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 화석 진동시킨 마이클 주 "검은 건반처럼 감정을 울리고 싶었다”[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5/07 05:01:19

최종수정 2026/05/07 05:12:12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초청

화석·AI·피란 기억 엮은 설치작업

NFT·블록체인·3D 프린트 산호까지

“중심보다 환경과 맥락 이야기하고 싶었다”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해 아르세날레에서 화석 지층을 연상시키는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금속 구조물에 매달린 모빌 형태의 작업은 유기체와 폐허, 지질학적 시간과 인간 문명의 흔적이 뒤엉킨 풍경을 구현했다. 2026.05.06. hyun@newsis.com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해 아르세날레에서 화석 지층을 연상시키는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금속 구조물에 매달린 모빌 형태의 작업은 유기체와 폐허, 지질학적 시간과 인간 문명의 흔적이 뒤엉킨 풍경을 구현했다. 2026.05.06. [email protected]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번 작업은 연결성과 또 다른 형태의 균형에 관한 프로젝트입니다. 기술을 통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균형이죠.”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60)는 5억 년 된 화석에 다시 진동을 불어넣었다.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그의 설치작업은 낮은 진동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금속 구조물에 매달린 거대한 화석판들은 미세하게 진동했고, 관람객들이 귀를 가까이 대자 사람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마이클 주는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에 두 개의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사회·생태·디지털 시스템이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연결되는 방식을 탐구한 작업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이번 작업은 서로 다른 시스템과 움직임, 그리고 생태적 제스처에 관한 것”이라며 “중심보다 환경과 맥락, 보이지 않는 구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비엔날레에는 진동과 소리를 다루는 작업들이 많다”며 “공동체와 시스템, 생태계의 메아리를 이야기하지만 과거처럼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있는 작업들 중 일부는 사회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생태계처럼 우리는 그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중심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맥락 자체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진동과 소리를 내는 화석 형태의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금속 구조물에 매달린 지층 형태의 작업은 미세한 떨림과 음향을 통해 죽은 물질처럼 보이는 화석에 다시 생명 감각을 불어넣으며, 인간 문명과 자연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hyun@newsis.com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진동과 소리를 내는 화석 형태의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금속 구조물에 매달린 지층 형태의 작업은 미세한 떨림과 음향을 통해 죽은 물질처럼 보이는 화석에 다시 생명 감각을 불어넣으며, 인간 문명과 자연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email protected]


대표작 ‘That Which Evaporates All Around Us’는 실제 화석판으로 구성된 모빌 형태의 설치다. 화석들은 북아프리카에서 채집된 바다나리(crinoid) 화석으로, 마이클 주가 20여 년 동안 미술관·박물관·광부·개인 소장가 등을 통해 수집한 것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분쟁과 이동의 대상이 되어온 땅이 5억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면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흩어진 화석층을 다시 하나의 꽃밭처럼 모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업의 전환점은 2013년 허리케인 샌디였다. 뉴욕 작업실이 침수되면서 화석들이 다시 물속에 잠긴 장면을 본 순간이었다.

그는 “5억 년 만에 화석들이 다시 물속으로 돌아간 것을 보며 작업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관람객들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Michael Joo)의 설치작품에 귀를 가까이 대고 진동과 소리를 듣고 있다. 북아프리카 바다나리 화석으로 구성된 작업은 미세한 진동과 음향을 통해 기억과 생태, 시간의 층위를 탐구한다. 2026.05.0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관람객들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Michael Joo)의 설치작품에 귀를 가까이 대고 진동과 소리를 듣고 있다. 북아프리카 바다나리 화석으로 구성된 작업은 미세한 진동과 음향을 통해 기억과 생태, 시간의 층위를 탐구한다.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각 화석판 아래에는 골전도 변환기(transducer)가 장착됐다. 화석은 각기 다른 밀도와 공명 주파수로 진동하며 고유의 소리를 낸다. 작가는 이를 “지진 같은 진동장(field)”이라고 표현했다.

작품 속 희미한 음성은 그의 어머니 목소리다. 1948년 여덟 살이던 어머니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피란 오며 러시아 군인의 감시를 피해 다리를 건넜던 기억을 손자에게 들려주는 녹음이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건 그 다리가 실제 피란 당시 건넜던 장소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기억은 정확한 장소보다 감각으로 남아 있었다.

마이클 주는 “이 작업은 기억과 위치,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화석이 저울이나 천칭에 매달린 듯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맞다. 불안정한 균형(precarity)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며 “지금 세계 시스템 전체가 그런 상태에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된 자신의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된 자신의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작업은 NFT와 블록체인, AI 시스템을 활용한 생태 프로젝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형태들을 실제 산호 연구 프로젝트와 연결했다.

그는 “AI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시스템 안에 무엇을 심었는가”라며 “정보를 하나의 씨앗처럼 생각한다. 그것은 계속 성장하고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에는 하와이 해양 연구소와 협업한 3D 프린트 산호 연구도 포함됐다. 디지털 데이터로 생성된 구조체를 바다에 넣어 실제 산호가 자라나는 과정을 관찰한 프로젝트다.

마이클 주는 “이건 단순한 예술 프로젝트라기보다 연구에 가깝다”며 “생태 시스템이 어떻게 성장하고 연결되는지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선보인 마이클 주의 설치작품.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선보인 마이클 주의 설치작품.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AI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시스템 안에 무엇을 심었는가”라며 “정보를 하나의 씨앗처럼 생각한다. 그것은 계속 성장하고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에는 하와이 해양 연구소와 협업한 3D 프린트 산호 연구도 포함됐다. 디지털 데이터로 생성된 구조체를 바다에 넣어 실제 산호가 자라나는 과정을 관찰한 프로젝트다.

마이클 주는 “이건 단순한 예술 프로젝트라기보다 연구에 가깝다”며 “생태 시스템이 어떻게 성장하고 연결되는지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따라다닌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이라는 정체성 질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이클 주는 “과거에는 한국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개념 역시 설명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익숙한 존재가 되면서 이제야 비로소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제 서구적 맥락 안에서도 독창적이고 실제적인 맥락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디아스포라 한국인들도 더 역동적인 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 ‘인 마이너 키즈(In Minor Keys·단조로)’에 대해 그는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멜로디보다 감정과 영혼을 울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해석했다.

이어 “내 작업 역시 사회의 가장자리와 보이지 않는 환경을 탐구한다”며 “우리는 생태계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중심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맥락 자체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자신의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hyun@newsis.com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자신의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email protected]


1966년 미국 뉴욕 이타카에서 태어난 마이클 주는 생물학과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며 활동 중이며,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미술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과학과 종교, 자연과 인간의 개입, 사실과 허구, 죽음과 생태 등을 교차시키며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시스템과 인식 구조를 탐구해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의 구조와 시스템을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클 주는 2006년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 파이프 구조물과 해양 생태 영상, 산업 잔해를 결합한 이번 작업은 인간 문명과 자연, 폐허와 재생의 순환 관계를 탐구한다.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는 지난해 타계한 카메룬 출신 큐레이터 코요 쿠오가 생전 구상한 ‘인 마이너 키즈(In Minor Keys·단조로)’를 주제로 열린다. 본전시에는 111명(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한국 작가로는 요이(Yo-E Ryou),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이 초청됐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미술제로 꼽힌다. 올해는 99개 국가관과 31개 공식 병행전시가 베네치아 전역에서 펼쳐진다. 공식 개막은 9일이며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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