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있지만 부담도 커진 석유 최고가격제…출구전략은

기사등록 2026/05/02 08:00:00

최종수정 2026/05/02 08:12:24

3월 13일 1차 최고가격 고시…전쟁 발발 2주만

단기적으로 국내유가 상승폭 억제…물가 안정도

정유사 손실 부담은 확대…'가격 반등' 가능성有

"연착륙 방안 마련해야…최고가, 국제수준으로"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04.30.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04.3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정부가 중동 사태 여파로 약 30년 만에 도입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시행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종료 시점과 연착륙 방안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 효과를 냈지만, 재정 부담 확대와 제도 종료 이후 가격 급등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잇달아 상승한 국내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13일부터 휘발유·경유·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시행 중이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사실상 폐지됐던 유가 상한제를 도입한 것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비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인 만큼, 정부는 한시적 조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종료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란 전쟁이 지지부지하면서 최고가격제도 지지부진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전쟁이 종료되거나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최고가격제를 종료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제도 도입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유가 상승폭은 국제유가 대비 억제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 이전과 4월 20일 기준 가격을 비교하면 국내 휘발유는 리터(ℓ)당 8.4%, 경유는 2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 기준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은 휘발유 48.4%, 경유 64.5% 급증했다.

전쟁 전부터 보조금 투입으로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던 일본(휘발유 7.28%·경유 9.40%↑)과 비교하면 높지만, 미국(휘발유 35.6%·경유 47.1%↑)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다.

연구기관 분석에서도 물가 안정 효과가 확인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단기적 인플레이션 완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청주=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3월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알뜰주유소를 찾아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처음 주문한 탱크로리 입하(탱크로리의 기름을 주유소 저장고로 옮기는 과정) 과정을 참관하고 있다. 2026.03.16. ppkjm@newsis.com
[청주=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3월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알뜰주유소를 찾아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처음 주문한 탱크로리 입하(탱크로리의 기름을 주유소 저장고로 옮기는 과정) 과정을 참관하고 있다. 2026.03.16. [email protected]

하지만 정책 이면에서는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국제유가와 국내 공급가격 간 격차가 확대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000억원 규모의 목적 예비비를 편성한 상태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실제 손실 규모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제도 종료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가격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인위적으로 억제된 가격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될 경우 단기간에 큰 폭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그대로 공급가에 반영되면 자연스레 판매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파키스탄은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정부 고시가격으로 동결하며 단기적인 안정 효과를 거뒀으나, 정책 종료 이후 휘발유 가격이 149.9루피에서 248.7루피로 66% 급등하는 등 가격 반등폭이 크게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유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물가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적절한 연착륙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제도를 언제, 어떻게 종료하느냐가 핵심"이라며 "현 시점에서 즉시 종료할 경우 ℓ당 700~800원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쟁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종료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고가격을 국제유가에 점진적으로 근접시키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yeodj@newsis.com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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