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인정 안되면 어쩌나"…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숙제 여전

기사등록 2026/03/01 13:00:00

최종수정 2026/03/01 13:08:23

정부,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 구성 착수 예정

"질환과 가습기 사용사이 인과관계 인정 안될까" 우려

기후부 "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겠다"

"법률적 부분 지원…결과 수용 어려울 경우 재심의도"

[서울=뉴시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피해자들과 간담회에 앞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2026.02.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피해자들과 간담회에 앞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2026.02.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이 국가로 확대된다. 새롭게 구성되는 배상심의위원회에서는 기존의 피해 등급을 포함해 진단서·소견서 등을 바탕으로 배상액을 산정한다.

다만 기존 피해구제위원회에서 피해 등급이 낮게 산정되거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배상심의 과정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국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 구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는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가 구제급여 지급을 결정한다. 피해구제위는 환경노출 조사자료·의무기록·신청자 의견진술서 등을 종합해 질환의 중증도를 나타내는 피해 등급과 구제 급여 지급 여부 등을 판단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배상심의위는 피해구제위가 부여한 등급을 참고하되, 진단서·소견서 등을 토대로 질환과 가습기 사용 간 인과관계를 판단하게 된다.

배상심의위는 변호사·의사·판사 등 30명 규모로 구성된다. 법 시행 이후 6개월간 신청 기간을 두고 이후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피해구제 신청을 통해 피해자 인정과 등급을 부여 받은 이들은 자동 배상심의 대상이 된다. 반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거나 새롭게 신청하려는 이들은 해당 기간 내 별도로 배상심의를 신청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8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재명 정부 해결 촉구 및 태아, 영유아, 어린이 피해 추모위한 유품전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8.2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8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재명 정부 해결 촉구 및 태아, 영유아, 어린이 피해 추모위한 유품전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8.28. [email protected]
기후부는 피해자들이 배상심의위에서 적극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왕에 특별법도 새로 개정됐고 국가의 책임 있는 보상을 하겠다고 한 만큼, 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기후부가 피해 당사자들을 조력할 수 있는 전문 지원기구 등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피해를 입증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존 피해구제위에서 기대보다 낮은 등급을 받았거나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한 사례가 배상심의위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A씨는 "정부에서 등급을 매겨 1~2등급만 피해자라고 인정하고 나머지 3~4등급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판정 기준에 억울함이 있다. 사망했음에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아) 보상 한 번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버지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폐암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는 가모씨도 "4등급 진단을 받았다. 4등급이라는 얘기는 가습기 피해자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가씨는 "아버지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숨이 차서 응급실에 가니 원인 미상의 간질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이 나왔다"며 "이후에는 치료 과정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다. 옥시싹싹 가습기를 사용했고 원인 미상의 폐질환·폐결절과 폐암 진단까지 받았는데 그 진단서를 첨부해도 4등급이 나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08.0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08.06. [email protected]
김 장관은 "제가 듣기에도 이 정도면 (질환과 가습기 사용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4등급을 받았다면, 판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부분은 기후부가 도와드리면 좋겠다"고 관계자들에 지시했다.

기후부가 배상심의 과정에서 피해자 입장의 적극적인 연관성 해석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피해자 단체는 배상심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의 입장이 배제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상심의위 위원의 30%를 피해자 단체 추천으로 선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후부 관계자는 "공정하고 신속한 배상심의위 구성을 고려할 때 피해자 단체에서 3분의 1을 추천하도록 하자는 의견은 반영이 어렵다"며 "지원하고 있는 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를 기피 사유로 정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법률적 지원을 병행하고, 재심의 절차를 통해 판단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배상심의위 과정에서 법률적인 조언 등이 필요하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며 "배상심의 결과에 대한 수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재심의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 사용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질환의 경우 현재는 피해 인정이 어려울 수 있으나, 사후적으로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추가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11.18. yeodj@newsis.com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11.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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