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LB든 KBO든…청춘의 꿈에는 '규제' 아닌 '토양'이 필요하다

기사등록 2026/06/26 08:00:00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2008년생 고교 야구 최대어들의 진로가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박찬민(광주제일고)이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했고, 엄준상(덕수고)도 최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했다. 이들은 20억원 안팎의 계약금을 받으며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선다. 반면 하현승(부산고)과 김지우(서울고)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대는 다르지만 꿈은 같다. 이들은 프로야구선수라는 꿈을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어떤 선택이 옳고, 어떤 선택이 더 낫다고는 섣불리 판단할 순 없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해 기량을 증명한 뒤 더 큰 무대로 향하고, 누군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선진 야구를 경험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앞선 선배들의 발자취 역시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결국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걸고 최선의 선택을 내릴 뿐이다.

다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하나의 길만을 제안하고 있다. 설득이 아닌 규제로 말이다. KBO 규약 제11장 신인선수 제107조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에 따르면 한국에서 중학교 이상을 재학한 선수가 곧바로 해외리그로 진출할 경우 해당 선수의 모교에는 5년간 일체의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프로 계약금의 7%가 선수 모교에 지원되는 만큼, 적지 않은 금액이다. 또한 해당 선수가 KBO리그로 돌아오고자 해도 2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유망주 유출을 막기 위한 명분이지만, 동시에 선수 개인의 진로 선택 자유를 제약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더욱이 선수 개인은 물론 모교에까지 불이익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야구 명문고 감독 A씨는 "1년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사라지면 무고한 후배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현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축구는 오히려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데 야구는 정반대"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고교야구 감독 B씨도 "실효성은 없고 어린 선수들에게 죄책감만 안겨주는 규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으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민해서 선택한 꿈인데 지도자로서 도저히 제자의 도전을 막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역시나 고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C씨도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오히려 유망한 선수들이 선진 야구를 배워야 하지 않냐"며 "선수와 학교 모두에 너무 가혹한 규약"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프로야구(NPB)는 2008년 유망주의 해외 직행을 막기 위해 이른바 '다자와 룰'을 도입했다. 하지만 NPB는 2020년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비교해 NPB의 육성 시스템과 환경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국 리그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선수들의 선택을 막을 이유도 사라진 것이다. 반면 KBO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KBO는 올해 1월 규약 적용 대상을 기존 '고등학교 이상 재학'에서 '중학교 이상 재학'으로 확대했다. 의도적 규약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결국 리그의 경쟁력은 규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떠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답이다. 이에 대해 C씨도 "선수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꿈을 좇는다"며 "페널티 규약이 없어진다고 해서 MLB 직행 선수가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해 미국 구단의 관심을 받았던 박준현(키움 히어로즈)도 고민 끝에 해외 진출 대신 KBO리그를 택했다. KBO리그에서 경험을 먼저 쌓는 것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26년의 한국 야구는 역설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한쪽에선 연일 최다 관중 신기록 축포를 터트리지만, 반대편에선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 저하를 바라보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지만 현실은 화려한 성과 뒤에 미래를 향한 불안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그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는 다시 고민해 볼 문제다.

모든 청춘들의 꿈에는 응원이 필요하다. 그곳이 MLB든 KBO리그든, 이들의 성장이 곧 한국 야구의 경쟁력이 된다. 한국 야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선택을 한쪽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길을 가더라도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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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MLB든 KBO든…청춘의 꿈에는 '규제' 아닌 '토양'이 필요하다

기사등록 2026/06/26 08: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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