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단계·동시적 조치 시 비핵화", 美와 어떻게 조율하나

기사등록 2018/03/28 16:42:15

미국은 '선 비핵화' 강조해 와...볼턴 등 매파는 더욱 강경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한국과 미국의 단계적·동시적 조치 시 비핵화' 입장과 미국의 '선 핵포기' 주장이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선의를 갖고 우리의 노력에 대응하며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한자로는 '同步', 신화통신의 영어번역은 'synchronous' ) 인 조치를 취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한국과 미국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로 보고 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강조해 온 '선 비핵화, 후 대화'라는 입장과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볼 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북 압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위해 신뢰할 만한 대화를 실시할 의향이나 구체적인 조치를 보여야만 대화를 하겠다는 얘기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이어 이달 전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합의하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화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남측 대북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38노스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달 북한 영변 핵시설의 갱도 공사가 지연되고 인력도 감축됐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최근 분석했다. 반면 제인스 인텔리전스는 영변 핵시설 내 새 원자로 시험가동이 의심된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환영식, 연회에 함께했다. 2018.03.28.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환영식, 연회에 함께했다. 2018.03.28.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참모진과의 논의 없이 즉석에서 수용했다. 때문에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다루려는 내용이 명확히 무엇인지를 놓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라인을 매파들로 교체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존 볼턴 백악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마이크 폼페이오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는 모두 내로라하는 대북 강경파들이다. 이들은 확고한 '선 비핵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대북 군사 행동을 불사해야 한다는 완강한 견해를 갖고 있다. 트럼프 주변이 대북 초강경파들도 채워진 만큼 이들이 북미 정상회담 방향에 영향을 미칠 공산도 크다.

 볼턴은 국가안보좌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며칠 전인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리비아식 북핵 폐기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수십 년간 반복한 행동은 이란을 따라 하는 협상의 위장술"이라며, 2003년 리비아 핵폐기와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 창고로의 핵시설물 이전 이후 2006년 양국 관계 정상화로 이어진 방법을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체제 수호와 미국의 적대 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김정은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폐기를 한 지 10년도 안 돼 축출돼 사망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문제는 미국의 또 다른 핵합의 사례인 이란 핵협정도 삐걱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과 국제사회는 2015년 핵무기용 우라늄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이란 제재를 해제한다는 합의를 맺었는데, 트럼프는 이 협정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미 온라인 종합매체 복스(VOX)는 북미 간 이견을 고려할 때 트럼프로선 북한에 국제기구 사찰로 핵개발 동결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꾀한다면 '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다만 북한이 다른 속셈이 있을 가능성을 잊어선 안 된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압박책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이 진담인지 시험해 보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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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3/28 16:42:1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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