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백성현, 권상우·이서진·최수종 아역 잊어라

기사등록 2010/04/25 08:44:00

최종수정 2017/01/11 11:43:57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드라마 ‘천국의 계단’ 권상우(34), ‘다모’ 이서진(37), ‘해신’ 최수종(48)…. 그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얼굴은 하나였다. 당시의 어린이 탤런트 톱스타 백성현(21)이다.

 29일 개봉하는 이준익(51)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그러나 ‘아역 백성현’은 없다. 수줍은 미소가 남아있기는 하다. 그래도 그는 늠름한 청년이다.

 영화는 1592년 임진왜란 직전 혼돈의 시대를 틈 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반란군 수뇌 이몽학(차승원·40)과 그를 막아내려는 맹인검객 황정학(황정민·40)의 대결을 그렸다. 백성현은 아버지를 죽인 이몽학에게 복수하고자 황정학의 제자가 된 ‘한견자’로 나온다.

 조선 최고의 세도가 ‘한신균’의 아들이지만 기생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서자다. ‘개 견(犬)’, ‘아들 자(子)’ 자를 쓰는 ‘개새끼’다. 신분제 사회의 벽에 갇힌 채 성장통을 겪는 서얼 젊은이의 분노와 원망, 한을 날카로운 눈빛과 절규, 반항기 서린 몸짓으로 드러낸다.

 백성현은 “관계자들이 ‘넌 잘 될거야’라면서도 ‘근데 나하고는 다음에 하자’더라. ‘너라면 아역 연기는 믿고 맡기겠는데 성인 역은 믿고 맡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3 때부터 2~3년간 그런 대우를 받았다. 그게 가장 큰 상처였다. 견자의 울분을 표현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가까운 과거를 떠올렸다.

 “어리다는 이유로 배역이 주어지지 않았다. 절망할 때도 있었고 ‘내가 이거밖에 안 되나’ 생각했다”면서 “‘죽고자 하면 산다’고 죽자고 견자를 팠다. 시나리오가 없어도 가상의 견자와 옆에서 대화할 정도였다. 누구보다 분석을 많이 했다”는 독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이준익 감독과 차승원, 황정민 두 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견자의 50%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겸양도 빼놓지 않았다. 감독은 그에게 ‘왕을 참하라’와 ‘임꺽정’ 등 책 두 권을 독파하라고 주문했고, 황정민의 조언은 백성현을 용기백배하게 만들었다.

 “정민 형한테 견자 역이 부담스러워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형은 ‘네가 캐스팅된 이상 견자는 너 하나뿐이다. 네가 최선을 다했는지는 너만이 안다. 감독이 오케이 했어도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하자고 해라. 그 마음을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라’고 했다”며 “형 말을 듣고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촬영했다”는 고백이다.

 탤런트 이의정(35)의 어머니도 고맙기만 하다. “어렸을 때 이태원에 살았는데 이웃집에 의정 누나가 살았다. 당시 ‘칠갑산’, ‘소양강 처녀’ 등을 불렀는데 누나 어머니가 끼가 있다고 연예인을 시켜보라고 했다”면서 “부모가 내 연기를 보고 눈물 흘리거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뿌듯해한다. “조만간 의정 누나 집을 찾아가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차승원과 황정민, 어느 배우처럼 되고 싶을까. “승원 형은 연기할 때 내비게이션처럼 아스팔트 도로 위의 정확한 길을 가고, 정민 형은 어떤 때는 사막을 오르고 또 어떤 때는 도로가 없는 길을 마음대로 질주하는 배우라고 했다. 나한테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다가 갑자기 오프 도로를 달리기도 하지만 다시 도시로 돌아와 질주하는 배우가 되라고 했다”는 이 감독의 조언으로 답을 대신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백성현의 손을 떠났다. “여유가 부족해 감정을 놓친 부분이 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관객들이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왜군에 달려들어 5분 정도 더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됐다.” 아쉬운 점들이다.

 그러나 백성현은 큰 자산을 얻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내 능력, 위치를 확실하게 안 것 같다”며 “연기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데 뭐가 맞는지 몰랐다. 너무 많은 방법들이 혼란스러웠는데 채점을 해줄 수 있는 정민 형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았다는 게 감사하고 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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