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모욕적'이라더니…구글 창업자, 공화당 후원하며 부유세 저지

기사등록 2026/10/21 11:31:51

최종수정 2026/10/21 11:38: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브린, 공화당 전국위에 약 45만달러 기부…올해 정치활동 지출은 과거 20년의 약 40배

부유세 저지 정치단체, 2억달러 넘게 지출…과세안 무력화 겨냥한 주민투표안 2건도 지원

[서울=AP/뉴시스] 2016년 3월12일 서울에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 번째 대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알파고는 이날까지 3연승을 거두며 5번기 승부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2016.03.12.
[서울=AP/뉴시스] 2016년 3월12일 서울에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 번째 대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알파고는 이날까지 3연승을 거두며 5번기 승부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2016.03.12.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첫 당선에 반발했던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최근 공화당을 후원하고 캘리포니아주의 억만장자세 도입을 막기 위한 정치조직을 이끌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 시간) 브린이 올해 정치활동에 쓴 돈이 앞선 20년간 지출한 정치자금의 약 40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브린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되자 구글 직원들에게 이민자로서 그 결과가 "매우 모욕적"이라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에 약 45만달러를 기부하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도 참석했다. 폴리티코는 브린이 캘리포니아주 주민투표 운동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낸 개인 후원자라고 전했다.

브린이 억만장자세 반대 활동에 투입한 돈은 약 1억달러(약 1350억원)다. 그가 주도하고 다른 캘리포니아 부유층 인사들도 자금을 댄 정치활동위원회(PAC) '빌딩 어 베터 캘리포니아'(Building a Better California)는 과세안 저지에 2억달러(약 2700억원) 넘게 지출했다.

캘리포니아주 공식 유권자 안내서에 따르면 주민투표안 40호는 올해 1월 1일 기준 주 거주자 가운데 순자산이 10억달러를 넘는 사람에게 최대 5%의 세금을 한 차례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음달 3일 주민투표에서 가결되면 2027년에 납부하게 된다. 부동산과 일부 연금 자산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며, 세수의 90%는 보건의료에, 나머지는 교육·식료품 지원과 징세 행정 등에 사용하도록 한다.

브린이 이 조직을 만든 과정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선거 전문 변호사가 억만장자세의 효력을 약화할 것으로 보이는 주민투표 발의안 5건을 주 법무장관실에 제출했지만, 처음에는 추진 주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같은 날 브린의 개인 조직 관계자가 설립 서류에 이름을 올린 '빌딩 어 베터 캘리포니아'가 출범했고, 브린은 그달 뒤늦게 자신의 관여 사실을 공개했다.

주민투표 캠페인 전문가 브랜던 카스티요는 "브린은 40호 반대 운동만으로도 법안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아예 조직을 만들었다"며 "그는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카스티요는 억만장자세 찬반 어느 쪽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부유세 반대 활동에 참여하는 정치 컨설턴트 짐 드부도 억만장자세 논쟁이 실리콘밸리 부유층의 정치 참여를 재촉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브린이 먼저 비판을 감수하자 다른 부유층도 나서기 시작했다면서 이 조직이 "이번 선거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브린의 개인 후원과 별도로 구글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치 관련 지출을 늘렸다. 주 의회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지출은 2015~2016년 회기 약 56만달러에서 직전 회기 135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번 선거 주기 캘리포니아주 선거운동에 지출한 돈도 800만달러를 넘어 10년 전 약 39만달러보다 많아졌다.

브린의 변화는 그가 과거에 보여준 정치적 태도와 대조된다. 2004년 구글 상장으로 세계적인 부자가 된 브린은 당시 인터뷰에서 "돈이 더 많아진다고 삶의 질이 그리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갑자기 부유해진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단절되는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브린의 정치자금 후원은 동성결혼 보호, 줄기세포 연구, 탄소배출권 거래제 유지 등 특정 의제에 집중됐다. 2008년에는 동성결혼 금지 주민투표안이 정부의 사생활 침해를 부추긴다며 반대했다. 석유 채굴에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투표 운동에는 100만달러를 기부한 적도 있어 증세 자체를 일관되게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2010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반발해 구글의 중국 철수를 추진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전해졌다. 브린은 어린 시절 소련에서 경찰이 집에 찾아왔던 기억을 언급하며 중국 정부의 반대 의견 탄압을 비판했다.

그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재선 운동에 3만6000달러를 기부했지만, 같은 해 미국 정치권의 심한 당파성을 비판하며 정치인들에게 당적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7년에는 첫 이민 입국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시위에도 참석했다. 이후 브린은 상당 기간 정치 무대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16개월 사이에는 공화당 소속 스티브 힐턴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운동과 스펜서 프랫의 로스앤젤레스 시장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트럼프 백악관의 기술자문기구에도 참여했다. 다만 공화당 후보만 후원한 것은 아니다. 온건 성향 민주당 정치인 매트 마한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도전을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에도 100만달러를 냈다. 마한은 주지사 도전에 실패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정치자금을 모금해온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브린이 공화당 성향의 부유층 인사들과 가까워진 점을 정치적 변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 인사는 브린의 성향이 12~15년에 걸쳐 서서히 바뀌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최근 그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진영에서도 억만장자세를 두고 입장이 갈린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반대하는 반면, 로 칸나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무소속 연방 상원의원은 도입을 지지한다. 칸나 의원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집회에서 뉴섬 주지사가 브린과 피터 틸 등 "트럼프의 동맹"과 같은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같은 집회에서 샌더스 의원은 부유층이 부유세 철회를 압박하는 행태를 "갈취"라고 비난하면서 브린을 정면겨냥했다. 그는 "억만장자들이 이토록 화를 내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에서 부유세를 도입하면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억만장자들의 탐욕에 지쳤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026년 10월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커런 극장 밖에서 참석자들이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는 "억만장자보다 투표를" 집회를 앞두고 모여 있다. 이날 집회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제인 김 캘리포니아주 보험감독관 후보, 로 칸나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2026.10.03.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026년 10월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커런 극장 밖에서 참석자들이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는 "억만장자보다 투표를" 집회를 앞두고 모여 있다. 이날 집회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제인 김 캘리포니아주 보험감독관 후보, 로 칸나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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