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호·언색호·돌발홍수 뭐길래…네팔 덮친 '기후재난 도미노'

기사등록 2026/08/2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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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교수 "전형적 빙하호 붕괴홍수 아냐…얼음·암석 사면 붕괴"

토석류가 하천 막아 임시 자연댐 형성…무너지면 2차 홍수

온난화로 빙하·영구동토 약화…수색 난항·발전사업도 직격탄

[샤프루베시=AP/뉴시스]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홍수 발생 이틀째인 27일(현지 시간) 네팔 샤프루베시 마을 피해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6.08.28.
[샤프루베시=AP/뉴시스]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홍수 발생 이틀째인 27일(현지 시간) 네팔 샤프루베시 마을 피해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6.08.28.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접경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 이후 '빙하호 붕괴홍수'와 '돌발홍수', '언색호' 등 생소한 재난 용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와 발생 과정은 서로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기존 빙하호의 둑이 터진 전형적인 빙하호 붕괴홍수가 아니라 거대한 얼음과 암석의 사면 붕괴로 발생한 돌발홍수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홍수 잔해가 다시 강을 막아 만든 언색호가 붕괴할 경우 2차 홍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빙하호 붕괴 아닌 '얼음·암석 산사태'

29일 외신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이번 홍수는 지난 26일 네팔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접경지역에서 발생했다. 물과 진흙, 암석이 뒤섞인 거대한 급류가 트리슐리강 일대를 덮치면서 주택과 도로, 교량, 발전시설 등이 파괴됐다.

네팔 당국은 사고 직후 티베트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빙하 붕괴를 촉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으로 알려진 진동이 실제로는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지진파였던 것으로 분석했다.

사고 전후 위성사진에서도 네팔 랑탕리룽산 일대의 빙하와 기반 암석 일부가 무너진 흔적이 포착됐다. 높은 산에 붙어 있던 얼음과 암석 덩어리가 계곡 아래로 떨어지면서 강물과 합쳐졌고 물과 토사, 바위가 뒤섞인 급류가 좁고 가파른 하천을 따라 하류로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형준 카이스트 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재난은 전형적인 빙하호 붕괴홍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거대한 얼음과 암석 덩어리가 사면 붕괴로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홍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빙하호는 빙하가 녹은 물이 산악지대의 움푹 팬 지형이나 빙하가 밀어낸 토사·암석 뒤에 고이면서 만들어진 호수다. 빙하호의 물을 가로막던 얼음이나 퇴석 둑이 무너지면 대량의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진다.

이를 '빙하호 붕괴홍수'라고 한다. 영어 명칭인 'Glacial Lake Outburst Flood'의 앞 글자를 따 '글로프(GLOF)'로도 부른다.

김 소장은 "빙하호 붕괴홍수라고 하려면 빙하호가 형성되고 그 호수가 터져 홍수가 발생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유의미한 빙하호가 만들어졌다가 터진 것이 아니라 거대한 암석과 얼음 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홍수여서 빙하호 붕괴홍수라고 부르기에는 직접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누와코트=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구에서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돌발 홍수로 발생한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6.08.27.
[누와코트=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구에서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돌발 홍수로 발생한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6.08.27.

갑자기 덮치면 모두 '돌발홍수'

그렇다면 이번 재난이 돌발홍수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발홍수는 집중호우나 산사태, 자연댐 붕괴 등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하류를 덮치는 현상을 통칭한다.

집중호우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홍수와 달리 빙하와 암석의 붕괴, 산사태, 자연댐 붕괴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빙하호 붕괴홍수 역시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돌발홍수의 한 유형에 포함된다.

특히 산악지역의 돌발홍수는 경사가 급해 물이 빠르게 이동하고 큰 바위와 토사를 함께 밀어낸다. 발생 지점과 하류 마을 사이 거리가 짧아 사전 경보가 있더라도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이번 홍수 역시 물만 흘러내린 것이 아니라 얼음과 암석, 흙, 나무 등이 뒤섞인 토석류 형태로 이동하면서 파괴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소장은 "빙하호 홍수도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다면 돌발홍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재난의 직접적인 발생 과정은 얼음과 암석의 산사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수 잔해가 만든 '언색호'…2차 재난 우려

1차 홍수가 지나간 뒤에는 '언색호'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언색호는 산사태나 빙하 붕괴로 쏟아진 흙과 바위, 얼음 등이 강을 가로막고 그 뒤에 물이 고이면서 만들어진 호수다. '폐색호'라고도 한다.

쉽게 말하면 산사태 잔해로 만들어진 임시 자연댐 호수다. 기존 지형에 빙하가 녹은 물이 고이면서 형성되는 빙하호와 달리, 언색호는 산사태나 토석류가 하천의 흐름을 갑자기 차단하면서 만들어진다.

문제는 언색호를 가로막은 둑이 인공댐처럼 견고하게 설계된 구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흙과 바위, 나무, 얼음 등이 불안정하게 쌓여 있어 상류에서 물이 계속 유입되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

물이 자연댐 위로 넘쳐 흐르기 시작하면 흙과 돌이 빠르게 깎이면서 작은 물길이 대규모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때 고여 있던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지면 이미 홍수 피해를 본 지역에 다시 돌발홍수가 발생한다.

김 소장은 "이번 빙하·암석 붕괴로 토석류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제방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뒤에 물이 많이 고인 상황"이라며 "이 제방이 붕괴하면 또다시 2차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리 당국도 새로 형성된 호수에 물이 계속 유입되면서 추가 홍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과 중국 당국은 하류 주민을 대피시키는 한편 수위와 지형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콜푸르타르=AP/뉴시스] 플래닛 랩스 PBC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 26일(현지 시간) 네팔 콜푸르타르 지역 계곡에 홍수로 인한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2026.08.28.
[콜푸르타르=AP/뉴시스] 플래닛 랩스 PBC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 26일(현지 시간) 네팔 콜푸르타르 지역 계곡에 홍수로 인한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2026.08.28.

빙하 붙잡던 '얼음 접착제' 약화

이번 빙하·암석 붕괴의 배경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와 영구동토층의 약화가 지목된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계속 얼어 있는 토양이나 암반층이다. 고산지대에서는 얼음이 암석과 토양을 붙잡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기온이 상승해 얼음이 녹으면 암반 사이의 결합력이 떨어지면서 산비탈과 빙하가 불안정해진다.

김 소장은 "고산지역의 얼음은 콘크리트의 시멘트처럼 암석과 지형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얼음이 녹고 영구동토 형태의 구조가 연약해져 이번과 같은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알려진 것처럼 지진이 빙하 붕괴를 촉발했다면 기후변화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다소 낮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진 때문에 붕괴한 것이 아니라 붕괴 자체가 지진파와 같은 충격을 만들었다면 기후변화가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되면서 지형이 더는 견딜 수 없는 임계점을 넘은 재해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번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훨씬 높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위험은 히말라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스위스 블라텐에서도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마을 대부분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당국은 산악지형의 변형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켜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했다.

김 소장은 "지형이 조금씩 변형되는 과정을 꾸준히 감시하면 붕괴 위험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비용과 인력,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기후변화가 낳는 또 다른 불평등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수색 막고 발전소까지 삼킨 연쇄재난

빙하와 암석의 붕괴로 시작된 연쇄재난은 한국인 실종자 수색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수로 도로와 교량이 끊기고 통신망이 훼손된 데다 추가 산사태와 언색호 붕괴 위험까지 겹치면서 구조대의 현장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수는 한국남동발전이 사업 개발을 총괄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시공 중인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도 덮쳤다.

남동발전은 발전소 상부 댐과 건설 인력이 머물던 베이스캠프가 각각 90% 이상 소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하발전소는 매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수개월만 남겨둔 단계였지만 상부 댐과 공사시설이 크게 훼손되면서 공기 연장과 추가 공사비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시설 피해와 준공 일정 조정 여부는 현장 접근과 안전진단이 이뤄진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남동발전,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사업 피해 파악보다 실종자 수색과 가족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당국과 협력해 연락이 끊긴 한국인들의 위치 파악과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누와코트=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구 데비가트 주민들이 돌발 홍수로 파손된 시설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6.08.27.
[누와코트=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구 데비가트 주민들이 돌발 홍수로 파손된 시설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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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8/29 08: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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