시트가 시행된다.
투스크 의장은 "10월말 다시 브렉시트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가"는 기자의 질문에 "10월에 끝내는 것이 바람이고 희망이다"면서도 "모든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융커 위원장은 "영국은 여전히 회원국으로 남지만 앞으로 EU27은 자체적인 만남이 있을 것"이라며 영국이 EU의 의사결정 과정에 제외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사람들은 EU에서 브렉시트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길어지는 브렉시트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융커 위원장은 "영국 언론에는 온통 브렉시트, 브렉시트, 브렉시트 뿐이다. 그러나 EU는 이번 주 중국과 큰 합의에 성공했다. 이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도 협상 후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메이 총리는 "가능한 빨리 EU를 탈퇴하길 원한다"며 "5월 내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비준된다면 6월1일 EU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의회에 이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한 예정이다. 또 노동당과의 대화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쉽지 않겠지만 의회는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타개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10월 브렉시트를 재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투스크 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브렉시트는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같은 시각 영국 하원에서도 열띤 회의가 벌어졌다.
영국 보수당 당 대표 경선을 관할하는 '1922 위원회'는 메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놓고 긴 회의를 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한 보수당 의원은 "만약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를 참여해야 한다면 메이 총리의 사임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이 총리는 레임덕이 아닌 데드덕(dead duck)이다"는 발언도 나왔다며 "7월이면 새로운 리더가 등장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영국 BBC는 EU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점은 12일 영국이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 없이 EU를 떠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는 것은 메이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라며 "초여름께 영국에 새로운 지도자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U 내부 협상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깃장을 놓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EU 회원국의 분노도 감지됐다.
한 EU 외교관은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을 하기 보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위상 격차를 해소하는 데 힘쓰는 모습이었다"며 "오늘밤 정상회담은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토론 후 열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프랑스의 국제 보도전문채널인 프랑스24(France 24)는 "EU 정상회담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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