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할수록 수입이 더 크게 늘어"
"관세부과, 국소적 조치는 무역적자 더 키울 수 있어"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관세 폭탄'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오히려 무역 적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는 576억 달러(약 61조 3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44억 달러)에 비해 29.7%나 증가한 규모다.
'무역 적자 축소'를 공약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적자 규모는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미국의 무역 적자는 5684억 달러(약 604조원)를 기록해 2016년(5048억 달러)에 비해 12.6%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6개월 연속으로 적자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적자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500억 달러(53조원) 규모의 대중국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데 이어 이날 1000억 달러(106조원) 규모의 추가 대중국 관세 부과 검토를 지시했다.
지난 2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293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230억 달러)에 비해 27.4%나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서도 미국의 적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2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아시아(30.3%), 유럽(27.0%), 중남미(57.2%), 아프리카(96.5%)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적자 규모가 줄어든 지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10.5%) 회원국 정도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진단과 달리 다수의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무역 적자 확대는 미국 자체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경기 회복세가 가속화될수록 소비성향이 높은 미국 경제는 수입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감세 정책 등 경제 성장세를 가속화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도 기업과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대하기 때문에 무역 적자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2월 미국의 상품·서비스 수출은 204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나 늘었다. 적자 규모가 커진 이유는 수입(2620억 달러)이 더 큰 폭(10.9%)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세 부과처럼 무역 장벽을 쌓는게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현명한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엘 내로프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현재 산업화된 어떤 국가보다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미국의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는 교역의 패턴을 바꾸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무역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가격을 높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것(무역적자)이 정책의 성공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면 모든 것이 점점더 나빠질 것"이라며 "왜냐하면 미국은 더 많은 외국 제품을 소비할 것이고, 그들은 더 확대되는 무역 적자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라잔 전 총재는 "관세 부과와 국소적 조치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며 "관세는 무역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특정 지역의 적자와 특정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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