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서지 않는 남자

기사등록 2011/10/10 07:11:00

최종수정 2016/12/27 22:51:42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55>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기에 ‘고개 숙인 남자’하면 모든 면으로 성숙한 멋진 남자를 의미할 것 같지만, 실은 독자들이 이미 짐작하듯 발기부전(勃起不全: impotence)의 장애를 가진 시원치 않은 남자를 뜻한다. 아니 시원찮은 남자로만 끝나지 않고 남성의 제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실로 무기력한 남자를 의미한다.

 ‘남자의 하반신은 독립된 자치국’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발기라는 남성의 성반응은 일종의 조건반사와도 같아서, 건강한 사람은 때와 장소에 따라 이성적으로 제어하려 해도 잘 되지 않다. 그런데 건강한 청년의 경우 5초도 걸리지 않는 이 발기라는 반사작용이 원활치 않아 자신은 물론 아내에게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발기부전이다.

 발기부전이란 남녀 모두가 만족스러울 정도의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발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발기가 되더라도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성생활 중 75% 이상 일어나는 경우로 정의한다. 연령별로는 남자 40대 10%, 50대 20%, 60대 30%, 70대 50%에서 발기부전이 발생하며, 우리나라에도 70만 명 이상의 남자, 대략 140만명의 남녀가 발기부전이라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다고 한다.

 젊은층이 많이 고민하는 조루증과 달리 중·노년층에게 많이 나타나는 발기부전은 사실 가장 심각한 형태의 성기능장애다. 왜냐하면 건강한 남성이 정상적인 성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발기, 성기 접합, 사정, 쾌감, 이완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음경의 발기는 이후의 과정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성의 성기능장애 하면 흔히 발기부전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고, 영어에 약한 사람일지라도 ‘임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니, 우선 임포텐스(impotence)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임포텐스(impotence)는 부정의 접두어 ‘임(im: not)’과 힘이라는 뜻의 ‘포텐스(potence: power)’가 결합된 글자다. 따라서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단종(斷種)된 모 자동차 회사의 대형 승용차 ‘포텐샤(potentia)’도 어원이 같다. ‘배기량의 차이가 힘의 차이’라는 선전 문구에 걸맞게 소형이 아닌 대형이니 만큼 힘도 좋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임포텐스라는 용어가 남성에게 사용되면 그 남성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남자가 되니, 남성이 정상적인 성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음경의 발기 현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음경의 발기는 신체적으로 신경계, 혈관계, 내분비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반사현상이다. 여기에 인간만의 정신적 측면 또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발기부전의 원인은 심인성(心因性)과 기질성(器質性)으로 나뉘고, 기질성의 경우는 다시금 신경장애성, 혈관장애성, 내분비장애성 발기부전으로 분류된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정신적인 이유로 인해 발기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여성의 매력 감퇴나 성행위 중의 잡념, 불안과 죄의식, 공포감과 열등감 등 여러 가지 정신적 원인이 발기를 저해한다. 돌연 시작된 발기부전에 대해 특정한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자위행위 때나 새벽에는 발기가 가능하며 경과도 무척 다양하다. 치료는 당연히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접근해야 하며, 환자의 심층에 깔린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소해야 한다.

 신체적 원인에 따른 기질성 발기부전은 심인성의 경우 보이는 증상과는 판이해서, 발기부전이 서서히 진행한다. 지속적으로 일정한 경과를 밟으며, 새벽에는 물론 자위행위 때도 발기가 원활하지 못하다. 아울러 성적 충동도 미약하고, 발기를 위시한 전체적인 성반응도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비록 기질성 발기부전이 신경장애성, 내분비장애성, 혈관장애성 등으로 다시금 구분되지만 호르몬 분비 문제인 내분비장애성은 극히 드물고, 발기에 관여하는 신경이 손상된 신경장애성은 교통사고처럼 특정한 경우에 한하니, 기질성 발기부전은 혈관장애성일 때가 대부분이다.

 혈관장애성 발기부전은 문자 그대로 음경의 혈관에 장애가 생겨 발기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발기는 동맥혈의 유입과 함께 정맥으로의 유출이 차단돼 일어난다. 동맥으로의 혈액 유입이 충분하지 않거나 혹 충분히 유입되더라도 정맥으로 자꾸 새나가면 발기가 완전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정맥으로 자꾸 누출되는 탓에 발기가 충분히 지속되지 않는 발기부전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치료는 음경혈관재건수술이라는 언뜻 듣기에 어렵고 복잡한 외과적 수술법에 의존한다. 사실 초등학생 정도의 물리 지식만 동원하면 하나도 어려울 게 없다.

 먼저 손상이나 동맥경화증 등으로 음경동맥에 협착이 생겨 유입량이 부족하면 하복부의 복부동맥을 음경으로 옮겨와 음경의 중심동맥이나 배부동맥, 또는 해면체 내로 직접 연결시켜 혈액량을 늘려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복부대동맥과 음경동맥 상호문합술(相互吻合術)이라 한다. 음경동맥의 직경이 너무 가늘어 현미경 하의 미세 수술로만 가능해 수술 성공률은 약 60% 정도다.

 한편 유입량은 충분한데도 정맥으로 자꾸만 유출되는 경우는 누출 경로인 정맥을 묶어 버리는 음경정맥 결찰술(結紮術)을 시행한다. 성공률은 70% 정도다. 그러나 최근의 수술적 치료법은 인공장기 추세에 발맞추는 때문인지 음경보형물(陰莖補型物: penile prosthesis)이라는 인조음경 이식수술이 많이 사용된다.

 정확히 ‘음경보형물 해면체내 유치법(留置法)’이라 불리는 이 수술은 포유동물 가운데 개, 여우, 너구리 등 몇몇 동물의 음경에는 뼈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사람에게도 같은 원리를 시도한 것이다. 처음에는 갈비뼈의 연골 부분을 연필 크기보다 가늘게 다듬어서 음경 속에 이식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러나 이식 후 너무 딱딱했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꾸 변형되고, 1년여가 지나서는 아예 흡수돼 없어져 버리므로 지속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보형물의 재료가 아크릴, 폴리에틸렌 등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개량된 실리콘 보형물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보형물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으니 처음에는 항상 발기된 형태를 취했던 것이 바지 입기가 불편하다는 항의 등으로 일단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변했다. 요즘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가지고 마음대로 팽창과 이완이 조절 가능한 최신형이 등장했다. 최신형 보형물은 펌프, 물주머니, 실린더의 3부분과 이를 연결하는 튜브로 구성된다. 펌프는 음낭, 실린더는 음경해면체, 물주머니는 방광 옆에 집어넣어 외관상 전혀 표가 나지 않는다. 유사시 음낭 속의 펌프를 대여섯 차례 눌러 주면 물주머니 속의 물이 음경해면체에 있는 실린더 속으로 들어가 화낸 표정을 만들어 준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펌프 아랫부분을 지그시 눌러 실린더 속의 물을 물주머니 쪽으로 원위치 시킬 수 있다. 요사이는 아예 펌프, 물주머니, 실린더가 각각 분리되지 않은 일체형까지 등장하는 등 의공학(醫工學)의 발전과 함께 이 분야도 놀랄 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독자들 중에는 이 보형물이야말로 모든 남성이 꿈꾸던 자유자재한 여의봉(如意棒) 아니겠느냐며 찬탄을 연발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이 보형물 삽입술은 발기부전 환자에게 적용되는 최종적인 시술이므로 가능한 한 모든 치료를 시도한 후 적용해야 한다.

 또 부담되는 수술비용도 문제이지만, 시술 이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나 고장률도 5~10%나 된다. 고장이 나도 대개는 부분적이기에 보수하기 쉽다지만, 한번 생각해보라. 잔뜩 폼 잡고, 무드(mood)잡고, 여의봉이라기보다는 ‘여지봉(如指棒)’을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려 일으켜 세우려는데 고장이 났다면 완전히 기분 잡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어떤 이유보다도 보형물의 단점은 시술 대상이 무척 간사한 인간이라는 데 있다. 50세가 넘어 이런저런 치료로도 효과가 없고,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여유로운 남성들은 최종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다. 여러 번 머뭇거리다가 ‘못해서 못하는 것’하고 ‘원치 않아서 안 하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며 보형물 삽입술을 시행한다. 시술 후 한동안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터미네이터(terminator)에 불과해. 사정하고 나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마누라는 내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고 제 흥에 겨워 계속하는데 이젠 서서히 지겨워져. 나는 사람이 아니고 기계인가 봐.’ 등등의 자조(自嘲)를 곱씹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수술을 받고서도 조루증 때문에 저자를 찾아온 가방 끈이 긴[高學歷고학력] 환자 한 분은 소위 ‘아이덴티티(identity)’가 실종된 것 같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영구적인 보형물과 달리 유사시에만 사용하는 보형물도 있다. 이는 인위적으로 발기상태를 유지시키는 발기유발제 주사다. 한편으론 화학적 보형물(chemical prosthesis)이라고도 한다. 더욱 상세히 설명하면 ‘혈관확장제 해면체 내 자가주입법(自家注入法)’이라는 긴 이름이 필요하다. 이는 동맥혈의 유입은 평시보다 300~700% 증가시키면서 정맥혈의 유출은 감소시키는 파파베린(papaverine) 등의 약물을 음경해면체에 주입해서 인위적으로 발기를 유발하는 방법이다. 사용 약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흔히 파파베린 한 가지만을 단독 사용하거나 파파베린과 펜톨아민(phentolamine)을 혼합해 사용한다. 대개 당뇨병이 있는 발기부전 환자에게 많이 응용된다.

 이 방법은 사정이나 쾌감이 정상적으로 일어나는데다가 사정 후에도 일정 시간 발기가 지속돼 조루증 환자에게도 이롭다.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 또한 없지 않으니, 우선 매번 주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음경표피하의 점상출혈(點狀出血)로 우리의 주장군(朱將軍)이 시퍼렇게 멍든 모습이 연출되고, 이와 더불어 주입약물의 용량이 많으면 음경지속발기증으로 24시간 이상 발기가 계속되기도 한다. 때문에 파파베린 주입 후 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면 에피네프린(epinephrine) 주사를 다시 한 번 맞아서 누그러뜨려야 한다. 한편 파파베린을 오랫동안 사용했을 때 그 후유증으로 음경해면체의 섬유화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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