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42년 맥 역사상 첫 터치 화면…스티브 잡스·팀 쿡의 원칙 허문 이유

기사등록 2026/10/30 06:00:00

최종수정 2026/10/30 06:08: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故스티브 잡스 "수직 화면 터치는 불편"·팀 쿡 "맥·아이패드 통합은 타협"

OLED·자체 칩 발전에 젊은 이용자 수요까지…터치 도입 조건 달라져

최고급 맥북부터 첫 적용…맥·아이패드 경계 변화, 실용성·가격은 시험대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008년 1월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마친 뒤 신형 맥북 에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08.01.15.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008년 1월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마친 뒤 신형 맥북 에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08.01.15.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오랫동안 사용하면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토스터와 냉장고를 합칠 수는 있지만, 이용자가 만족할 만한 제품은 아닐 것이다."

애플을 이끌었던 고(故) 스티브 잡스가 수직 화면의 터치 조작을, 팀 쿡이 노트북과 태블릿의 결합을 경계하며 남긴 말이다. 애플이 이런 우려 속에 고수해 온 '터치 없는 맥' 원칙을 42년 만에 뒤집었다.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 취임 두 달 만에 1984년 첫 매킨토시 출시 이후 최초의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를 공개하면서다.

당초 터너스 CEO마저도 과거 부정적 의사를 밝혔던 맥북의 화면 터치 기능이 첫 등장하면서 애플 제품의 변화에 또 한 번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애플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신제품 행사에서 화면을 직접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기존 키보드·트랙패드에 터치를 더한 첫 맥북이다. 탠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프로LED XDR' 화면과 M5 프로·맥스 칩 등을 갖췄다.

잡스부터 터너스까지…'터치 없는 맥' 고집했던 16년

애플의 터치 맥 반대 논리는 잡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잡스는 2010년 10월 '백 투 더 맥' 행사에서 세워진 화면에 손을 뻗어 조작하는 방식은 인체공학적으로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이용하면 팔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노트북에서는 화면이 아닌 트랙패드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쿡 전 CEO 역시 2012년 실적발표에서 태블릿과 노트북을 합치는 전략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토스터와 냉장고를 합칠 수는 있지만 이용자가 만족할 제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유였다. 다만 이는 터치스크린 자체를 금지한다기보다 아이패드와 맥북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각각의 장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가까웠다.

맥의 기존 인터페이스를 고수한 것은 제품 간 구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6년 필 실러 당시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마우스로 작은 아이콘을 선택하는 방식과 손가락 터치를 동시에 최적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터너스 CEO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던 2021년 터너스는 맥이 키보드와 트랙패드 등 간접 입력에 최적화돼 있어 이를 바꿀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터치가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아이패드가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 발표를 계기로 터너스의 설명도 달라졌다. 그는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맥은 여전히 간접 입력을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터치가 더 편리하고 유용한 순간도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28일(현지 시간) 프로레드 XDR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애플은 28일(현지 시간) 프로레드 XDR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기술 발전·세대 변화…16년 전과 달라진 환경

애플이 꼽는 변화의 배경은 기술이다. 조니 스루지 애플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는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와 자체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터치를 추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은 터치 센서를 OLED 패널에 직접 통합해 반응 속도를 높이고, 터치 도입에도 두께·무게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를 때 생기는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힌지도 재설계했다. 작은 버튼 등은 터치 시 선택 영역을 키우도록 운영체제도 손봤다. 과거 지적했던 불편함을 기존 맥 사용 경험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보완한 셈이다.

터치 입력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그레그 조스위악 애플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젊은 창작자들이 맥북 화면도 터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인정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전 세계 터치스크린 노트북 출하량이 3340만대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전체 노트북의 16%에 해당한다. 윈도 노트북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은 기능이 애플에만 뒤늦게 들어온 셈이다.

이번 결정이 터너스 체제의 상징적 변화이긴 하지만, 터너스가 취임 직후 단독으로 결정된 방향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터너스는 최근 공개한 신제품들을 오래전부터 개발해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새로운 CEO가 전임자의 철학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기보다는 애플 내부에서 진행해온 기술·제품 전략의 변화가 새로운 체제에서 결실을 맺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패드와 경계 모호?…가격과 실용성이 흥행 열쇠

최초의 터치 화면 맥북이 등장하면서 맥과 아이패드의 관계도 주목된다. 화면 직접 조작이라는 아이패드의 장점이 맥으로 옮겨왔지만 애플은 맥OS를 유지하고 키보드·트랙패드를 기본 입력 방식으로 남겨뒀다. 두 제품을 완전히 합치기보다 사용 방식을 부분적으로 겹치게 한 것이다.

관건은 활용성과 가격이다. 국내 출고가는 14인치 479만원, 16인치 559만원부터 시작한다. 터치를 최고급 맥북에 먼저 적용해 전문가용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는 전략이지만, 기존 노트북 이용자에게 추가 비용만큼 효용을 제공할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IDC가 집계한 지난해 터치 노트북의 평균 판매가격은 약 1009달러로 애플 신제품의 미국 시작가 2899달러와 큰 차이가 난다. 잡스가 지적한 장시간 사용 시 팔의 피로도 역시 실제 이용 환경에서 검증할 부분이다.

결국 첫 터치 맥북은 애플이 오랜 원칙을 포기했다기보다 시장과 기술 변화에 맞춰 그 적용 범위를 조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터너스 시대의 맥이 아이패드와 얼마나 가까워질지는 이번 제품의 사용자 반응과 후속 제품군 확대 여부에 달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애플 42년 맥 역사상 첫 터치 화면…스티브 잡스·팀 쿡의 원칙 허문 이유

기사등록 2026/10/30 06:00:00 최초수정 2026/10/30 06:08:24

이시간 핫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