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단자 안 보이고, 점자 키패드는 작동 안해
종로구·동대문구 가게 18곳 중 6곳이 기기 문제
"장애인 전용이라는 인식…관리 어렵고 방치돼"
"사용자 구분 없는 '진짜 배리어프리' 나아가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바닥면적 50㎡ 이상 근린생활시설 등에 '장벽없는 무인정보단말기'(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운영 의무가 시행된 지난 1월 28일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2026.01.28.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28/NISI20260128_0021142231_web.jpg?rnd=20260128145820)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바닥면적 50㎡ 이상 근린생활시설 등에 '장벽없는 무인정보단말기'(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운영 의무가 시행된 지난 1월 28일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2026.01.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이소희 인턴기자 = "이어폰을 연결하면 음성 안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를 실행하자 화면에는 이러한 문구가 떴다. 하지만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는 키오스크 어디에도 없었다. 해당 기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음성은 없이 시각장애인이 읽기 어려운 화면 문구만 제공되고 있었다.
올해부터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 설치만 해 놓고 관리하지 않아 장애인이 실제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지난 29일과 30일 이틀간 뉴시스가 서울 종로구와 동대문구 일대 식당과 카페 등 18곳 매장을 방문해 키오스크 설치 현황을 확인한 결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음에도 실제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3분의 1(6곳)에 달했다.
지난 1월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할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함께 운영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시행됐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란 장애인 등 누구나 장벽 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의미한다.
빙수를 판매하는 한 카페에서는 키오스크 한 대가 설치돼 있었다. 장치 하단에 점자식 키패드가 부착돼 있었으나 작동이 안 돼 직원에게 문의했다. 해당 직원은 "키패드가 작동하지 않는지 전혀 몰랐다"며 "알려줘서 고맙다. 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한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도 배리어프리 형식만 갖춰놓았을 뿐 실질적인 기능에는 일부 문제가 있었다. 이곳은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주문 방식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알려진 곳이다.
기자가 음성 안내 기능을 선택하자 "이어폰을 연결하시면 음성 안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만 표시됐다. 하지만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는 키오스크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이어폰 단자는 찾을 수 없었다. 해당 기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지만 정작 음성은 없이 시각장애인이 읽기 어려운 시각 문구만 제공된 셈이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키오스크의 키패드가 반응이 없어 매장에 문의하니, 직원은 한참을 만져보다가 "꾹 눌러야 하네요"라고 설명했지만, 장애인이 이를 스스로 알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소규모 업장의 경우 보조인력을 두고 호출벨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매장에서는 호출벨이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설치돼 있었고 직원들조차 관련 지원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실제 매장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이처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인해 난처한 상황을 겪는 것이 흔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키오스크가 무용지물일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원 숫자가 줄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설치 의무가 잘 안 지켜지고 있기도 하지만, 문제는 설치된 곳들조차 장애인이 제대로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며 "관리가 안 돼 사실상 고장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잘 안돼 서비스를 요청하려 했으나 직원들이 너무 바빠 도저히 부를 수가 없었다"며 "뒤로는 긴 줄이 늘어져 모두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결국 한참이 지난 뒤에야 도움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에는 비장애인용 일반 키오스크와 장애인용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구분지으면서 시작된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키오스크와 달리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데다, 정작 이용률은 저조하니 점차 방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보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 전용이라고 생각해 텅텅 비어있다. 그렇다 보니 관리가 안 된다"며 "이용률이 저조하니 문을 잠가놓거나, 청소도구 보관함 정도로 이용되는 장애인 화장실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따로 만들어 놓으니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고, 인력과 자원이 빠듯한 소상공인들은 더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앞으로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노인 등 구분 없이 모두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배리어프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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