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최대 뇌관이 정부?…노동계, 공공부문 투쟁 총력

기사등록 2026/03/22 06:03:00

최종수정 2026/03/22 06:40:25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2주…복지부 등 공공부문으로 교섭 요구 번져

"정부가 진짜 사용자"…노동부, 지침서 "예산 집행은 교섭 대상 아냐"

노동위 '사용자성 판단' 48건 중 25건이 공공부문…4월 초 첫 판단

[인천공항=뉴시스] 홍효식 기자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03.10. yes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홍효식 기자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2주가량 지났다.

당초 자동차나 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원·하청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공부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정부의 사용자성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계는 개정법 시행 직후 원청기업에 대한 교섭 요구와 함께 보건복지부·교육부·성평등가족부 등 정부를 상대로도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용자 범위 확대…민간 넘어 공공부문까지 교섭 요구 번져

개정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간주하도록 했다. 이에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쟁의 대상도 넓어졌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에도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으며, 쟁의행위에 따른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된다.

문제는 확대된 사용자성 판단이 민간부문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공기업  역시 하청계약을 맺고 간접고용 구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진짜 사장은 정부'라는 기조 하에 정부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노조,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정보경제연맹 등 5곳이 '돌봄노동자'의 57개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요양보호사, 아동돌봄, 아이돌보미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복지부, 성평등부, 교육부도 포함됐다.

이들은 "정부가 돌봄 및 사회서비스 현장의 지침 수립, 예산 배분, 인건비 가이드라인 결정 등을 통해 돌봄노동자들의 임금, 고용 형태 등 핵심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해왔다"며 "이들은 개정 노조법에 의거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고시를 통해 모든 장기요양기관의 인건비 비율을 정하고 있어, 요양보호사의 임금 관련 기준이 고시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며 "어르신 2.1명당 1명을 고용해야 하고, 간호사는 25명당 1명을 고용해야 하는 등 고용인원도 통제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정부가 과연 본인들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정부, 해석지침서 "예산은 교섭 대상 아냐"…노조법 취지와 '충돌'

하지만 정부는 당초 법 시행 이전 공공부문의 사용자성 판단에 있어 민간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해석지침에는 "법률이나 국회가 확정한 예산 범위 내에서 근로조건을 집행하는 것은 공공정책의 결과로, 개별 노사 간 교섭의 직접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며 "특히 예산 편성·배분 이후 산하공공기관 등에 총액인건비 등 범위 내에서 각 기관의 운영상 재량이 인정되는 만큼 원칙적으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공공부문 근로조건이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해 결정되더라도, 정부가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책임을 지지는 않는 셈이다. 법 시행 전후 원청 책임 강화를 강조해온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민간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공공부문 전반으로 교섭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결국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직접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1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 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고 현장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직접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1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 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고 현장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노조들은 오래 전부터 예산 편성 권한을 가진 기획예산처(옛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왔다"며 "그 논리대로면 최종 결정권자는 정부, 나아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개정법이 공공부문에 일종의 '부메랑'처럼 돌아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자처한 데 대해서도 "해석지침과 맞지 않는 발언"이라며 "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비정규직 노조를 위해 최대한 베풀겠다'라는 의미라면 정부가 일종의 배임행위를 하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든 모순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놓고 공공부문의 사용자성은 부분적으로만 인정한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민간이든 공공부문이든 정확한 잣대를 가지고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혼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으로서 정부는 하청 근로자하고 사용자하고 대화 테이블만 깔아주려고 하는 것인데, 복잡한 현실을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정부로서는 원청이라고 하면 부처까지 갈까 봐 염려하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며 "국토교통부의 경우는 하청이 워낙 많으니 교섭하다 날을 새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공공부문으로 화력 집중…사용자성 첫 판단 4월께 나올 듯

노동계는 당분간 공공부문 투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돌봄노동자들은 4~6월 집중행동의 날과 6·3 지방선거 공약 요구를 거쳐 총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개정법대로라면 민간보다 공공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그래서 초기 성과를 위해 공공부문에 먼저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부문에서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분쟁도 빠르게 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7일 기준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이나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등 '사용자성 판단' 요청 48건 가운데 25건이 성평등부, 서울시 등 공공부문 관련 사안이었다.

노동위는 시행령에 따라 최대 20일 동안 원청의 사용자성을 심사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공공부문 사용자성 판단은 4월 초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위 첫 판단 이후 법 적용 범위와 갈등 양상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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