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처럼 스미는 빛…김택상의 '물의 회화'[박현주 아트에세이 ㉜]

기사등록 2026/08/22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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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aek Sang, Flows As It Is 26-2,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40 x 1100 cm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im Taek Sang, Flows As It Is 26-2,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40 x 1100 cm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오로라가 내려앉은 것 같다.

분홍과 노랑, 푸른빛이 경계 없이 번진다.

화려한데 요란하지 않다.

신비로운 빛이 물안개처럼 마음에 스민다.

김택상의 그림이다.

그런데 이 빛은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물에 담가 만들었다.

김택상은 물에 희석한 안료를 캔버스에 스며들게 한다.

색이 가라앉으면 말린다.

다시 물에 담근다.

또 기다린다.

물과 안료, 햇빛과 공기, 중력이 함께 그림을 만든다.

화가는 그 시간을 재촉하지 않는다.

그의 ‘Breathing Light(숨 쉬는 빛)’ 연작은 그렇게 태어난다.

Kim Taek Sang, Flows 26-70,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173.5 x 119.5 cm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im Taek Sang, Flows 26-70,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173.5 x 119.5 cm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몇 달, 몇 년이 걸린다.

때로는 10년이 넘는다.

기다림은 작업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

기다림 자체가 회화다.

물을 이용한 작업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계절과 온도, 습도와 햇빛에 따라 색은 달라진다.

자연이 개입하고 우연이 끼어든다.

김택상은 그것을 통제하기보다 받아들인다.

이번에는 물을 얼렸다.

신작 ‘Ice Blossom’은 물과 안료가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을 담는다.

Kim Taek Sang, Ice blossom 26-50,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51 x 195 cm 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im Taek Sang, Ice blossom 26-50,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51 x 195 cm 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얼음이 녹으며 색이 움직이고 번지고 가라앉는다.

화가가 그린 것인지,

물이 그린 것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30년 넘게 물을 다뤄온 화가가 얻은 것은 어쩌면 기술만이 아닐 것이다.

언제 손을 대야 하는지보다,

언제 손을 떼고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

인고의 세월은 화가에게 약이다.

오래 그린다는 것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할 일과 자연에게 맡길 일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다리는 일을 점점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서둘러도 대신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물이 맑아지는 시간.

꽃이 피는 시간.

사람이 자기 자신이 되는 시간.

김택상의 그림도 그렇다.

Kim Taek Sang, Ice blossom 26-57,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08 x 205 cm 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im Taek Sang, Ice blossom 26-57,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08 x 205 cm 조현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처음에는 색이 보인다.

조금 더 바라보면 빛이 보인다.

오래 바라보면 색과 빛의 경계마저 희미해진다.

그 아름다움을 만든 것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다.

물을 담고,

색을 가라앉히고,

묵묵히 기다린 시간이다.

물은 오래 기다린 끝에 빛이 된다.

오래 남는 것은 대개 부드럽다.

물처럼 스며들고, 빛처럼 머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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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처럼 스미는 빛…김택상의 '물의 회화'[박현주 아트에세이 ㉜]

기사등록 2026/08/22 00:01: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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