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연구실에 들어온 '박사급' AI 연구동료…"새로운 연구 가설 찾아봐"

기사등록 2026/03/19 17:10:23

최종수정 2026/03/19 17:28:25

구혁채 과기1차관, 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넥서스의 'AI 과학자' 시연 참관

AI 과학자가 수십만편 논문 통해 가설 도출…근거 논문까지 한번에 제시

실험 성공 가능성 높은 가설별로 '순위화'까지 제공…환각 현상 최소화

19일 서울 서초구 바이오넥서스 연구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프로젝트 공감 118' 현장 방문 행사에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AI 과학자 시스템 '넥서스 코-사이언티스트(Nexus Co-Scientist)'의 시연이 펼쳐졌다. 사진은 AI 과학자 관련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서울 서초구 바이오넥서스 연구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프로젝트 공감 118' 현장 방문 행사에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AI 과학자 시스템 '넥서스 코-사이언티스트(Nexus Co-Scientist)'의 시연이 펼쳐졌다. 사진은 AI 과학자 관련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이 데이터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으로 악화되는 새로운 기전을 찾아줘."

키보드에 이같이 입력하자 모니터 위로 복잡한 단백질 상호작용 지도가 그려진다. 수십만편에 달하는 논문을 단숨에 훑어 내리며 기존 연구들이 놓쳤던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지목한다. 단순히 결과를 나열하는 수준이 아니다. 제시된 가설과 함께 해당 주장의 근거가 된 학술 논문의 원문 구절이 실시간으로 매칭된다.

인공지능(AI) 과학자가 바꿔놓을 바이오 연구의 모습이다. AI 동료 과학자가 실제 연구현장에 함께 하며 다양한 실험 가설 제시부터 실제 실험 진행까지 사람 연구자와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바이오넥서스 연구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프로젝트 공감 118' 현장 방문 행사에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AI 과학자 시스템 '넥서스 코-사이언티스트(Nexus Co-Scientist)'의 시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개된 AI 과학자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연구원의 '디지털 동료'로서 가설 설정부터 데이터 분석, 논문 검증까지 연구의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연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성찰(Reflection)'과 '순위화(Ranking)' 기능이었다. 흔히 LLM(거대언어모델)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잡기 위해, AI가 제시한 모든 가설은 반드시 실제 논문 근거와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화면 상단의 '리플렉션' 탭을 클릭하면 AI가 방금 내놓은 가설이 어떤 문헌의 몇 페이지에서 유래했는지 PDF 뷰어를 통해 즉각 보여준다. 연구자가 일일이 도서관과 DB를 뒤지며 긴 시간을 써야만 했던 '팩트 체크' 과정을 단 몇 초로 단축시킨 셈이다.

이어지는 '랭킹' 시스템은 AI가 도출한 수백개의 가설 중 실제 실험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추려낸다. 가설의 혁신성과 데이터 정합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연구자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AI는 인간이 인지하기 힘든 방대한 데이터 사이의 숨겨진 패턴을 찾는 데 탁월하다"며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나올법한 창의적 가설을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가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매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끝)이 19일 서울 서초구 바이오넥서스를 방문해 바이오 분야 인공지능(AI) 과학자 개발과 관련한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오른쪽 끝)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서울=뉴시스]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끝)이 19일 서울 서초구 바이오넥서스를 방문해 바이오 분야 인공지능(AI) 과학자 개발과 관련한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오른쪽 끝)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바이오넥서스가 선보인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의 재활용'에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많은 바이오 데이터가 쏟아지지만, 실제로 논문 한 편에 쓰인 뒤 사장되는 데이터가 99.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물학 데이터 저장소인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생성한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 3340만개가 공개돼  있다. 이정도 데이터셋이면 수십만~수백만편의 논문이 나와야하는데 딱 11만개 뿐이고, 한 데이터셋에서 논문 2개 이상이 나간 비중도 0.2%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정제되지 않은 원유”라고 비유했다. 그는 "국가 예산을 들여 만든 피 같은 데이터들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늘 안타까웠다"며 “수십만년 간 땅에 묻혀있던 석유를 시추 기술이 나온 뒤에야 뽑아낸 것처럼AI 과학자는 이 땅속에 묻힌 데이터를 정제해 가치 있는 지식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 최적화 전략도 돋보였다. 현재 이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16장 이상의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하지만, 바이오넥서스는 이를 국내 AI 반도체인 '리벨리온' 칩 4~8장 수준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싼 서버 비용 때문에 AI 도입을 망설이는 중소 연구소나 대학 실험실에서도 '나만의 AI 과학자'를 온프레미스(사내 구축) 형태로 가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AI 과학자는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대체자'보다는 연구 효율을 극대화하는 '증폭기'에 가까웠다. 바이오 분야는 워낙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AI가 단독으로 결론을 내리기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AI가 동료로서 연구 생산성을 100배 높여줄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의사결정과 실험적 검증은 결국 인간 전문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AI 과학자 기술이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소재, 에너지 등 과학기술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문샷’ 국가 미션에도 AI 융합을 통한 신약개발속도 증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과학자 개발 등이 포함된 만큼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날 시연을 지켜본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도 "AI는 전반적인 연구생산성을 향상하고,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패권 경쟁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며 “과학기술×AI 혁신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활발한 활동을 부탁드리며, 정부도 K-문샷과 같은 정책을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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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연구실에 들어온 '박사급' AI 연구동료…"새로운 연구 가설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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