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만 보이면 그림부터…전교생 36명 작은 학교서 피어난 '세계의 꿈'

기사등록 2026/10/23 11:08:03

최종수정 2026/10/23 1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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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동초 2학년 장채아 양, 국제 청소년 미술대회 금·동 수상

미술학원 대신 스스로 그리며 키운 재능…그림으로 세상과 소통

[울산=뉴시스] 울산 삼동초 장채아 학생 작품 '나의 숲속 놀이터'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울산 삼동초 장채아 학생 작품 '나의 숲속 놀이터'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종이만 보이면 그림부터 그린다. 색종이에도, 작은 포스트잇에도 자신만의 세상을 펼쳐 놓는다. 발달장애가 있는 울산 울주군 삼동초등학교 2학년 장채아 양에게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특별한 언어다.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재능을 키워 온 장 양은 지난 8월 열린 '2026 국제 청소년 미술 대회(IYAC)'에서 금상과 동상을 받으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

전교생이 36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학교에서 피어난 성취다. 가족과 학교, 센터 선생님과 지역사회의 따뜻한 응원 속에서 장 양은 자신만의 색과 이야기로 세상과 만나고 있다.

23일 학교에 따르면 장 양에게 그림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장 양은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림을 그릴 때면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을 보인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한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과 생각이 그림 속에서는 저마다의 색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류승연 교사는 "채아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행복한 모습을 보인다"며 "어떤 색을 사용할지도 다른 사람이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채아가 직접 고른다"고 말했다.

장 양의 그림에는 누군가 정해 준 답 대신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상상한 세계가 담긴다. 자연과 동물, 옛이야기, 역사와 전통문화가 한 화면에서 어우러진다. 서로 다른 소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내는 구성과 강렬한 색채, 세밀한 표현이 작품의 특징이다.

대표작 '나의 즐거운 이야기 세상'에는 신사임당의 그림 소재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전통 놀이가 함께 등장한다. '나의 숲속 놀이터'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어린 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과 역사, 상상의 세계가 그림 한 장에 펼쳐진다.

수상작은 지난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미국 뉴욕 첼시의 코스모스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도 소개됐다. 작은 종이 위에서 시작된 장 양의 그림이 태평양을 건너 세계의 관람객과 만난 셈이다.
[울산=뉴시스] 울산 삼동초 장채아 학생이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울산 삼동초 장채아 학생이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수상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장 양이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왔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센터 선생님의 코칭을 받지만 작품의 색을 고르고 화면을 채워 나가는 것은 장 양 스스로의 몫이다. 좋아하는 일을 반복하고 자신만의 표현을 쌓아 온 시간이 수상으로 이어졌다.

장 양의 재능은 지난해에도 주목받았다. 사랑의전화 복지재단이 주관한 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비 마이 프렌드'에서 최연소 장려상을 받았고, 울산시교육청 특수교육 대상 학생 미술 공모전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한 번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오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넓혀 가고 있다.

이 같은 성장 뒤에는 가족과 학교, 센터, 복지관의 응원이 있었다. 삼동초는 통합교육과 체험 활동, 방과후 교육, 문화예술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이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함께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울산서부장애인복지관도 미술·요리 활동과 계절학교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장 양의 성장을 도왔다.

울주군 삼동면에 자리한 삼동초는 올해 전교생이 36명인 작은 농촌 학교다. 1학년 3명, 2학년 4명, 3학년 6명 등 학년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가능성을 살피는 교육을 이어 가고 있다.

삼동초는 이날 교내에서 열린 '가을 학교(서로나눔학교 성장 나눔의 날)' 행사에서 장 양의 국제 미술대회 수상작을 특별 전시했다. 학교 구성원과 방문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며 어린 학생이 그림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와 성장의 흔적을 함께 나눴다.

이날 행사에서는 작품 전시 외에도 체험 활동과 학급 수업 공개, 방과후 교육활동 발표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악기 연주와 춤, 미술 등으로 갈고닦은 재능을 선보였다. 학교 뒤뜰에서 감을 수확해 곶감을 만들고, 봄부터 가꾼 텃밭의 땅콩을 거두는 생태 활동도 진행했다. 작은 학교의 일상 속에서 배움과 놀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울산=뉴시스] 울산 삼동초 장채아 학생 작품 '나의 즐거운 이야기 세상'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울산 삼동초 장채아 학생 작품 '나의 즐거운 이야기 세상'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장 양의 부모는 "아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뿐 아니라 치료사와 학교, 복지관 관계자, 지역사회가 함께해 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그림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희 교장은 "채아의 성장은 한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키워 가는 교육의 의미를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가능성을 존중하고,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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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만 보이면 그림부터…전교생 36명 작은 학교서 피어난 '세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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