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실수요자, '학습효과'로 매도-매수 시기 연기
실수요 "하우스푸어될까봐" vs 집주인 '더 오를까봐"
"내년 시장안정 기대 높지만, '방아쇠 효과' 우려 여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서울 부동산시장이 조정국면에 진입했지만 집주인과 매수자 모두 시장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
실수요자들은 집주인이 부르는 높은 가격에 추격 매수를 하지 않고 집주인들도 일부 단지에서 나오는 급매물을 제외하면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갈수록 매도-매수시기를 가급적 뒤로 미루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동산시장은 겨울철 비수기를 맞은데다 관망세가 깊어져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11일 KB국민은행이 매주 발표하는 '매매거래 동향' 지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 지수는 1.8로 지난 2013년 1월 첫째 주(1.5) 이래 5년11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시장의 한산함과 활발함을 0~200 범위 이내로 점수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매매거래가 한산하다는 의미다. 특히 강남은 거래 실종사태가 전주(1.5) 대비 심화하며 서울 평균보다 낮은 1.3으로 집계됐다. 9·13대책과 이어진 대출규제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거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탓이다. 사실상 투자수요는 막혔다.
다만 실수요자들도 아직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 '매수자·매도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매수우위지수는 49.7로 2016년 2월 넷째 주(45.7)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시중 중개업체들의 체감도를 보여주는데 '매수자 많음'은 51.6인 반면, '매수자 많음'은 1.3에 그쳐 온도차가 컸다.
서울 곳곳에서 급매물이 출현중이지만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는 이달 1~10일 1022건으로 일평균 102.2건에 그쳤다. 올해 신고건수가 가장 적었던 지난 11월 일평균 119.4건보다 16.8% 더 줄었다.
이 같은 버티기 장세가 연출되는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학습효과'를 든다.
매수자 입장에서 집값 조정기에는 매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산뒤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실수요자라도 대출이자 등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하우스 푸어'(주택 구입 이후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이미 경험했다는 점에서 매수자들의 시장 상황에 대한 관망세는 더욱 깊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세시장으로 실수요가 쏠리고 있다.
반면 집주인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오를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연일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집값 과열을 부추기며 시장 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도 본격적인 매도 시기를 내년 이후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올해 2~3월 겨울방학, 봄철 이사수요가 늘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9·13 대책 이후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유세 부담 역시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일단 종합부동산세 개정이 당초보다 후퇴해 앞으로 발표될 공시지가 현실화 등의 이슈에서도 정부가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부에서는 커지고 있다. 내년도 종부세 부담은 6월 보유분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간 시간을 벌었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도-매수자의 관망세가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신고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최근 5년3개월내 최저치인 2013년 8월(3149건·일평균 101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하며 당분간 조정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내년 봄이사철에 적체된 매물이 소화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도 "내년초 부동산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올해처럼 또 어떤 이슈가 트리거(방아쇠)를 당길지 모른다"며 "앞으로 관건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개발 이슈 등 개발호재가 투기 심리를 자극했다.
정부가 수차례 시장 규제를 쏟아내자 서울 부동산시장 생태계는 급격하게 바뀌면서 안정성이 파괴됐다. 개발호재가 발표될 때마다 또다시 가수요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마저 다급하게 만들면 집값 급등 사태가 또다시 연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씻을 수 없는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실수요자들은 집주인이 부르는 높은 가격에 추격 매수를 하지 않고 집주인들도 일부 단지에서 나오는 급매물을 제외하면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갈수록 매도-매수시기를 가급적 뒤로 미루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동산시장은 겨울철 비수기를 맞은데다 관망세가 깊어져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11일 KB국민은행이 매주 발표하는 '매매거래 동향' 지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 지수는 1.8로 지난 2013년 1월 첫째 주(1.5) 이래 5년11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시장의 한산함과 활발함을 0~200 범위 이내로 점수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매매거래가 한산하다는 의미다. 특히 강남은 거래 실종사태가 전주(1.5) 대비 심화하며 서울 평균보다 낮은 1.3으로 집계됐다. 9·13대책과 이어진 대출규제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거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탓이다. 사실상 투자수요는 막혔다.
다만 실수요자들도 아직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 '매수자·매도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매수우위지수는 49.7로 2016년 2월 넷째 주(45.7)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시중 중개업체들의 체감도를 보여주는데 '매수자 많음'은 51.6인 반면, '매수자 많음'은 1.3에 그쳐 온도차가 컸다.
서울 곳곳에서 급매물이 출현중이지만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는 이달 1~10일 1022건으로 일평균 102.2건에 그쳤다. 올해 신고건수가 가장 적었던 지난 11월 일평균 119.4건보다 16.8% 더 줄었다.
이 같은 버티기 장세가 연출되는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학습효과'를 든다.
매수자 입장에서 집값 조정기에는 매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산뒤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실수요자라도 대출이자 등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하우스 푸어'(주택 구입 이후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이미 경험했다는 점에서 매수자들의 시장 상황에 대한 관망세는 더욱 깊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세시장으로 실수요가 쏠리고 있다.
반면 집주인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오를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연일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집값 과열을 부추기며 시장 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도 본격적인 매도 시기를 내년 이후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올해 2~3월 겨울방학, 봄철 이사수요가 늘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9·13 대책 이후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유세 부담 역시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일단 종합부동산세 개정이 당초보다 후퇴해 앞으로 발표될 공시지가 현실화 등의 이슈에서도 정부가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부에서는 커지고 있다. 내년도 종부세 부담은 6월 보유분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간 시간을 벌었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도-매수자의 관망세가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신고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최근 5년3개월내 최저치인 2013년 8월(3149건·일평균 101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하며 당분간 조정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내년 봄이사철에 적체된 매물이 소화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도 "내년초 부동산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올해처럼 또 어떤 이슈가 트리거(방아쇠)를 당길지 모른다"며 "앞으로 관건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개발 이슈 등 개발호재가 투기 심리를 자극했다.
정부가 수차례 시장 규제를 쏟아내자 서울 부동산시장 생태계는 급격하게 바뀌면서 안정성이 파괴됐다. 개발호재가 발표될 때마다 또다시 가수요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마저 다급하게 만들면 집값 급등 사태가 또다시 연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씻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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