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세세분류 727개로 재편…"사업 전환과 확장 위축 우려"
경영기간 10→30년 강화…"편법 걸러내되 혁신 막지 말아야"
![[서울=뉴시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대상 업종과 경영기간 요건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토이미지)](https://img1.newsis.com/2026/07/15/NISI20260715_0002187377_web.jpg?rnd=20260715133418)
[서울=뉴시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대상 업종과 경영기간 요건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세제 개편안대로 하면 가업 승계를 할 수 없습니다. 상속세 폭탄을 안고 승계할 바엔 회사 문을 닫는 게 나아요."
50년 이상 욕실·자재 부품을 생산해온 A사의 송 회장은 24일 이같이 토로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대상 업종과 경영기간 요건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사업을 바꾸거나 확장하는 기업의 투자와 승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중분류 중심의 현행 체계에서 세세분류 기준 727개 업종으로 재편된다. 제조업 479개, 도소매업 86개, 정보통신업 36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27개, 건설업 17개 등이 포함된다. 마트와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은 제외된다.
업계가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업종 변경'이다. 현재는 주업종이 대분류 기준에 속하면 대분류 안에서 업종을 바꿔도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받았다. 예를 들어, '제조업'이란 대분류 안에서 얼마든지 업종 변경이 가능했다. 개편안은 내년 7월부터 주업종이 727개 세세분류를 벗어나면, 가업상속 공제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게 바뀌었다. 심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업종 전환이 인정되므로 사실상 업종 변경이 제한된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주업종이 공제 대상이면 부업종이 비공제 업종이어도 모든 사업용 자산을 공제하던 방식도 바뀐다. 앞으로는 업종별 매출 등을 기준으로 자산을 나눠, 주업종 부분에만 혜택을 준다.
송 회장은 "중국산과 경쟁하려면 기존 제품으론 도저히 버틸 수 없어 5년간 수십억원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했다"며 "하지만 이 제품 출시 후 매출이 본격 발생하면 자사의 주업종이 변경되고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양산하려고 할 때, 승계를 걱정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적응하고자 투자했는데 상속 부담 때문에 신제품을 못 팔 상황"이라며 "부동산을 물려주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는 걸러내되 정상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까지 어렵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업종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틀이나 배관 부품을 제조하던 기업이 시공까지 맡거나 유지·관리 서비스로 사업을 넓히는 경우는 비일비재 하단 설명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창틀을 만드는 기업이 건설업을 겸하는 경우는 많다"며 "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기업도 시대 변화와 소비자 수요에 맞춰 제품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제조·건설·서비스를 겸해야 하는데, 바뀐 세제 개편안은 주업종을 기준으로 가업 승계 지원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업종이 변경되면 지원을 못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혁신해야 살아남는 융합 시대에 업종 변경을 제한하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다"며 "업종 변경으로 일자리와 기업 투자를 늘려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도 있다. 정부에 업종 제한 폐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영 기간의 요건 강화도 쟁점이다. 개편안은 피상속인의 계속 경영 기간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30년 이상으로 늘렸다. 원래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피상속인인 부모가 10년 넘게 경영을 이어온 상태여야 했는데 이번 개편으로 30년 이상으로 강화된 것이다. 다만, 20년 이상 경영한 경우에는 30년에 못 미치는 기간만큼 상속인의 사후관리기간을 추가하는 조건으로 공제를 허용한다.
상속인의 사전 가업 종사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기본 사후관리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기업 입장에선 승계 전 준비기간과 승계 후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기간이 모두 길어지는 셈이다.
앞선 A사의 주업종이 변경된다면 현재 75세인 송 회장이 30년 동안 변경된 업종으로 매출구조를 유지해야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경영기간 요건이 크게 강화됐다"며 "사업하지 말라는 말로 들릴 정도다.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중소기업의 90% 이상(업력 25년 이하)이 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영 기간과 업종 규정 모두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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