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포기한 이경수…23년 뒤 회장님 아들로
군 전역 앞두고 직원 100명 미만 세라젬 선택
38세에 임원 됐지만 사표 내고 중국서 대리점
국내 매출 견인하며 대표이사…창업주 양자로
![[서울=뉴시스] 세라젬은 지난 20일 "이환성 회장이 지난해 이경수 대표를 양자로 입양하고 올해 이경수 대표이사에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하는 1차 지분승계를 마쳤다"고 밝혔다. (사진= 세라젬 제공) 2026.10.22.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20/NISI20261020_0002268832_web.jpg?rnd=20261020163222)
[서울=뉴시스] 세라젬은 지난 20일 "이환성 회장이 지난해 이경수 대표를 양자로 입양하고 올해 이경수 대표이사에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하는 1차 지분승계를 마쳤다"고 밝혔다. (사진= 세라젬 제공) 2026.10.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2003년 군 전역을 앞둔 한 청년에게 두 갈래 길이 놓였다. 하나는 국내 30대 그룹에 입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직원이 100명도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그 회사가 세라젬이었다.
그로부터 23년이 흘렀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청년은 대표이사가 됐고, 지난해에는 창업주의 양자가 됐다. 올해에는 회사 지분까지 넘겨받았다. 세라젬 이경수(48)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의 이력에는 몇 차례 뜻밖의 선택이 있었다. 입사 13년 만에 임원이 됐지만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중국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국내 사업을 성장시키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최근에는 그가 20년 넘게 '회장님'이라고 불러온 이환성 세라젬 회장과 법적인 부자 관계가 됐다. 창업주인 이 회장이 친자녀 대신 오랜 기간 함께 일한 그를 양자로 입양하고 회사 지분을 넘긴 것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이 대표를 성인 양자로 입양한 데 이어 올해 세라젬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했다. 회사는 지난 20일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 회장에게는 30대 외동딸이 있지만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혈연보다 20년 넘게 함께 일하며 쌓아 온 신뢰와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후계자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합격하고도 작은 회사로…38세에 임원 승진
세라젬은 1998년 설립된 회사였다. 이 대표가 입사했을 때는 창업한 지 5년도 지나지 않았다. 직원도 100명 미만이었다.
지금은 척추 관리 의료기기와 안마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세라젬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사업을 키우고 있었다. 수출 실적을 늘리며 세계 각국으로 판매망을 넓혀 가던 시기였다.
이 대표는 마케팅과 사업전략, 영업기획 등 여러 업무를 맡았다. 한 부서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회사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2016년 4월에는 임원급인 영업지원본부장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였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약 13년 만에 임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듬해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지난 2024년 11월 11일 세라젬은 자사 철학인 체험의 가치와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현장 근무자에게 전파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사내 방송 ‘세바시 플러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경수 세라젬 대표가 사내방송을 통해 세바시 플러스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라젬 제공) 2024.1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1/11/NISI20241111_0001700030_web.jpg?rnd=20241111144952)
[서울=뉴시스] 지난 2024년 11월 11일 세라젬은 자사 철학인 체험의 가치와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현장 근무자에게 전파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사내 방송 ‘세바시 플러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경수 세라젬 대표가 사내방송을 통해 세바시 플러스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라젬 제공) 2024.11.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임원서 퇴사하고 중국행…"영업을 알아야 사업을 안다"
이 대표는 2024년 한 인터뷰에서 "7년 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중국 쓰촨성으로 가서 세라젬 매장을 열었다. 영업을 모르면 제가 사업을 이해하거나 스스로의 역량이 완성되지 않을 거라고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업 장소도 중국의 주요 대도시가 아닌 쓰촨성을 택했다. 이미 사업 기반이 갖춰진 곳보다는 새로운 시장에서 직접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낙후된 곳에서 진짜 사업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쓰촨성에서 세라젬 대리점을 직접 운영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생활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이듬해 이환성 회장이 국내 사업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웰카페' 도입하며 트렌드 주도…코로나에도 매장 확대
이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부터 살펴봤다. 특히 가격이 높은 의료기기를 구매하기 전에 충분히 체험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주목했다. 그렇게 '웰카페'가 탄생했다.
웰카페는 커피를 마시면서 세라젬 의료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주요 고객층인 40대 후반 여성들이 자주 찾는 장소를 고민하다 카페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2019년 웰카페가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사업을 확대하려던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았다. 외출과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매장 방문객도 급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웰카페 확대를 이어갔다. 2019년 8곳이던 매장은 2020년 90곳으로 늘었다. 한 해 동안 82곳을 추가로 연 것이다. 고가의 의료기기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직접 사용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전략이 국내 사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국내 사업을 맡기 시작한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824억원이었지만, 2021년에는 6671억원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08억원에서 925억원으로 약 30.6% 늘었다.
이 대표는 그해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입사한 지 약 18년 만이었다. 그가 국내 사업을 맡으며 도입한 웰카페는 현재 '웰라운지'로 바뀌었다. 세라젬은 올해 8월 전국 110여 곳의 웰카페를 멤버십 기반 체험 공간인 웰라운지로 개편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024년 1월 5일 세라젬은 이경수 대표가 마약 근절을 촉구하기 위해 노 엑시트(NO EXIT)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진=세라젬 제공) 2024.0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1/05/NISI20240105_0001452819_web.jpg?rnd=20240105102000)
[서울=뉴시스] 지난 2024년 1월 5일 세라젬은 이경수 대표가 마약 근절을 촉구하기 위해 노 엑시트(NO EXIT)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진=세라젬 제공) 2024.0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년 넘게 부른 '회장님'…어느 날 아버지가 됐다
이 대표는 처음에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과 법적으로 부자 관계를 맺는 것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다. 이후 양측 가족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성인 입양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두 사람은 이제 법적으로 부자 관계다. 하지만 회사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여전히 이 회장을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이번 입양은 경영권 승계로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올해 이 대표에게 세라젬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했다. 관련 증여세 신고도 마쳤다.
세라젬은 지난 20일 공식 발표에서 "이번 승계는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과 20여 년간 검증된 차세대 경영자의 역량을 연결해 세라젬의 미래를 준비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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