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기인데 병원 좀"…119 신고 남발에 구급차 39% '헛걸음'

기사등록 2026/03/16 05:30:00

최종수정 2026/03/16 05:48:01

3년간 미이송 363만8천건…10건 중 4건은 '헛걸음'

"감기·치통에도 119"…비응급 구급차 이용 매년 늘어

처벌 규정 있지만…"엄격한 제재, 현실적으로 어려워"

양부남 의원 "구급차 오남용 줄이는 제도 개선 필요"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119 구급차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2024.06.24. jtk@newsis.com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119 구급차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비응급 상황임에도 119 구급차를 호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구급차 출동 10건 중 4건은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 종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구급차 호출을 남발하면서 구급대원 인력이 낭비되고,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 대응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9 구급차 출동 및 이송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구급차가 출동하고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미이송' 사례는 총 363만896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미이송 건수는 2023년 115만6913건에서 2024년 120만7780건, 2025년 127만427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출동건수 대비 미이송 비율도 2023년 33.2%에서 2024년 36.3%, 2025년 38.8%로 늘어났다. 119 구급차가 현장에 100번 출동하면 그중 39번은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주지 못한 채 돌아오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119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2024.03.0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119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2024.03.03. [email protected]

지역별로 보면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미이송 사례가 특히 많이 발생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에만 80만1135건의 구급 출동이 이뤄졌지만, 이 중 43.9%인 35만1832건이 병원 이송 없이 종료됐다. 서울에서도 54만4472건의 출동 중 23만3845건이 미이송 사례로, 전체 출동건수 대비 미이송 비율이 43%에 달했다.

"감기·치통에도 119"…비응급 구급차 이용, 3년간 증가

구급차가 출동하고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경증 환자나 비응급 환자가 119를 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이송 사유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고를 취소한 사례는 3년간 91만8295건으로 전체의 25.2%를 차지했고, 이어 '환자 없음' 52만4501건(14.4%), '이송 불필요' 49만7335건(13.7%), '현장 처치' 47만2598건(13%), '구급대의 이송 거부' 46만5078건(12.8%), '경찰 인계' 41만9174건(11.5%) 순이었다.

이 같은 비응급 환자나 경증 환자와 관련된 미이송 사례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구급대원이 비응급 환자로 판단해 이송을 제한하거나 거절하는 '이송 거부'는 2023년 13만3708건에서 2025년 18만40건으로, 3년간 약 34.7% 증가했다.

현행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단순 치통이나 감기 환자, 문 개방 요청, 동물 구조요청, 검진이나 입원을 목적으로 이송을 요구하는 만성질환자, 단순 열상 등 비응급 환자의 경우에는 구급대원이 이송을 거부할 수 있다.

[제주=뉴시스] 구급대원이 응급구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2026.01.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구급대원이 응급구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2026.01.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병원을 이송할 정도는 아니어서 구급대원의 의료 처치로 끝내는 '현장 처치' 건수는 2023년 12만3555건에서 2025년 20만7881건으로, 3년간 68.3% 증가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환자가 자리를 떠났거나 현장에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는 '환자 없음' 사례는 같은 기간 10만5877건에서 21만2589건으로,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신고자 상태를 평가한 결과 병원으로 이송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이송 불필요' 사례는 18만4269건에서 15만1266건으로, 3년간 17.9% 감소했다. 구급차를 응급상황이 아닌 사적 용도로 이용하거나 단순 이동수단처럼 호출하는 사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이송 불필요 사례는 3년간 총 49만7335건으로, 전체 구급차 출동(1009만5645건)의 약 4.9%를 차지했다. 구급차 출동 20건 중 1건 가량은 애초에 병원 이송이나 구급차 출동이 필요하지 않았던 경우인 셈이다.

주취자 등을 경찰에 넘기는 ‘경찰 인계’ 사례도 매년 14만건 가까이 발생했다. 경찰 인계 사례는 최근 3년간 총 41만9174건으로, 연평균 약 13만9725건 수준이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4일 인천 계양구 한 공장에서 공장 복합 재난 발생을 대비해 실시된 2025년 긴급구조종합훈련에서 구급대원들이 공장 화재로 인한 부상자를 분류하고 있다. 2025.10.24.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4일 인천 계양구 한 공장에서 공장 복합 재난 발생을 대비해 실시된 2025년 긴급구조종합훈련에서 구급대원들이 공장 화재로 인한 부상자를 분류하고 있다. 2025.10.24. [email protected]

처벌 규정 있지만…"엄격한 제재,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리 법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것 외의 목적으로 구급차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0조는 구급차를 그 외 사적 용도로 이용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119구조·구급법 제30조는 허위로 119 구급차를 부를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응급 상황에서 구급차를 호출하는 사례를 모두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이 정도는 거짓 신고'라고 판단하더라도 의료기관 진료기록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 실무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의적인 허위 신고라기보다 판단이 애매한 비응급 신고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응급 출동이 늘어나면서 구급차와 구급대원들 인력이 낭비되고, 정작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 대응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정지 등 중증 환자는 몇 분 차이가 생존을 좌우하는데, 비응급 출동이 반복되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를 놓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구급차 탑승 대상을 제한하거나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의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양부남 의원은 "비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하는 일이 반복되면 정작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응급환자와 비응급환자를 보다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구급차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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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감기인데 병원 좀"…119 신고 남발에 구급차 39%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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