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아이 '핑키 업', 직관적 에너지 발산
르세라핌 '셀레브레이션', 테크노 노선의 극적인 확장
아일릿 '잇츠 미', 동세대와 교감하는 도파민
![[인디오=AP/뉴시스] '2026 코첼라' 무대 선 캣츠아이](https://img1.newsis.com/2026/04/12/NISI20260412_0001174138_web.jpg?rnd=20260412115414)
[인디오=AP/뉴시스] '2026 코첼라' 무대 선 캣츠아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HYBE)의 세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 '르세라핌(LE SSERAFIM)', '아일릿(ILLIT)'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모여 숏폼 영상을 찍었다. 이른바 '챌린지 품앗이'다. 배경음악은 각자의 신곡 '핑키 업(PINKY UP)', '셀레브레이션(CELEBRATION)', '잇츠 미(It's Me)'. 세 곡 모두 150bpm 안팎의 강렬한 비트를 쪼개는 테크노(Techno)를 근간으로 삼는다.
한 지붕 아래 세 레이블이 동시다발적으로 테크노를 꺼내 든 현상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하이브가 게으른 것이 아니냐는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외부 일정을 피하려다 빚어진 우연한 '스케줄 충돌'이라거나, 앨범 발매일의 인위적 조정 없이 각 레이블의 독립적인 기획을 존중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파편화된 결과물이라는 산업적 분석도 동시에 뒤따랐다. 하지만 이 얄궂은 우연과 이질적인 기획들의 충돌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테크노라는 장르가 잉태된 철학적 기원을 기막히게 은유한다.
1980년대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대, 쇠락해 가는 공업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 뉴욕타임스 2010년 7월 기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음악 프로듀서 후안 앳킨스(Juan Atkins)는 테크노 장르를 창시한 것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1984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소설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에서 이 용어를 만들어냈다. 같은 해 앳킨스는 '테크노 시티(Techno City)'라는 곡을 발표했고, 이 음반은 유럽에서 이 단어를 대중화시켰다.
앳킨스는 지역 자동차 문화의 영향에서 크게 영감을 받아, 사이보트론(Cybotron)과 모델 500(Model 500)이라는 이름으로 '나이트 드라이브(Night Drive)'와 '코즈믹 카즈(Cosmic Cars)' 같은 트랙을 만들었다.
한 지붕 아래 세 레이블이 동시다발적으로 테크노를 꺼내 든 현상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하이브가 게으른 것이 아니냐는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외부 일정을 피하려다 빚어진 우연한 '스케줄 충돌'이라거나, 앨범 발매일의 인위적 조정 없이 각 레이블의 독립적인 기획을 존중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파편화된 결과물이라는 산업적 분석도 동시에 뒤따랐다. 하지만 이 얄궂은 우연과 이질적인 기획들의 충돌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테크노라는 장르가 잉태된 철학적 기원을 기막히게 은유한다.
1980년대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대, 쇠락해 가는 공업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 뉴욕타임스 2010년 7월 기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음악 프로듀서 후안 앳킨스(Juan Atkins)는 테크노 장르를 창시한 것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1984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소설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에서 이 용어를 만들어냈다. 같은 해 앳킨스는 '테크노 시티(Techno City)'라는 곡을 발표했고, 이 음반은 유럽에서 이 단어를 대중화시켰다.
앳킨스는 지역 자동차 문화의 영향에서 크게 영감을 받아, 사이보트론(Cybotron)과 모델 500(Model 500)이라는 이름으로 '나이트 드라이브(Night Drive)'와 '코즈믹 카즈(Cosmic Cars)' 같은 트랙을 만들었다.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6.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24/NISI20260424_0002119264_web.jpg?rnd=20260424080420)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6.04.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초기 전자 음악의 다른 형태들과 구별되게 만든 것은 작곡의 산업적이고 체계적이며 솔풀한 특성이었다. 전적으로 신시사이저로 만들어졌으며 보컬의 사용은 최소화됐다. 테크노의 기계적인 맥박은 자동차 산업과 공명했다. 디트로이트 테크노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데릭 메이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고도로 정교한 유럽의 기계 음악(크라프트베르크)과 흑인 음악 특유의 끈적한 그루브(조지 클린턴)가 엘리베이터라는 밀폐된 공간에 함께 갇혀 충돌할 때 나는 사운드"를 테크노라 명명했다. 전혀 다른 질감의 서사들이 피할 수 없이 맞부딪히며 파열음을 내는 고립된 공간. 그곳에서 탄생한 테크노는 기계의 차가운 폐허 속에서 미래적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던 구도적(求道的)인 무아지경의 몸부림이었다.
과거 한국 대중음악에서 차용된 세기말적 사이버 펑크나, 윤상과 신해철이 앨범 '노 댄스(No Dance)'를 통해 시도했던 실험적 장르 역시 춤보다는 개별적 내면으로 침잠하는 고독한 사운드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 봄 숏폼을 찍던 하이브의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조우한 K-팝의 테크노는 폐쇄적인 격리가 아닌 광장과 연대의 축제로 재탄생했다. 2024년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를 거쳐, 2025년 '블랙핑크'가 디플로(Diplo) 스타일의 하드 테크노를 대규모 페스티벌의 앤섬(Anthem)으로 완벽하게 이식한 '뛰어' 이후, K-팝 신에서 테크노는 다 함께 연대하며 뛰어노는 '원초적 생명력의 댄스 뮤직'으로 진화했다.
과거 한국 대중음악에서 차용된 세기말적 사이버 펑크나, 윤상과 신해철이 앨범 '노 댄스(No Dance)'를 통해 시도했던 실험적 장르 역시 춤보다는 개별적 내면으로 침잠하는 고독한 사운드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 봄 숏폼을 찍던 하이브의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조우한 K-팝의 테크노는 폐쇄적인 격리가 아닌 광장과 연대의 축제로 재탄생했다. 2024년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를 거쳐, 2025년 '블랙핑크'가 디플로(Diplo) 스타일의 하드 테크노를 대규모 페스티벌의 앤섬(Anthem)으로 완벽하게 이식한 '뛰어' 이후, K-팝 신에서 테크노는 다 함께 연대하며 뛰어노는 '원초적 생명력의 댄스 뮤직'으로 진화했다.
![[서울=뉴시스] 아일릿. (사진 = 빌리프랩 제공) 2026.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30/NISI20260430_0002124625_web.jpg?rnd=20260430093421)
[서울=뉴시스] 아일릿. (사진 = 빌리프랩 제공) 2026.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하이브 세 걸그룹의 테크노는 유행의 맹목적 추종이 아니다. 장르라는 외투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입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온도를 낸다. 세 팀의 곡은 타인의 리듬을 빌려 각자의 서사가 도달한 필연적인 기착지를 밟고 있다.
먼저 캣츠아이의 '핑키 업'은 코첼라(Coachella)라는 광활한 무대를 염두에 둔 글로벌 스탠더드 걸팝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자신들만의 놀이터로 뒤바꾸는 이들의 음악은 가장 직관적인 형태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거침없는 연대의식을 보여준다.
반면 르세라핌의 '셀레브레이션'은 '크레이지(CRAZY)'부터 이어온 테크노·EDM 노선의 극적인 확장이다. 이들은 크리처(Creature)로 상징되는 타자의 약점을 이해하고,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끌어안는 '피어리스(FEARLESS) 2.0'의 서사를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에 녹여내며 K-팝 특유의 뭉클한 쾌감을 극대화한다.
한편 아일릿의 '잇츠 미'는 발칙하고 엉뚱하다. 미묘한 감정의 교착 상태를 뜻하는 앨범명 '마밀라피나타파이'의 모호함 속에서 주저하지 않고 '너의 최애는 바로 나'라고 뻔뻔하게 선언한다. 이전의 '마그네틱'에서 보여준 10대의 정서를 한 발짝 더 밀어붙여, 동세대와 교감하는 일렉트로 팝 스타일의 기묘한 도파민을 선사한다.
먼저 캣츠아이의 '핑키 업'은 코첼라(Coachella)라는 광활한 무대를 염두에 둔 글로벌 스탠더드 걸팝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자신들만의 놀이터로 뒤바꾸는 이들의 음악은 가장 직관적인 형태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거침없는 연대의식을 보여준다.
반면 르세라핌의 '셀레브레이션'은 '크레이지(CRAZY)'부터 이어온 테크노·EDM 노선의 극적인 확장이다. 이들은 크리처(Creature)로 상징되는 타자의 약점을 이해하고,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끌어안는 '피어리스(FEARLESS) 2.0'의 서사를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에 녹여내며 K-팝 특유의 뭉클한 쾌감을 극대화한다.
한편 아일릿의 '잇츠 미'는 발칙하고 엉뚱하다. 미묘한 감정의 교착 상태를 뜻하는 앨범명 '마밀라피나타파이'의 모호함 속에서 주저하지 않고 '너의 최애는 바로 나'라고 뻔뻔하게 선언한다. 이전의 '마그네틱'에서 보여준 10대의 정서를 한 발짝 더 밀어붙여, 동세대와 교감하는 일렉트로 팝 스타일의 기묘한 도파민을 선사한다.
![[서울=뉴시스] 캣츠아이, 르세라핌, 아일릿 챌린지 품앗이 모습. (사진 = 각 그룹 인스타그램 캡처) 2026.05.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10/NISI20260510_0002131531_web.jpg?rnd=20260510193518)
[서울=뉴시스] 캣츠아이, 르세라핌, 아일릿 챌린지 품앗이 모습. (사진 = 각 그룹 인스타그램 캡처) 2026.05.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디트로이트의 버려진 공장에서 고립된 개인을 위로하던 차가운 금속성의 비트는,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와 K-팝 걸그룹들을 통해 타인과 나의 취약성을 긍정하고 함께 나아가는 뜨거운 연대의 박동이 됐다. 닫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로 시작된 이 고독한 장르가, 이제는 모두가 손을 맞잡고 뛰어오르는 축제의 광장으로 그 문을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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