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원 남편 사건' 진흙탕 공방…檢 "시세조종 실패"에 피고인이 "실패 아냐"

기사등록 2026/08/30 09:00:00

최종수정 2026/08/30 09:04:36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주가조작 3인방, 법정서 네 탓 공방

수익 분배 놓고 뒷통수 정황도

양정원 계좌에 3억 송금 사실도 나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필라테스 강사 겸 인플루언서 양정원이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6.04.29.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필라테스 강사 겸 인플루언서 양정원이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6.04.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진흙탕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모씨를 둘러싸고 "OO그룹 3세라며 접근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 26일 김모씨·전모씨·이모씨·차모씨 등에 대한 7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 심문으로 나온 김씨는 자신이 가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도한 사람은 이씨"라며 양정원 남편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씨는 검찰이 지난 5월 발표한 수사결과에서 스스로를 영화 '작전'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이라 소개할 만큼 업계에 알려진 '기업사냥 전문가'로, 이번 시세조종을 처음 기획한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OO그룹 3세라고 들었다" 주장

김씨는 이씨를 소개받을 당시 "OO그룹 3세고, 처는 연예인이라고 들어서 믿었다"고 진술했다.

이씨 집안인 OO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차가 6대 있다는 걸로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단, 'OO그룹 3세' 정보는 전해들었다는 입장이었다.

전씨 측 변호인이 "전씨가 이씨가 OO그룹 3세라는 걸 확인해줬나"라고 묻자 김씨는 "OO그룹 3세가 맞다고 이야기해서 믿었다"고 답했다.

다른 변호인이 "이씨 입으로 직접 들은 거냐"고 재차 캐묻자 김씨는 "문모씨한테 들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문씨는 이씨 측에서 시세조종 상황을 보고하던 '선수' 역할로, 이씨와 김씨 사이를 오가며 말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다.

다만 김씨는 "돈이 많고, 부풀려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들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처럼 OO그룹 3세를 전해들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반복된 것은 결국 84억원짜리 시세조종판이 굴러가는 데 필요했던 핵심 신뢰 정보가 이씨 본인 발언이 아니라 제3자를 거친 전언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해 책임을 피해가려는 취지로 보인다.

현금다발 30억, 부인 계좌로 3억까지

자금 흐름도 가관이었다. 2024년 12월 27일 전씨는 현금 30억원을 갖다 놓았는데, 김씨는 "5만원짜리 현금인지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현직 증권사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차명계좌와 대포폰을 이용해 실제 시세조종 주문을 직접 제출한 '선수'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검찰 수사에서 이 현금 30억원이 담긴 캐리어가 그의 증권사 사무실로 전달되는 CCTV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김씨가 문씨 부탁으로 증권 계좌에서 양정원씨 명의 계좌로 3억원을 이체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정확히 기억한다"며 이체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세금 때문에 묶여 있는 돈을 2~3일 안에 갚을 테니 빼달라고 요청해 이체해줬다는 취지였다.

이 3억원의 출처를 이씨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자신의 처 것이라고 전씨에게 그렇게 들었다"며 "빼달라는데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서 '니 마음대로 하면 되지' 라고 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의 신문 과정에서는 김씨 측이 이 3억원이 양정원씨 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이용해 "유명인인 이씨 처가 연루된 것처럼 기사화하겠다"고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으나, 김씨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증인신문 막바지 재판부도 이 부분을 직접 캐물었다. 재판부가 "시세조종을 알고 있었다는 근거로 부인 계좌 제공을 드는데, 보통 시세조종에는 대포통장을 쓰지 부인 명의 계좌를 쓰는 건 이례적이지 않냐"고 물었다.

김씨는 "저도 집사람과 10년 살면서 그 계좌를 썼고, 이씨도 양정원 계좌를 썼다"며 "충분히 시세조종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수익금도 가져갔으면서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부인 명의 계좌 동원이 이례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흔한 수법이었다는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신동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가 '시세조종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5.0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신동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가 '시세조종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5.08. [email protected]

책임 떠넘기기 전면전…"시세조종 성공했다" 주장도

증인신문 후반부는 사실상 남 탓 배틀이었다. 또 애초 계획이 왜 어그러졌는지도 드러났다. 김씨는 이씨 측이 약속한 84억원 중 54억원의 자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그중 30억원만 먼저 들어와 나머지 계획은 애초부터 자금 부족으로 삐걱거렸다는 것이다.

공범들 사이 수익 배분을 놓고도 이미 뒷거래가 있었던 정황이 나왔다. 검찰이 제시한 '54억원 수익 분배 확인서'에는 6대 4로 적혀 있었다.

원래는 반반씩 나누기로 했는데, 문씨가 몰래 자기 쪽 몫을 10%포인트 더 얹어 계약서를 새로 만들었다는 게 이씨 측 주장이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끼리도 뒤에서는 서로 몫을 더 챙기려 딴짓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날 법정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검찰이 "피고인들은 시세조종으로 수익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묻자 김씨는 "절대 실패하지 않았다"며 정색했다. 30억원으로 해서 38억원이 됐고 그걸 가져갔으면 실패한 게 아니라는 논리였다.

그러면서도 "20억 이상 (돈이) 넘어갔고, 넘겨준 사람이 손해를 봐서 30억 달라고 하는 거니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그 돈을 누가 가져갔느냐"는 질문에는 정작 "모른다"고 답했다.

자신이 가담한 범행이 '성공'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면서도, 그 돈을 번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며 책임을 슬쩍 피해간 셈이다.

보석 신청은 나란히, 그런데 "쟤네 풀리면 짜고 칠 것"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보석 심문이었다. 김씨·전씨·이씨 세 사람이 동시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에 이씨 측 변호인은 "전씨 구속 만기가 이씨보다 빠르다"며 "김씨·전씨가 먼저 풀려나면 자연스럽게 만나 책임을 이씨에게 몰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공범들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사건 공범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보석을 신청하면서, 동시에 서로가 풀려나면 말을 맞출까 봐 못 믿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이씨 측은 이어 "피고인 배우자가 유명인이라 다수 기자가 방청하는 등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어 도주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아내인 양정원씨의 인지도를 보석 사유로 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보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신중히 심사숙고하겠다"며 판단을 미뤘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8일 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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