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88건·60조, 文정부 61건·53조
임기·균형발전 정책고려 재임중 추월 예상
5년간 예타면제 48조원…SOC 4조7000억원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문재인 정부가 29일 예비타당성(예타) 면제사업을 발표한 가운데 역대 두번째로 많은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임기와 국가균형발전 정책 방향, 경제활성화 정책 등을 고려했을 때 재임기간중 역대 가장 규모가 컸던 이명박정부를 추월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사업, 24조1000억원(잠정)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연구·개발(R&D) 투자(사업비 3조6000억원) ▲도로·철도 등 인프라 확충(5조7000억원)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10조9000억원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4조원) 등이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38건, 29조5927억원을 합하면 임기 3년간 총 61건, 53조6927억원 규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는 예타 면제사업이 가장 많았던 이명박 정부에 버금가는 수치다. MB정부는 2008~2012년 5년간 88건, 60조3109억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의 예타 조사를 면제했다.
특히 현 정부의 남은 임기와 국가균형발전정책 방향, 경제활성화정책 추진 등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를 추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2016년 4년간 85건, 23조6169억원 규모였다. 노무현 정부의 임기 후반 3년(2005년~2007년) 10건, 1조9075건까지 모두 합하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예타 면제사업은 총 221건, 115조4280억원에 달한다.
지난 5년(2014년~2018년)을 기준으로 할땐 108건, 사업비 48조3185억원 규모다. 이중 35건, 4조7333억원이 SOC사업이었다.
다만 현 정부는 MB정부가 예타 면제와 허술한 감사 등으로 무리하게 강행했던 4대강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환경에 미친 악영향 때문에 '녹조라떼' 등의 신조어를 낳았고 정치권에선 '최악의 혈세낭비 사업'이라고 폄하되기도 한 사업이다.
홍 부총리는 "이번 프로젝트 대상사업 선정 기준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신속한 추진이 가능한 사업,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이었다"며 "과거 30대 프로젝트와 4대강 사업과는 사업 내용 및 추진 방식 등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SOC 외에도 R&D 투자 등 지역 전략산업 육성사업을 함께 포함했고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추진했다"며 "환경·의료·교통 등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사업을 포함했고 절차적으로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절차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 점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재정 지출과 관련해선 "향후 10년간 국비 기준 연 평균 1조9000억원이 소요돼 올해 정부 재정 총 지출 규모 470조원과 비교해 볼 때 중·장기적인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재정 운용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출 구조 개혁 등 재정 혁신 노력을 배가해 재정 부담을 최대한 흡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사업비 500억원, 국비 지원 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인만큼 선심성 세금 낭비, 지자체 나눠먹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타는 국가 예산의 효율적 운영과 무분별한 토건사업으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라며 "토건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지자체별 나눠먹기식 예타 면제 사업 추진을 규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환경회의는 "예타는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016년 12월까지 총 782건 중 509건(65%)만 통과되는 등 무분별하게 제안된 재정 사업 시행을 거르는 최소한의 역할을 해왔다"며 "특히 공공사업의 경우 예타를 통해 예산 낭비를 막고 효율적으로 재원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을 포함해 예타 조사를 거르고 국토 생태계를 파괴한 토목사업이 부지기수"라며 "예타 면제사업 확대는 환경파괴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무시한 초법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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