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이후 106대 첫 여성 켄터베리 대주교
"형제 자매 일부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참석하지 못해"
![[켄터베리=AP/뉴시스] 영국 성공회(국교회)의 세라 멀랠리(63) 캔터베리 대주교 25일(현지 시간) 켄트주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106대 대주교 취임식을 갖고 있다. 2026.03.26.](https://img1.newsis.com/2026/03/26/NISI20260326_0001130738_web.jpg?rnd=20260326013743)
[켄터베리=AP/뉴시스] 영국 성공회(국교회)의 세라 멀랠리(63) 캔터베리 대주교 25일(현지 시간) 켄트주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106대 대주교 취임식을 갖고 있다. 2026.03.2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영국 성공회(국교회)의 세라 멀랠리(63) 캔터베리 대주교가 25일(현지 시간) 켄트주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106대 대주교로 공식 취임했다.
1534년 헨리 8세 국왕이 로마 교회와 결별하는 수장령을 선포해 성공회 시초를 마련한 이후 여성이 이를 맡은 것은 491년만에 처음이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 최고 성직자이자 실질적 수장으로 각 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세계 성공회 신도 약 8500만명을 이끄는 영적 지도자로 여겨진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597년 성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시작하여 역대 105명 모두 남성이었다. 영국 국교회에서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32년 전인 1994년이었다.
런던 주교였던 멀랠리는 아동 성 학대 사건 은폐 의혹으로 물러난 저스틴 웰비 전 대주교의 후임으로 지난해 10월 찰스 3세 영국 국왕에 의해 캔터베리 대주교로 지명했다.
2003년 임명된 웰비 전 대주교는 교회 관련 활동을 하던 변호사의 수십 년 간 아동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2024년 11월 사임했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 기독교 교회와 공동체 내부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그는 “이미 갈등과 고통, 분열로 얼룩진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 주변에 훨씬 더 가까이 존재하는 아픔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독교 교회와 공동체 내 일부 사람들의 행동, 무행동 또는 실패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을 간과하거나 경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삶을 되돌아보면, 10대 시절 하나님께 믿음을 두고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심했던 저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 그리고 지금 제가 부르심을 받은 사역을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성공회 명목상 수장인 찰스 3세 국왕을 대신해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그리고 영국 성공회를 구성하는 42개 교회의 대표자 등 약 2000명이 모였다.
그가 암환자 간호사 출신이어서 캔터베리의 간호사와 간병인들도 참석했다.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 대표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저는 간호사로서, 사제로서, 그리고 주교로서 쌓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주교가 되려 한다”며 “저는 교회가 더욱 안전한 곳이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계속해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 앞서 그녀는 6일 동안 약 145km를 걸어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캔터베리 대성당까지 순례를 했다.
이날 취임식은 사목 지팡이로 성당 서쪽 문을 세 번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그 후 지역 초등학생들이 그녀를 환영했다.
성당 본당에서 그녀는 성 요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이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새 성경이 사용된 사례로 현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녀는 설교에서 “우리 성공회 형제자매들 중 일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인 전쟁 때문에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위해, 그리고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 등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 모든 지역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한다”며 “그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되기를 그리고 평화가 널리 퍼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새 대주교가 직면하게 될 과제로는 교회 내 동성 결혼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BBC 방송은 멀랠리 대주교는 영국 국교회가 여성의 역할과 LGBTQ+ 사람들에 대한 처우와 같은 문제로 심각한 분열을 겪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임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취임 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학대 생존자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우리의 모든 행동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직위가 높을수록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62년 런던 런던 남서쪽 워킹에서 태어난 그는 결혼해 성인 자녀 두 명을 두었다.
그녀는 지역 학교를 다녔고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37세에 잉글랜드 최고 간호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이는 역대 최연소 최고 간호 책임자 기록이었다.
그는 2015년 주교로 임명돼 영국 성공회에서 그 직위에 오른 네 번째 여성이 되었다. 3년 후 그녀는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직위 중 하나인 런던 주교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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