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몽령' 논리 깨졌다…지귀연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기사등록 2026/02/19 17:51:31

최종수정 2026/02/19 19:46:19

국회 봉쇄·의원 출입 저지…"국헌문란 목적"

군 무장 국회 출동·몸싸움 등 폭동에 포섭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02.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규정해 윤 전 대통령의 '계몽령' 논리가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 수호'라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는 폭동이라고 특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오후 3시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형법 제87조에 규정된 내란죄는 국토를 찬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국헌문란의 목적 ▲폭동이 인정되면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의도가 없었으므로 국헌문란이 아니다"라고 항변해왔으나, 재판부는 국헌문란의 정의를 규정한 형법 제91조의 해석을 넓혔다.

재판부는 헌법 기관을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엄군을 보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행위 등으로 국회의 의결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실질적 마비 시도였다는 점은 내란죄 성립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특히 군 철수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결단에만 맡긴 점은 '상당 기간'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행위로 중형 선고의 핵심적 사유로 다뤄졌다.

재판부는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서 국회가 상당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계엄을 하더라도 국회의 권한, 행정사법의 본질 기능을 침해할 수 없는데 이를 목적으로 해서 한 계엄 선포라면 헌법이 정한 권한이라고 해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내란죄의 실행 행위인 '폭동'에 대해 재판부는 '최광의(最廣義)의 폭행·협박'을 적용했다.

반드시 유혈 낭자한 전투가 벌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인이 결합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면 폭동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무장 병력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난입하고, 담장을 넘어 진입하며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인 모든 행위가 폭동으로 포섭됐다.

재판부는 "군이 무장해 국회에 출동한 자체, 헬기를 타거나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한 자체, 국회 안 관리자와 몸싸움을 하는 자체, 체포를 위해 장비를 갖추고 다수의 차량을 이용해 국회에 출동한 자체 등 대부분의 행위가 폭동에 포섭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의 가장 상징적인 대목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주장한 '비상계엄 선포의 동기'를 법적으로 배격한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독재하고 국정을 마비시켜 국민들을 깨우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회의 예산 삭감이나 탄핵 공세에 대응하려 했다는 것은 주관적인 동기나 이유일 뿐, 범죄 성립을 조각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경을 읽으려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법언을 인용하며, 아무리 명분이 높더라도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기 위해 군을 보낸 행위(절차적 위법)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내란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등 관련 피고인들에게 주문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제공) 2026.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등 관련 피고인들에게 주문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제공) 2026.02.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8명에 대해 '국헌문란의 목적을 알고 가담했는가'를 기준으로 유무죄를 갈랐다.

처음부터 모의했거나(윤석열·김용현), 가담 시점에 이미 ‘국회 마비’라는 목적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경찰력이나 정보사 병력을 동원(조지호·노상원 등)했기에 내란죄 공범으로 판단했다.

무죄로 판단된 이들(김용군, 윤승영)은 계엄 하의 통상적인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을 뿐, 이것이 헌법 기관을 파괴하려는 구체적인 내란 음모의 일환임을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근본을 훼손했다는 데에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경 활동으로 인해 군경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신용도가 크게 하락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됐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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