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를 다시 읽다…탄생 100주년 미발표 유고시집 '산다는 슬픔'

기사등록 2026/03/31 16:17:48

최종수정 2026/03/31 18:12:24

미공개 유고 시 47편 수록

소설가 박경리. (사진=뉴시스DB) 2026.03.31. photo@newsis.com
소설가 박경리. (사진=뉴시스DB) 2026.03.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26년에 걸쳐 대하 장편소설 '토지'로 한국 현대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박경리(1926~2008) 작가의 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다산책방)이 출간됐다.

올해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작가의 언어가 담긴 시집이다. 토지문화재단의 소장 자료 중 미공개 유고 시 47편이 실렸다. 작품에는 '사람 박경리'가 시대, 사회, 가족, 자연 등을 자신만의 시각이 담담하게 드러난다.

"인생살이 험난한 속에서도/쉬어갈 때가 있다고들 한다/쉬어갈 뿐이랴/황홀하고 아름다운 순간인들/없었겠는가/때로는 순간이/편안하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한 것은/암흑 속에서 타는 촛불이거나/칠흑 같은 밤/빛나는 별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찰나의 별' 중)

소설가로 익숙한 박경리는 시집 '못 떠나는 배', '자유' 등 총 5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고 하다. 출판사는 "작가가 '토지'의 최종장인 5부를 집필하는 시기에 적힌 시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은 꽃이 아니다/오락가도 물론 아니다/사탕발림의/값싼 위안일 수도 없다//(중략) 아득한 하늘/별과 같은 곳을 향해/영혼을 찾아 나서야 하고/땅 위에서/곡식을 심어 먹는 일이다" ('문학' 중)

시집 끄트머리에는 육필 원고가 일부 수록됐다. 이에 작가의 필체로 그의 문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독자의 곁을 떠난 박경리지만 작품이 다시 한번 그의 안녕을 묻게 한다.
[서울=뉴시스] '산다는 슬픔'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산다는 슬픔'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3.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 중 제목이 없는 시들은 작가의 외손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작가의 작품세계와 삶을 고려해 제목을 더했다. 총 5부에 걸쳐 소개되는 47편의 시에는 매일을 소중히 여기고, 당시의 심정을 솔직하게 기록한 작가의 삶의 태도가 투영됐다.

"현실이란 자갈을 물린다/현실은 내일을 희생해야 하는 것/현실은 체념이 숨어있는 것/현실은 명확한 것/현실은 내일을 잡아먹는 것/현실은 꿈을 막는다/현실은 면죄부이기도 하다/현실은 만병통치약" ('현실 사용법')

김 이사장은 시집 서문에서 "할머니가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써 내려간 조각 조각 난 글들을 바라보니, 가족으로서 할머니가 감당하며 살아왔을 슬픔과 고통의 무게와 깊이가 심장을 찔러왔다"고 고백한다.

또 "이 슬픔을 나누는 일이 할머니의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도 "이 슬픔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할머니가 슬픔의 밑바닥에 숨겨놓은 찬란한 빛을 찾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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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를 다시 읽다…탄생 100주년 미발표 유고시집 '산다는 슬픔'

기사등록 2026/03/31 16:17:48 최초수정 2026/03/31 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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