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두 배 물어도 남는다"…동탄 집값 급등에 계약 파기 속출

기사등록 2026/06/09 14:05:06

최종수정 2026/06/09 14:59:57

'반도체 셔세권' 과열…한 달 새 매물 30.9% 증발

매도자 우위 장세 뚜렷…배액배상 감수 잇따라

규제 지역 지정 임박에 '막차 매수세' 눈치싸움

[화성=뉴시스]동탄호수공원 전경.(사진=화성시 제공)2025.05.20.photo@newsis.com
[화성=뉴시스]동탄호수공원 전경.(사진=화성시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 지난 5월 초 직장인 A씨는 경기 화성시 동탄구 동탄호수공원 인근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8억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계약금 80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달 초 중도금 납부를 앞두고 매도인으로부터 계약 해제 통보를 받았다. 매도인은 이날 즉시 계약금의 두 배인 1억6000만원을 송금해왔다. 계약을 파기할 때 적용하는 '배액배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집값이 급등하자 거래를 파기한 것이다. 9일 기준 부동산 플랫폼에서 해당 단지 매물 호가는 9억5000만~10억원 수준이다. 계약 당시보다 1억5000만~2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1억6000만원을 배상하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이처럼 동탄 일대 아파트값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A씨 사례처럼 기존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매수자에게 호가 인상을 요구하며 재협상을 시도하거나,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거액의 배액배상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4.98%로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신고가 거래 비중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2%까지 높아졌다.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청계동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전용 106㎡는 19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가보다 1억5500만원 오른 수준이다. 같은 달 27일 여울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2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20억을 넘기기도 했다.

동탄 호수공원 인근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시장 분위기를 더 보겠다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심지어 계약이 이미 진행된 건이라도, 호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배액배상을 지불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동탄 현지 아파트 매물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화성시 동탄구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달새 5302건에서 3666건으로 30.9%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자치구 중에서 가장 가파른 감소율이다.

동탄 집값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는 반도체 산업이 꼽힌다. 동탄은 삼성전자 화성·기흥캠퍼스와 인접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중심지로, 이른바 반도체 '셔세권(셔틀버스가 지나는 역세권)'으로 불린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함께 최근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타결 이후 주택대출 지원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됐고, 주거 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교통 호재도 집값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수서~동탄,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으로 나뉘어 운행 중인 GTX-A 노선은 올해 하반기 전 구간 직결 운행을 앞두고 있다. 동탄에서 환승 없이 서울 도심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규제 지역 지정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동탄은 현재 비규제 지역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여 있지 않아 실거주 의무가 없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한 상태다. 다만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넘어서면서 규제 지역 지정의 정량 요건은 이미 충족했다. 지방선거 이후 대출 규제 강화와 갭투자 차단을 포함한 규제 지역 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동탄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 우위 장세'를 보이고 있다. 규제 시행 전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가 몰리는 반면, 집주인들은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해제하려는 사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가 파기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인 만큼, 지금의 동탄처럼 호가가 가파르게 뛰는 시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늘 수밖에 없다"며 "동탄 지역의 경우 3개월 이상 호가가 오르는 등 정량 요건이 이미 충족됐다면,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지역 지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계약금 두 배 물어도 남는다"…동탄 집값 급등에 계약 파기 속출

기사등록 2026/06/09 14:05:06 최초수정 2026/06/09 14:59:5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