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격동을 몸소 겪으며 약자 편으로
"도움받아 고마워…도움 되는 사람이길"
![[서울=뉴시스] 안미선 '길 위의 간호사' (사진=산지니 제공) 2026.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27/NISI20260327_0002095934_web.jpg?rnd=20260327183718)
[서울=뉴시스] 안미선 '길 위의 간호사' (사진=산지니 제공) 2026.03.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난 소위 말하면 약자 편, 약자 편에 있는 게 편하다고요. 나는 뭐든지 다 그래요."(34쪽)
간호사 조옥화는 자신을 '약자 편에 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신간 '길 위의 간호사'(산지니)는 그 말을 삶으로 증명해온 한 의료인의 궤적을 따라간다.
저자 안미선은 신간 '길 위의 간호사'(산지니)에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이 말을 삶으로 증명해온 조옥화의 삶을 기록했다. 그의 행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민주화, 노동과 여성, 의료와 공동체의 단면을 비춘다.
1954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난 조옥화는 취업을 위해 인천간호전문학교에 진학하며 간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재학시절 미국인 선교사 매리언 킹즐리 학감을으로부터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간호'를 배웠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과 처지를 함께 살피는 태도였다.
졸업후 조산사로 일하며 분만실을 지켰지만, 그는 병원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의료 현실의 위계와 환자의 취약성이 맞물린 구조를 마주하면서였다. 권위와 대상화 사이에서, 그는 방향을 바꿨다.
"조금이라도 더 힘센 곳, 영향력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세상에서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방향을 바꿔 더 약한 곳, 힘이 없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102쪽)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무료 진료 사업을 맡으며 노동자와 지역 주민을 만났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속에서 건강을 위협받는 현실을 목격한 그는, 주민이 병원의 주인이 되는 민들레의료협동조합 설립에도 참여했다.
이후 산업재해 노동자 지원 활동에 나서 산재 신청 절차를 돕고, 치료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산업사회보건연구회에서는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특히 여성 노동자 문제에 주목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시간이 지나 결혼과 출산 등을 겪으면서 일하면서 가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중의 과제를 가졌다."(197쪽)
그는 시흥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 단절 여성과 구직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며 또 다른 돌봄을 이어갔다.
조옥화는 이러한 삶의 궤적을 두고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금도 그는 방문 간호 가방을 들고 현장으로 나선다. 사회는 변했지만, 건강과 안전의 문제는 여전히 사람들 곁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 인생이 처음에 생각했던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내가 힘닿는 데까지 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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