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날의 짙은 잔상…유재하 순수와 김현식 절창을 부르다

기사등록 2026/11/01 08: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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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각각 39주기·36주기 맞은 불멸의 거장들

독보적 그루브 남긴 함중아 7주기도

[서울=뉴시스] 유재하. (사진 = 유재하장학재단 제공) 2026.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유재하. (사진 = 유재하장학재단 제공) 2026.11.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유재하(1962~1987)와 김현식(1958~1990)은 만추(晩秋)의 문턱인 11월 첫날이면 유독 짙은 서정의 잔상을 남기는 '불멸의 음악가'들이다. 1일은 두 거장이 차례로 영면에 든 날이다. 올해로 각각 39주기와 36주기를 맞았다.

유재하는 1987년 11월 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겨우 스물다섯, 찬란한 청춘의 정점이었다. 김현식은 1990년 11월 1일 간경화 투병 끝에 서른둘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다.

두 사람은 짧지만 깊은 음악적 궤적을 공유했다. 1986년 유재하는 김현식의 백밴드였던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건반 연주자로 몸담았다. 훗날 듀오 '봄여름가을겨울'로 한국 대중음악에 굵직한 자국을 남긴 김종진(기타)과 고(故) 전태관(드럼) 등이 한자리에서 호흡을 맞추며 빛나는 음악적 화학반응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순수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유재하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등 당대 최고 밴드에서 건반을 잡으며 일찌감치 내공을 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단 한 장의 독집 앨범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의 미학적 분기점을 마련한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는다.

1987년 8월 세상에 나온 유작이자 데뷔작 '사랑하기 때문에'는 사후에야 그 독보적인 가치와 완성도를 온전히 인정받았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우울한 편지', '지난날', '가리워진 길', '사랑하기 때문에' 등 수록곡 전곡이 하나의 유기적인 소우주를 형성한다. 한양대 음대 작곡과 출신으로 화성학과 대위법의 정교한 미학을 가요에 자연스럽게 이식한 그는 '한국형 팝 발라드'의 지평을 연 개척자였다.

고인의 음악적 혼은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통해 후대 싱어송라이터들에게 끊임없이 수혈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요절을 애통해한 유족이 음원 수익금 등으로 장학회를 설립하며 시작된 이 무대는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김연우, 강현민, 루시드폴, 이한철, 방시혁, 자화상(정지찬·나원주), 스윗소로우 등 300여 명의 음악가를 배출하며 한국 대중음악계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됐다.

올해 역시 CJ문화재단 등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제37회 CJ와 함께 하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오는 21일 오후 5시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소나무홀에서 열린다. 매년 늦가을마다 순수한 창작열을 품은 청년 음악인들이 유재하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 첫 목소리를 띄우고 있다. 윤석훈, 이재경, isok 등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10팀이 본선에서 경합한다.

1980년 1집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데뷔한 김현식은 한 시대를 관통한 독보적인 보컬리스트다. 점차 쇠약해지는 육신 속에서 거칠고 탁해진 목소리는 기교를 넘어선 '생음(生音)'의 울림이었고, 그 갈라진 질감 자체가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매혹이 됐다.

그는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짙은 정서를 주류 한가운데로 밀어 올린 선구자였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영혼의 바닥에서 뿜어 올리는 '순수한 사랑'을 노래해 '사랑의 가객'으로 불렸다. 고통을 삼켜내듯 토해내는 처절한 절창은 고독과 상흔을 껴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정화와 카타르시스를 건넸다.
[서울=뉴시스] 김현식. (사진 = 슈퍼맨씨엔엠 제공) 2026.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현식. (사진 = 슈퍼맨씨엔엠 제공) 2026.11.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넋두리',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등 그가 남긴 궤적은 여전히 생생하다. 1986년 발표한 3집에는 유재하가 헌사한 '가리워진 길'이 실려 두 청춘의 애틋한 음악적 연대를 증명한다. 김현식 사후에 발매된 정규 6집은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시대의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의 음악은 세월의 더께 속에서도 끊임없이 호명된다. 30주기 기념 리메이크 앨범 '추억 만들기'를 비롯해 그의 대표곡들을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의 음악적 체온은 무대 위에서 계속해서 환기됐다.

힙합 그룹 '에픽하이'는 2004년 정규 2집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에서 유재하와 김현식을 기리는 헌정곡 '11월 1일'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 멤버는 전설이 된 두 거장을 향한 그리움과 경외를 노랫말에 새겼다.

"피아노와 통기타 멜로디로 꿈을 채웠고 / 현실보다 그사람은 음악을 사랑했었죠 / 오(Oh) 그 지난날 난 다른 길에 발 딛고 / 무대 위에서 내게 보내던 분홍빛깔 미소 아직도 / 그때가 그립다 그땐 사랑과 열정이 독이 될 줄 몰랐으니깐 / 괴리감은 천재성의 그림자"

두 사람의 찬란했던 시절과 음악적 조우를 극화한 영화 '너와 나의 계절'(감독 정다원, 김동희·진선규 주연·개봉 예정) 또한 이들의 청춘과 시대를 기억하는 또 다른 시선으로 회자된다.

11월1일은 또 다른 음악 여정이 멈춘 날이기도 하다. 1970~1980년대 그룹사운드 '골든 그레입스', '함중아와 양키스' 등에서 활약한 함중아(1952~2019)의 7주기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재해석한 '풍문으로 들었소'의 원작자인 그는 '내게도 사랑이', '안개 속의 두 그림자' 등의 명곡을 남겼다. 특유의 사이키델릭 록과 짙은 그루브로 한국 대중음악의 결을 넓힌 그의 유산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로 소리꾼 이희문이 부른 '그 사나이' 등을 통해 지금도 고유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최근 '풍문으로 들었소'의 작사가 장경수가 별세하면서 함중아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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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날의 짙은 잔상…유재하 순수와 김현식 절창을 부르다

기사등록 2026/11/01 08:44:3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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