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감독 이준익·51)은 이몽학(차승원·40) 황정학(황정민·40) 한견자(백성현·21) 백지(한지혜·26)의 일장춘몽이다. 꿈을 향하는 그들의 여정은 달콤하고 생생하다. 동시에 우울하다.
1592년 임진왜란 직전, 혼돈의 시대를 틈 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반란군 수뇌 이몽학, 그에 맞서 세상을 지키려는 맹인검객 황정학, 아버지를 죽인 이몽학에게 복수하기 위해 황정학의 제자가 된 한견자, 정인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이몽학을 찾아나서는 길에 합류하는 기생 백지. 다른듯 하지만 각자 자신의 목표를 좇는다.
영화는 조선 중기 문신인 사상가 정여립(1546~1589)이 만든 대동계로 시작한다. 정여립은 역적으로 몰려 죽는다. 정여립의 죽음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대동계원들은 흐릿하고 뿌옇게 처리된다. 맹인검객 황정학의 시선이다.
동인과 서인의 대립이 극에 달한 시대다. 왜구를 척결하려고 결성됐다는 대동계를 서인은 역도로 칭하고, 동인은 모른 척한다. 평등세상을 꿈꾸는 대동계의 멤버인 황정학과 이몽학은 정여립의 죽음 이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다. 남은 것은 상호 대립과 대치다.
황정학의 시선으로 출발한 영화는 이내 이몽학과 한견자, 백지에게 고루 눈길을 준다. 특히, 견자를 주목해야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원동력이다. 이 캐릭터를 향한 감독의 애정은 거의 집착 수준이다. 수차례나 ‘견자의 성장통’에 동화되다시피 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신분사회 세도가의 서자인 견자에 힘을 실어준다.
백성현도 기대에 부응했다.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절규하고 칼을 놀린다. 견자의 이야기만으로는 극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어 이몽학과 황정학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산벌’(2003)과 ‘왕의 남자’(2005)에서 풍자와 해학으로 권력에 접근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왕과 세도가를 가볍게 대했다. 권력은 편 가르기만 일삼고, 왕은 무기력하다. 견자가 황정학에게서 검술을 배우는 과정은 코미디처럼 유쾌하다. 한을 품은 백지는 매력적이다. 한지혜가 직접 노래한 ‘상사몽’은 배경음악 그 이상이다.
그러나 허탈하다. 황정학과 이몽학의 대결장면은 긴장감만 잔뜩 고조시킨 뒤 싱겁게 끝난다. 이몽학과 한견자의 싸움은 더 허무하다. 감독이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다. 29일 개봉한다.
[email protected]
1592년 임진왜란 직전, 혼돈의 시대를 틈 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반란군 수뇌 이몽학, 그에 맞서 세상을 지키려는 맹인검객 황정학, 아버지를 죽인 이몽학에게 복수하기 위해 황정학의 제자가 된 한견자, 정인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이몽학을 찾아나서는 길에 합류하는 기생 백지. 다른듯 하지만 각자 자신의 목표를 좇는다.
영화는 조선 중기 문신인 사상가 정여립(1546~1589)이 만든 대동계로 시작한다. 정여립은 역적으로 몰려 죽는다. 정여립의 죽음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대동계원들은 흐릿하고 뿌옇게 처리된다. 맹인검객 황정학의 시선이다.
동인과 서인의 대립이 극에 달한 시대다. 왜구를 척결하려고 결성됐다는 대동계를 서인은 역도로 칭하고, 동인은 모른 척한다. 평등세상을 꿈꾸는 대동계의 멤버인 황정학과 이몽학은 정여립의 죽음 이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다. 남은 것은 상호 대립과 대치다.
황정학의 시선으로 출발한 영화는 이내 이몽학과 한견자, 백지에게 고루 눈길을 준다. 특히, 견자를 주목해야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원동력이다. 이 캐릭터를 향한 감독의 애정은 거의 집착 수준이다. 수차례나 ‘견자의 성장통’에 동화되다시피 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신분사회 세도가의 서자인 견자에 힘을 실어준다.
백성현도 기대에 부응했다.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절규하고 칼을 놀린다. 견자의 이야기만으로는 극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어 이몽학과 황정학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산벌’(2003)과 ‘왕의 남자’(2005)에서 풍자와 해학으로 권력에 접근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왕과 세도가를 가볍게 대했다. 권력은 편 가르기만 일삼고, 왕은 무기력하다. 견자가 황정학에게서 검술을 배우는 과정은 코미디처럼 유쾌하다. 한을 품은 백지는 매력적이다. 한지혜가 직접 노래한 ‘상사몽’은 배경음악 그 이상이다.
그러나 허탈하다. 황정학과 이몽학의 대결장면은 긴장감만 잔뜩 고조시킨 뒤 싱겁게 끝난다. 이몽학과 한견자의 싸움은 더 허무하다. 감독이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다.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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