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빛나는 2인 뮤지컬 매력에 빠져볼까

기사등록 2016/08/05 08:27:35

최종수정 2016/12/28 17:28:04

【서울=뉴시스】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사진=뉴시스 DB)
■ '키다리 아저씨' VS '라흐마니노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학로에 나란히 처음 소개된 2인극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10월3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와 '라흐마니노프'(2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가 원작인 라이선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 삶을 바탕으로 한 창작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두 편 모두 아날로그 감성으로 대형 뮤지컬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성장담의 매력  

 2인극인 만큼 두 배우의 호흡이 중요하다. 관건은 두 배우의 시너지를 위해 짜여진 이야기의 정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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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라흐마니노프'(사진=HJ컬쳐)
 '키다리 아저씨'는 일명 '키다리 아저씨' 후원을 받아 성장하는 고아원 출신의 제루샤 주디 에봇(이지숙·유리아), 그녀의 성장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인 제르비스 펜들턴(신성록·송원근·강동호)의 우정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다.

 원작은 편지 형식인 서간체 문학인데 뮤지컬은 이를 영리하게 잘 살렸다. 에봇이 키다리 아저씨로 알고 있는 펜들턴에게 보내는 편지가 극을 이끄는 원동력인데 원작과 달리 이를 두 주인공이 나눠 읽으며 리듬을 만든다. 기존 대학로를 장악한 남·남 2인극이 아닌 남·녀 2인극이 주고 받는 호흡은 세심함과 로맨틱한 감성을 자아낸다.

 '라흐마니노프'는 '라흐마니노프'(박유덕·안재영)가 1895년 발표한 '교향곡 제1번'의 평판이 좋지 않아 신경 쇠약에 걸린 뒤 창작이 힘들었던 그와 이 당시 그를 돕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김경수·정동화)이야기다.

 튀지 않지만 다른 악기를 든든히 받쳐주는 비올라를 상징하는 니콜라이 달이 천재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음악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을 현악의 서정적인 운율에 잘 녹여냈다. 기존 남·남 2인극의 브로맨스가 갖춘 강렬함과 섹시함보다는 감성적인 교감에 초첨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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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사진=뉴시스 DB)
 두 뮤지컬의 네 주인공 모두 막이 내려갈 때 쯤 훌쩍 성장해 있다. 자신이 생각한대로만 믿던 에봇은 시야를 넓히고, 질투심에 사로잡혀 뜻하지 않는 거짓말로 에봇에게 상처를 준 펜들턴은 사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용기에 대해 깨닫는다. 라흐마니노프는 어린 시절부터 갇혀 있던 누나로부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며 니콜라이 달은 명예욕을 던져버리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게 된다.

 '키다리 아저씨'는 두 주인공의 갈등과 화해를 매끄럽게 풀어간다. 반면 '라흐마니노프'는 라흐마니노프가 내상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비교적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문학·음악적인 소재 잘 살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예술적인 측면을 잘 살린 뮤지컬임에는 틀림 없다. 특히 소극장과 중극장 뮤지컬인 만큼 대량 물량공세보다 아기자기한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작품의 문학·음악적인 특성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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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라흐마니노프'(사진=HJ컬쳐)
 에봇의 편지글 자체가 넘버가 되고 대사가 되는 '키다리 아저씨'는 문학을 뮤지컬로 옮기는데 전범을 보여준다. 펜들턴의 시선을 추가하며 원작에서 가려져 있던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했고, 극에 입체성도 만들었다. 여러 개의 여행 가방과 상자 등을 쌓아 산 정상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등 글만으로도 모든 것이 가능한 문학적 특성도 살려낸다.

 '라흐마니노프'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음악이다. 작곡 겸 음악감독 이진욱·작곡 김보람이 넘버의 90% 이상을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차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만들어냈으니 넘버만으로도 '라흐마니노프'의 삶의 그려진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과 3번을 특히 다채롭게 변주했다. 정점은 화려한 색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메인 테마로 삼은 '기억 저편으로'의 강렬함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팝발라드와 브릿팝 풍의 넘버가 주축인데 세련됐다.  

 ▲키다리 아저씨 : 세심하게 살려낸 원작의 문학 향기 ★★★★☆(★ 5개 만점)
 ▲라흐마니노프 : 모티브가 된 예술가에 대한 진심의 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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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빛나는 2인 뮤지컬 매력에 빠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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