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해체...성추행으로 사라진 영광의 30년

기사등록 2018/02/19 16:55:08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02.1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성추행 논란'에 이어 '성폭행 의혹'까지 휩싸인 이윤택(66) 전 예술감독이 이끈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19일 결국 해체를 선언했다. 1986년 부산에 본거지를 두고 창단된 지 32년 만에 불명예를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부산 가마골소극장을 중심으로 첫 작품 '죽음의 푸가'에 이어 '히바쿠샤' '시민K' 등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실험하며 성장한 극단이다.

1988년 바탕골소극장에 올린 '산씻김'을 시작으로 서울 대학로에 부산 연극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시민K'가 큰 호평을 받으며 명실상부 전국구 극단이 됐다. 1994년 우리극연구소를 만들면서 서울에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이와 함께 '바보각시' '오구'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 '햄릿'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피의 결혼' 등 서양 고전을 한국적 양식으로 소화해낸 무대들이 호평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극단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부터는 일본.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해외 공연을 하기도 했다. 

중심에는 이 전 예술감독이 있었다. 부산에 기반한 신문사의 편집기자 출신인 그는 비평 활동과 시 쓰는 일을 겸하다 연극계에 주력한 뒤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양식과 카리스마로 자칭, 타칭 문화 게릴라로 통하며 연극계 선구자 또는 거장으로 불렸다.

1999년 밀양시의 지원으로 설립한 밀양연극촌이 이 전 감독의 명성을 대변하는 곳이다. 이듬해부터는 매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열어 공연을 하고 젊은 연출가, 배우들을 발굴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 전 감독 성추문의 본거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배우들은 일정 기간 이곳에서 합숙을 하면서 생활하는데 이 전 감독이 성추행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한 때 밀양연극촌은 이상적인 '연극공동체'로 통했다. 

연희단거리패의 존재감은 서울에서도 대단했다. 특히 이 전 감독은 국립극단이 재단법인되기 전인 2004~2005년 이곳의 예술감독을 맡는 등 명망이 드높았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02.1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02.19.  [email protected]
지난해 4월 연희단거리패의 서울 전진기지였던 혜화동에 위치한 게릴라 극장의 폐관은 모든 연극계가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2004년 설립 이후 연희단거리패의 소극장 레퍼토리와 더불어 명망 있는 연극인들의 다양한 실험의 장이 돼왔던 곳인데,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끊기고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폐관한 바 있다. 이후 연희단거리패는 이날 이 전 감독이 이날 사과를 한 30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서울 활동을 꾸려왔다.
 
이 전 예술감독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호'로 통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것이 이유로 알려졌었다. 게릴라 극장의 지원이 끊긴 것 역시 그 때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창인 이 전 감독은 문 대통령 당선 후 문화권력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권력에 뜻이 없다며 연극계에 매진했고, 일부에서는 그런 선택에 대해 호평했다.

하지만 이 전 감독은 성추문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한국본부가 이날 성명을 내고 제명 조치를 밝히는 등 연극계에서 퇴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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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해체...성추행으로 사라진 영광의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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