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교육계, 혁신학교·절대평가 등 혁신교육 내놓을때마다 진땀
입시가 성공과 연결되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은 불안감 드러내
학부모 불안 최소화 하되 교육적 대전제 바탕으로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정부와 교육계는 미래사회를 대비해 인성과 창의, 체험을 중심으로 한 혁신 교육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 지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서울 송파구 가락초등학교, 해누리초·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1년 유예했다. 이로 인해 갈등을 장기화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 등 전인적 교육을 실시하는 혁신학교는 학력저하가 우려된다며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지원율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일반고 황폐화를 막기 위해 자사고·외고를 일반고와 함께 지원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자사고·외고에 지원이 더 몰리는 역효과가 난 셈이다. 14일에는 자사고·외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것이 학교 선택권 침해인지를 두고 헌법재판소 공개변론까지 열렸다.
문재인정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변별력 확보와 동점자 처리의 공정성을 문제삼았고 결국 공론화까지 거친 끝에 지난 8월 국어·영어·수학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국대 교육학과 조상식 교수는 16일 뉴시스에 "교육정책은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이어나가는 부분과 바람직한 미래상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적 대응 두 가지가 있는데 현실과 미래가 부딪히기 때문에 충돌은 자연스레 일어나게 된다"며 "국가교육방식이 개선돼야 하니 지금 학부모들에게 자식교육을 포기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혁신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이 거부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와 성공이 직결된 우리 사회의 구조 때문이다.
2018학년도 기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고등학교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7위까지가 자사고 혹은 특목고다.
소위 '입시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 중학교부터 고입 준비를 해야 하고 좋은 중학교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서부터 입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험·활동형 수업보다는 입시 위주 수업을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혁신교육을 강조하면서도 2022학년도 대입개편에서는 객관식 오지선다형인 수능의 비율을 확대해 학부모의 불안을 더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원대 일반사회교육학과 최현섭 명예교수는 "교육쪽으로는 역량을 중요시하는 혁신교육을 하도록 해놓고 정책적으로는 서열을 중요시하는 수능으로 돌아갈 것처럼 하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면 혁신교육과 입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는 "혁신교육으로 서울대를 더 많이 보냈다고 하면 반대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혁신교육을 통해 입학을 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같은 매뉴얼을 어떻게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발하느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자세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이 헬리오시티 3개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한다는 발표 후 주민들은 "50%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학교와 달리 예비혁신학교는 30%의 동의만 있어도 혁신학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일반학교와 예비혁신학교의 혁신학교 전환 절차와 조건은 같다고 밝혔다.
신안산대 교양과 이성대 교수는 "혁신학교가 수업을 안 하고 학력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있지만 혁신학교도 수업을 하고 학력성적이 좋은 사례도 있다"며 "혁신학교도 대입정보도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학생·학부모와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얘기다. 학력고사와 수능 세대인 현재의 학부모들은 대입을 통한 성공을 접해 온 연령대로, 새로운 교육에 대한 불안함과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꼭 혁신학교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배움의 흥미를 자극하는 교육을 하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호응이 오고 학부모들이 나서서 혁신학교를 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부모 동의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갈등만 생길 수 있다. 학부모가 장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과 학종,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와 같이 장기간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쟁점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문영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은 "완전 오픈형 토론보다는 교육적으로 대전제를 정해놓고 안건과 의제를 정해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 지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서울 송파구 가락초등학교, 해누리초·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1년 유예했다. 이로 인해 갈등을 장기화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 등 전인적 교육을 실시하는 혁신학교는 학력저하가 우려된다며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지원율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일반고 황폐화를 막기 위해 자사고·외고를 일반고와 함께 지원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자사고·외고에 지원이 더 몰리는 역효과가 난 셈이다. 14일에는 자사고·외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것이 학교 선택권 침해인지를 두고 헌법재판소 공개변론까지 열렸다.
문재인정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변별력 확보와 동점자 처리의 공정성을 문제삼았고 결국 공론화까지 거친 끝에 지난 8월 국어·영어·수학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국대 교육학과 조상식 교수는 16일 뉴시스에 "교육정책은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이어나가는 부분과 바람직한 미래상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적 대응 두 가지가 있는데 현실과 미래가 부딪히기 때문에 충돌은 자연스레 일어나게 된다"며 "국가교육방식이 개선돼야 하니 지금 학부모들에게 자식교육을 포기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혁신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이 거부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와 성공이 직결된 우리 사회의 구조 때문이다.
2018학년도 기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고등학교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7위까지가 자사고 혹은 특목고다.
소위 '입시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 중학교부터 고입 준비를 해야 하고 좋은 중학교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서부터 입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험·활동형 수업보다는 입시 위주 수업을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혁신교육을 강조하면서도 2022학년도 대입개편에서는 객관식 오지선다형인 수능의 비율을 확대해 학부모의 불안을 더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원대 일반사회교육학과 최현섭 명예교수는 "교육쪽으로는 역량을 중요시하는 혁신교육을 하도록 해놓고 정책적으로는 서열을 중요시하는 수능으로 돌아갈 것처럼 하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면 혁신교육과 입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는 "혁신교육으로 서울대를 더 많이 보냈다고 하면 반대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혁신교육을 통해 입학을 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같은 매뉴얼을 어떻게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발하느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자세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이 헬리오시티 3개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한다는 발표 후 주민들은 "50%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학교와 달리 예비혁신학교는 30%의 동의만 있어도 혁신학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일반학교와 예비혁신학교의 혁신학교 전환 절차와 조건은 같다고 밝혔다.
신안산대 교양과 이성대 교수는 "혁신학교가 수업을 안 하고 학력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있지만 혁신학교도 수업을 하고 학력성적이 좋은 사례도 있다"며 "혁신학교도 대입정보도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학생·학부모와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얘기다. 학력고사와 수능 세대인 현재의 학부모들은 대입을 통한 성공을 접해 온 연령대로, 새로운 교육에 대한 불안함과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꼭 혁신학교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배움의 흥미를 자극하는 교육을 하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호응이 오고 학부모들이 나서서 혁신학교를 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부모 동의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갈등만 생길 수 있다. 학부모가 장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과 학종,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와 같이 장기간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쟁점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문영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은 "완전 오픈형 토론보다는 교육적으로 대전제를 정해놓고 안건과 의제를 정해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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