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조성된 북·중 화해무드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정권의 대북 군사행동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전망했다.
닛케이는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얼어붙었던 북중 양국이 화해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후원자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번 방중에서 "단계적인 비핵화"의 뜻을 나타냈지만 시간벌기로 끝날 가능성도 있으며, 북중 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은 더욱 복잡한 길에 들어섰다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트럼프 정부 탄생 이후 한반도 정세를 움직여 온 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지 않으면 공격도 불사한다는 미국의 ‘군사옵션’이었는데, 미국의 이같은 군사행동이 현실성을 띠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중국으로 내몬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이 신문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중 양국의 정상회담 조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말이라고 전했다. 거듭된 방중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북한이 지난해 말 들어 갑자기 긍정적 자세로 돌아섰는데, 이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온건파인 렉스 틸러슨 당시 미 국무장관 경질설이 나돌던 무렵이다.
올해들어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내 북미정상회담의 길을 열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뿌리 깊은데다, 미국이 외교안보팀에 대북 초강경파들을 포진시키자 김정은 위원장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 닛케이의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수락 이후인 이달 대북 온건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전격 발탁했다. 또 이어 비둘기파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해임하고, 후임에 매파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중국 공산당에서 대북 외교를 담당하는 중앙대외연락부의 실무자가 비밀리에 북한을 방북해 김정은의 방중 일정이 최종 조정됐다는 것이 닛케이의 분석이다.
닛케이는 북중 정상회담이 보여준 것은 중국이 북한 측에 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만일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중국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북중 화해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지고 트럼프가 주도했던 압력 노선의 효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남북,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적절한 대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에 제재 완화와 적대시 정책의 재검토 등의 당근책을 제공하더라도, 대북 압력 노선이 약화되면 비핵화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은 향후 6자 회담 등 대화를 제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이런 회담을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에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문은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정상회담도 실현되면 일본이 고립되는 듯한 인상은 더욱 강화되고, 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둘러싼 일본의 대북 협상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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