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빈 필, 다시 베토벤으로 마주하다[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10/26 11:30:45

최종수정 2026/10/26 13: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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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베피협 4번으로 협연…빈 필과 音의 대화

포디움에 소키에프, 협연자·악단 잇는 가교 역할

브람스 교향곡 2번…소키에프 치밀한 지휘로 완성

관객 화답에 앙코르 3곡… 춤곡으로 품격과 흥 선사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에 나섰고, 포디움에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사업국 제공) 2026.10.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에 나섰고, 포디움에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사업국 제공) 2026.10.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2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세계 명문 악단 빈 필하모닉(빈 필)은 음(音)의 대화를 나눴다. 조성진의 섬세한 터치와 유연한 표현에 귀 기울인 악단은 이를 뒷받침하며 선율을 주고받았다.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서로의 음악에 응답하는 호흡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이날 포디움에는 악단과 18년째 오랜 호흡을 이어온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빈 필은 1933년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단원들이 직접 지휘자를 선별하는 제도를 지속하고 있다. 악단 고유의 사운드를 유지하면서 지휘자와 음악적 호흡을 맞춰온 셈이다.

협연자도 마찬가지다. 단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빈 필의 선택을 받은 조성진은 이번에도 베토벤을 꺼내 들었다. 그는 2024년 소키에프가 이끈 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바 있다. 이번에는 피아노 협주곡 4번으로 다시 만났다. 베토벤이라는 공통의 레퍼토리를 통해 악단과의 인연은 한층 깊어졌다.

작품은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서정적이고 내면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악단의 연주로 시작하는 협주곡 성격을 계승하지 않고, 협연자(피아노)가 시작을 알린다. 피아노 다섯 마디로 운을 떼는데, 시작부터 조성진의 섬세함이 고요한 공연장을 조금씩 채웠다.

베피협 4번의 큰 주제는 강약 조절이었다. 조성진과 빈필은 선율을 주고받으며 한 호흡을 완성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흐름을 이끌기보다 서로의 연주에 반응하며 음악을 완성했다.

특히 1악장 카덴차에서 조성진의 팔색조 매력이 돋보였다. 서정과 질주를 오가던 그는 명징한 타건(打鍵)을 앞세우며 기교를 뽐냈다. 느려진 2악장에서는 건반을 응시하기보다 허공을 바라보며 온몸을 선율에 맡겼다. 다시 빨라진 3악장에서는 처음으로 합류한 팀파니가 박자감을 이끌면 조성진은 민첩하게 반응하며 악단과 다시 생동감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했고, 포디움에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사업국 제공) 2026.10.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했고, 포디움에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사업국 제공) 2026.10.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성진에게 베피협 4번은 2023년 베를린 필하모닉과도 합을 맞추는 등 오래 탐구한 곡이다. 익숙한 레퍼토리지만 연주 자체에 머물지 않고 한층 성숙해진 해석을 입히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빈 필과의 섬세한 호흡은 익숙한 작품에서도 새로운 결을 만들어냈다.

소키에프는 악단과 협연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선율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큰 틀을 구축했다. 소키에프의 조율은 과유불급과 어울렸다. 지나치지 않은 연주가 되레 부드럽고 담백한 연주를 이끌었고, 강조가 필요한 부분에는 단원에 주문해 뚜렷한 대비를 자아냈다.

조성진은 이날 자신의 주전공인 쇼팽으로 두 곡의 앙코르를 선보였다. 처음은 왈츠 19번으로, 섬세한 연주에 귀를 간지럽히는 음들은 다시 서정을 표현했다. 이어진 강아지왈츠는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반전된 매력을 보여줬다.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했고, 포디움에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사업국 제공) 2026.10.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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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브람스 교향곡 2번으로 채웠다. 작품은 빈필이 1877년 초연한 곡이다. 특히 소키예프는 한국에서 빈필과 브람스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4번을 시작으로, 2023년 1번을 연주해 3번을 제외하고 브람스가 남긴 교향곡을 모두 연주했다.

연주는 소키에프와 악단의 오랜 브람스 탐구가 돋보였다. 소키에프는 작품의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전부 계산된 듯 명확한 지휘를 선보였다. 마치 한 축구 구단의 감독인 것처럼 자신만의 전술을 악단에 입혀 치밀한 설계 아래 음악을 전개했다.

시작은 유려하고 따뜻한 빈 필 사운드가 채웠다. 저현악의 낮게 깔린 음을 관악이 맑고 청아한 선율로 받아냈다. 또 점차 음을 쌓아가며 간결하지만 웅장함을 이끌었다.

쇤베르크가 작품에 '발전적 변주'라고 칭한 것을 빈 필은 연주로 보여줬다. 촘촘한 구조를 소키에프의 지휘에 반응하며 구현했고, 느린 악장에서는 음악의 깊은 내부까지, 빠른 악장에서는 음을 차곡히 쌓으며 역동적인 선율을 끌어냈다.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026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했고, 포디움에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올랐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문화전시사업국 제공) 2026.10.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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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은 빈 필의 무결점 연주에 기립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소키에프와 악단이 무대를 떠나지 못하도록 열정적인 반응은 지속됐다. 소키에프도 이에 깊은 감명을 느낀 듯 객석에 뜨거운 반응을 더 요구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에 모두가 음악이란 예술에 열광했다.

이에 이례적으로 앙코르가 총 3곡 이어졌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왈츠 '델레리엔'과 폴카를 선보였다. 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헝가리 만세 폴카'로 춤곡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연장을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순식간에 모두가 춤의 매력을 돋보였다. 빈 필은 헝가리어로 '만세'를 뜻하는 '엘옌(Eljen)'을 외치며 관객과 함께 한 가을밤의 클래식 축제를 완성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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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빈 필, 다시 베토벤으로 마주하다[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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