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김동률, 시간과의 '동행' 들어보실래요

기사등록 2014/10/02 14:55:17

최종수정 2016/12/28 13:27:29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같이 들을래?"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젊은 날의 '서연'(수지)은 '승민'(이제훈)에게 CD플레이어에 꽂힌 이어폰 한쪽을 건네며 말한다. 그리고 "이젠 버틸 수 없다고~♬"로 시작하는 심금을 울리는 김동률(40)의 저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기억의 습작'은 김동률이 속했던 듀오 '전람회'가 1994년 발표한 1집 '엑시비션' 수록곡이다. 영화 덕분에 재조명을 받기도 했지만 김동률의 노래는 '함께 듣는' 음악으로 생명력을 이어왔다.   

 같은 매니지먼트사 뮤직팜의 소속 싱어송라이터 이적(40)의 노래가 그의 말마따나 '시간을 견디는 음악'이라면 김동률의 노래는 '시간을 함께 해온 음악'이다. 두 뮤지션은 1990년대 청년들의 감성을 건드려온 공통점이 있다. 그때 청년들은 지금 중년이 됐다.  

 김동률의 노래는 그래서 시간을 소환한다. 3년만인 1일 발표한 정규 6집 '동행' 역시 마찬가지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한결같이 음악과 함께 했고 그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과 동행해 왔다.  

 이번 앨범에는 추억도 한아름 담겨 있다. 타이틀곡 '그게 나야'만 들어봐도 명확하다. "그 시절을 아직 살아가는 한 사람, 그게 나야"라며 그 시절의 감성을 노래한다.

 "난 붙잡아 두려 해, 시간을 멈추려 해, 언젠가 우리 어떤 날에 마법이 풀리고 다 스러진다 해도"라는 시간을 거슬러올라간 '고백'도 있다.  듀오 '베란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베이시스트 이상순(40)이 힘을 보탠 곡의 제목은 '청춘'이다. 과거에 뜨거웠던 마음의 흔적이 담긴 '내 마음은'을 포함해 흘러간 시절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뮤직팜 소속 후배 가수 존 박(26)과 함께 부른 '어드바이스(Advice)'에서는 연륜이 쌓인 입장에서 그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한다.

 그럼에도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 건 마지막 트랙 '동행'의 노랫말처럼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 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라는 믿음 때문이다.

 음악이 쉽게 소비되는 시대, 음악의 소중함을 아는 김동률에게 '동행' 속 둘은 자신과 음악, 팬과 음악, 자신과 팬 등 다양한 관계의 변주다. 담백한 여백과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공존하는 '김동률표' 감성 발라드는 여전히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노랫말도 만만치 않다. 뮤직팜은 "김동률은 유행어나 속어는 배제한 채 가사의 운율을 맞추고 노래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한 흐름과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를 썼다"고 전했다.

 "너는 정말 괜찮은지 / 다 지운 채로 사는건지 /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은 '왜 내게는 추억인 척 할 수 없는지"라는 '동행'의 노랫말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 고종석(55)은 "노래는 시의 오래된 미래"라고 했다. 김동률의 이번 앨범이 그렇다. 무의미한 외마디 음절이 무한반복되는 흔한 중독성 대중가요에 비한다면 '동행'의 노랫말은 '시의 미래'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김동률은 '동행'으로 방송 활동에 나서지는 않는다. 콘서트로만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요즘 뮤지션들에게 이런 그의 일관된 행보는 낯설지만 '동행'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같이 들을래?"라고 언제든 권할 수 있는 음악이 아직 살아 있어 팬들은 버틸 수 있다.

 반응도 뜨겁다. 전날 발매 즉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가수 서태지(42)의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선공개곡으로 아이유(21)가 부른 '소격동'이 이날 발표됐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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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김동률, 시간과의 '동행'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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